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감염내과 전문의로서 진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질환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이 질환에 따라붙는 차별과 낙인이다. 에이즈(AIDS)가 가장 대표적일 것이다. 2017년 발표된 한국 HIV 낙인 지표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8명은 감염인 본인을 탓하고 있으며 4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답했다. HIV 감염에 대한 낙인이 두려워 사회적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 가족 및 지인과 떨어져 지내기로 한 사람도 4명에 달할 정도로 상당수가 차별과 낙인에 고통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198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에이즈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감소시키고자 매 12월 1일을 '세계 에이즈의 날'로 지정하고 정확한 정보와 예방법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 길은 요원해 보인다.

에이즈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발병한다. 하지만 HIV에 감염됐다고 해서 무조건 에이즈로 질병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HIV 감염 사실을 조기에 알아채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요법을 복약 지도에 맞게 꾸준히 복용한다면 에이즈로의 진행을 막으며 고혈압·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차별과 낙인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HIV 감염 고위험군은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HIV 검사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19 방역관리 대응으로 인해 HIV 검사의 1차 관문 역할을 해오던 보건소가 HIV 검사 업무를 중단한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다행히 올 들어 서울 소재 보건소는 대부분 HIV 검사 업무를 재개했다.

HIV 감염이 의심되면 빠르게 보건소와 병의원 등의 의료기관을 찾아 HIV 검사를 받아야 한다. 보건소에서는 무료 익명검사를 통해 본인의 이름과 신원을 밝히지 않고도 개인이 임의로 설정하는 코드를 등록해 검사 결과를 20분 내 빠르게 알려준다. 선별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 확인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1차로 진행하는 선별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면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된다. 단 HIV에 노출 즉시 검사를 받으면 결과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이 발생한 후 4주쯤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의학기술이 꾸준한 발전을 이룩한 덕에 대체로 많은 질환이 잘 조절되는 세상에 살 수 있게 됐다. 이에 맞춰 질환에 대한 인식과 두려움도 개선을 거듭해왔다. 어떤 질환에 걸렸다고 차별받아야 할 이유와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HIV 고위험군과 감염인이라면 모든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또 이들을 검사와 치료의 자리로 부르기 위해서는 질환과 대상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건강해져야 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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