이성하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
이성하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자궁경부암 유병률이 매우 높은 나라로 꼽혀왔다. 다행히 자궁경부암 예방백신과 조기 검진 프로그램으로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는 현저하게 줄어왔다.

2020년 통계기준으로 국내 자궁경부암 진단은 3000명 이하로 확인되고 있다. 결국 자궁경부암은 예방백신을 맞고 정기적인 검진만 잘 받는다면 암으로 진단되기 전에 치료가 가능한 암이 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가까운 미래, 자궁경부암은 희소암으로 여겨지게 될 것” 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이다.

국내에서는 2007년도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2016년에는 만 12세 여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국가백신 무료접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우리보다 앞서 국가 백신을 시행한 선진국에서 백신에 대한 효과나 안정성이 충분히 확인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국가백신 대상자를 남자청소년에게도 확대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렇듯 백신 접종에 대한 당위성과 대상자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백신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초기에는 백신 접종률이 50-60%정도에 그쳤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며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도 개선이 되었지만 아직도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걸릴 수 있고 전파될 수 있는 바이러스인 만큼 함께 예방 접종을 하는 것이 집단면역을 이루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암의 원인이 밝혀져 예방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한 암은 자궁경부암이 유일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다음 요인으로는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이다. 사실 백신 접종을 해도 모든 HPV에 대한 예방 효과를 갖는 것이 아니므로 정기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만 20세 이상 성인여성에게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를 2년에 한번씩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검진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이 되기 전에 조기진단과 치료를 받게 되어 암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자궁경부은 암의 전단계에서 천천히 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2년 간격 검진만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범위에서 진단이 된다. 최근에는 세포검사와 더불어 자궁경부 암의 원인인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도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HPV는 사람에게 사마귀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고 우리 몸에 200개가 넘는 종류가 있다. 그 중에서 성기나 항문 쪽에 있는 것이 30가지 정도이며, 이중에서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고 위험 바이러스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도가 높은 바이러스가 HPV 16,18번 바이러스이다. 만약 HPV 16번, 18번이 양성인 경우라면 이미 질병이 발생하였거나 향후 (자궁경부암의 전단계 병변)고등급병변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HPV 결과는 추가 검진 및 추적검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실제로 세포검사에서 이상소견이 있다 하더라도 HPV 검사가 음성이라면 세포이상은 특별한 치료 없이, 정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에는 여러 임상연구 결과에 따라 1차 선별검사로 HPV검사를 권유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대한 부인종양학회의 공식입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HPV검사상 고위험 바이러스가 있다면 자궁경부세포검사에 보다 고등급병변(자궁경부암의 전단계 병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고위험 HPV검사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대체하는 1차 선별검사 방법으로 고려될 수 있고 선별검사 간격은 3년이상 5년미만을 권고한다 ▲25세미만의 여성에서는 고위험 HPV에 감염되어도 자궁경부암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매우낮으므로 (과잉진료에 대한 우려로) 고위험군 HPV검사를 1차 선별검사로 권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HPV 검사가 1차 선별검사로 사용되려면 내국인 대상 연구가 필요하다

HPV 검사가 더욱 보편화 된다면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보완하여 좀더 정확하게 결과를 판정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한 여성이 세포검사도 음성, HPV도 음성이라면, 이 여성은 자궁경부암에 대한 위험도가 매우 낮은 군으로 분류될 수 있고 불필요한 검진 횟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여성이 HPV 검사가 지속적으로 음성이 나온다면 어느 시점에서는 자궁경부 세포검사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여러 임상시험을 거쳐 충분히 검토되어야 할 부분이다.

HPV에 대한 중요성이 인지되면서 전세계적으로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 다행히 대부분의 HPV감염은 특별한 치료 없이 면역에 의해 자연 소멸되어 바이러스 감염 후 70%가 1년 안에 사라지고, 90%가 2년 안에 사라진다. 다만 고위험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감염 상태를 유지하여 병을 일으키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다 함께 예방접종을시행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성하 미즈메디병원 산부인과 진료과장 ]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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