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Aging)는 질병일 수 있고, 치료 가능한 질병이다."
노화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데이비드 A. 싱클레어(David A. Sinclair) 하버드대 유전학 교수는 이런 도발적 명제를 던졌다. 그의 저서 '노화의 종말'은 노화와 인간에 대한 기존 패러다임을 뿌리째 흔든 생각으로 나열돼 있다.
노화 예방을 위한 실천 지침으로 그는 "적게 먹어라, 간헐적 또는 주기적 단식을 하라, 육식을 줄여라, 땀을 흘려라, 몸을 차갑게 하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익숙하고 특별할 것 없고 해묵은 잔소리처럼 들린다.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그의 올곧은 충고를 실천하기에는 껄끄러운 사회 환경에서의 까다로운 항목들일 수 있다. 마치 우리 모두 성직자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하나? 하고 우리의 삶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상적인 그의 주장은 "65세 이상의 사람 중 단 10%만이 운동을 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젊었을 때 생활방식을 바꾸어 가야하며, 젊었을 때부터 실천하라"는 것이다. 결국 누구나 젊었을 때부터 노화를 질병이란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 질병 예방에 힘쓰는 생활 습관을 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생체리듬을 가지고 살아간다. 배고픔을 느끼고, 졸리고, 아침에는 눈이 떠지고, 매일마다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처럼 일정한 리듬을 타는 이유는 우리 신체 속에 자명종 시계보다 더 정확한 '생체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모두는 태어날 때부터 생체시계가 장착되어 있다는 과학자들의 주장으로, 지금까지 생체시계의 작동 메커니즘은 인류가 풀어야 할 난제가 많은 미스터리 영역이다.
우리는 인간의 노화가 자연현상임을 학교에서 배웠지만, 또한 우리는 신체 연령과 노화의 정도가 정확히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들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체감하고 있다. 결국, 누구나 나이가 든다고 해서 우리의 신체 및 정신 능력이 무조건 퇴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스포츠가 직업인 프로 운동 선수에게 생체시계나 노화라는 주제는 더 크나큰 관심사일 것이다. 이런 질문을 상상해 보자. 모든 인간은 각자 한정된 절대적 심장박동 숫자를 가지고 태어났을까? 만약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정해진 절대적 심장박동 숫자를 가지고 생애 주기 별 생체시계에 의해 살아간다면, 어렸을 때부터 더 열심히 훈련한 대가로 심장 박동수를 더 소모한 프로 운동 선수의 수명은 일반인보다 더 짧을 것인가?
이 질문과 관련된 내용으로 지난 5월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통계학센터 연구원의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국제 학술지 발표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871년에서 2020년까지 150년간 활약한 1만명 이상의 프로야구·농구 선수들의 생애 주기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 바로 '일찍 성공한 운동선수로서 일찍 은퇴하면 생명 수명도 짧았다'는 것이다. 또한 '일찍 전성기에 도달한 뒤 경기력이 빠르게 하락한 선수일수록 선수의 평균 수명이 짧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경기력이 느리게 하락하는 선수의 수명이 더 길었다'는 결론이다.
우리는 스포츠를 사랑한다. 스포츠 팬덤의 한 사람으로서, 세계 최고의 기록을 내고 갑자기 사라지는 스포츠 선수보다, 꾸준히 노력하며 오랫동안 활약하는 대기만성의 노력파 스포츠인에게 감탄과 존경의 인사를 표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스포츠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스포츠 정신을 만들어가는 각자의 비법과 루틴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이제는 각자의 스포츠 분야에서 오래 활약해가는 "스포츠 웰에이징(Sports Well-aging)" 비법과 영광을 나누고 공유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스포츠 웰에이징, 그 생소한 용어를 우리는 "멋진 스포츠인의 지속 가능한 여정"으로 다시 정의해보고 싶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 정도의 신경세포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 종목의 스포츠에서 인생이라는 시간을 들여 프로 스포츠인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이런 1,000억 개 이상의 뇌신경세포를 다른 차원의 레벨로 진화시킨 독창적 존재임을 증명한 것이다. 프로 운동 선수들의 선수 경력을 지속시키는 새로운 스포츠 웰에이징 방법론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멋진 스포츠인의 지속 가능한 여정'을 위한 열정을 품어본다.
[이윤재 엘피지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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