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종수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부사장)이 던진 화두에 기자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좋은 약이란 무엇일까, 기존에는 없던 혁신적인 신약일 수도 있고, 응급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필수 의약품일 수도 있다. 곰곰이 생각하던 차에 나온 우 부사장의 답은 의외였다.
"나는 좋은 약이란 품질이 보증된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약이 가장 좋은 약 아니겠습니까. 성분이 같다고 모두 똑같은 의약품은 아닙니다."
품질 경영의 시작은 `디테일`이다. 좋은 품질의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공장 내부의 공기 질까지 신경 써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가 흔들리면 나중에는 큰 문제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철저한 품질관리로 1%의 오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약품의 의지는 인적 구성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팔탄공단 내 의약품 생산인력은 총 211명. 품질관리인력은 생산인력의 절반인 100명에 달한다. 진성필 한미약품 품질보증팀 이사는 "보통 다른 제약사들은 생산인력 대비 품질관리인력이 약 20% 수준"이라며 "품질 관리에 투자하는 것을 전혀 아끼지 않는 회사"라고 말했다.
우 부사장도 "20년 넘게 있으면서 한 번도 윗선에서 품질 관리를 위한 시약 비용이나 연구비가 많다고 타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 부사장이 꼽는 품질 경영의 핵심은 `연구에서 생산, 품질 관리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생산 구조다.
약사 출신 우 부사장은 공장장이 되기 이전부터 한미약품 제제 연구를 총괄해왔다. 1992년 중앙연구소 제제연구실 창립 멤버였던 그는 한국 개량신약 역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아모디핀(577억원)과 국내에서 가장 성공한 복합신약 아모잘탄(744억원)을 개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그는 "한미는 제제 관련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온 시점부터 생산과 품질 관리가 한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원천적인 연구단계부터 공장에서 이뤄지고 있고, 이 덕에 의사결정이 빨라질 뿐 아니라 문제가 일어나도 원인을 찾기 수월하다"고 밝혔다.
1984년 공장 준공 이후 오랜 시간 품질 관리에 들인 공은 20여 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 끝에 최근 들어 여러모로 빛을 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MSD를 통해 수출되고 있는 아모잘탄과 국내 개량신약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에소메졸(역류성식도염치료제)의 성과도 `기술력`과 `품질보증`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미약품 팔탄공단은 2000년대 들어 독일, 브라질, 페루, 중동연합(GCC)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실시한 공장실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제약 선진국인 독일 식약처에서 우수제조관리기준(GMP) 실사를 3년마다 받고 있다. 혈전치료 개량신약 `피도글`은 독일 식약처 실사를 통과해 국내 내용고형제로는 최초로 유럽연합(EU) GMP를 획득해 유럽지역 8개국과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MSD, GSK, UCB, 박스터, 룬드벡, 사노피 등 한미약품 의약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실사도 모두 무리 없이 통과했다. 그들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투명한 유통관리를 통해 적재적소에 의약품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까지가 한미약품의 품질 관리다.
팔탄공단은 2009년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 전 의약품에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를 접목했다. 이러한 성과를 통해 팔탄공단은 2011년 지식경제부에서 RFID사업 우수 평가를 받았고, 지난 4월 `GS1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는 RFID 적용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 부사장은 "전 품목에 전자태그를 붙이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최소 40억원, 그 외 부대 비용을 합치면 훨씬 많은 돈이 든다"면서도 "하지만 이력관리 자체가 품질경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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