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란 본래 개체에 가해지는 압력이나 힘을 가리키는 말로 물리학에서 씌이는 용어다. 이 개념이 인체에 적용되면서 압박감이나 근육의 긴장과 같은 신체적 반응처럼 '정신과 신체 간의 예측 가능한 흥분 상태'를 의미함에 따라 정신건강의학의 영역에서도 오래전부터 통용되어 오고 있다.
최근 스트레스는 개인에 의해 의미 있는 것으로 지각되는 외적 및 내적 자극으로 이해된다. 이것이 감정을 야기하고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생리적 변화까지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스트레스 개념은 개인에게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 사건 자체보다는 사건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해석으로 좌우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같은 사건이나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이 스트레스를 인지하면 뇌의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과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돼 코르티솔(cortisol)과 알도스테론(aldosterone)같은 호르몬계의 불균형이나 에피네프린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카테콜아민 분비를 통한 맥박 및 호흡의 증가, 혈압 상승과 관상동맥 및 기관지 확장, 기초대사율의 증가, 사지 근육 및 피부혈관의 수축, 산소소모의 증가 등 전신 반응이 일어난다. 심박 수와 혈압이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되며, 소화기계 활동이 떨어지게 된다. 심하면 두통, 소화기계 질환, 심혈관질환 등 신체질환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지속하는 스트레스는 집중력에 영향을 미쳐 생각을 왜곡시키고 지적 기능을 감퇴시켜 업무 수행성을 떨어트린다. 약속에 늦거나 사소한 질병을 이유로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거나 벗어나려는 행동패턴이 나타나기도 하고, 흡연이나 음주량이 늘거나 식사습관이 변화한다. 만성 스트레스가 지속하면 감정적 손상이 계속되고 수면 패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텅 빈 느낌, 혼란, 불안, 우울, 신경과민, 분노, 근심 걱정 등이 증가하면서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이 생길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적응반응이지만,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불안장애와 우울증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만성적으로 오랜 기간 지속되면 신체적인 손상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기대하며, 평가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처한 상황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트레스는 인지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개인의 노력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먼저 자신이 어떤 일에 얼마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내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이며, 내 몸에서는 어떤 생리적 반응(땀이 나고 심박 수가 증가하거나 메스꺼움)이 나타나고 있고, 스트레스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나는 압도당해서 지금 이 문제를 다룰 수 없을거야 등)을 하고 있는지,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행동(회피 등)은 어떤지를 면밀히 알아보는 것이다.
다음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생각과 행동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자책이나 비관에서 탈피하고 긍정적,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도록 한다. 적당한 거절과 포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너무 부정적으로 한쪽에 치우친 생각을 하는 사람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하는 방식이나 행동의 문제 등에서 잘못된 점을 알아내고 고치는 치료방법을 '인지행동치료'라고 한다.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규칙적이고 적당한 양의 식사, 충분한 수면이 도움된다. 주 3회, 한번에 30분 이상 규칙적인 운동은 신체 활력을 증가시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된다. 커피 등 카페인과 술, 담배 등은 줄이거나 끊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도 계획을 세워 여유를 챙기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사는 게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흉식호흡을 하고 근육이 긴장한다. 신체적인 긴장을 풀고 이완상태를 유도하면 정신적인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사용할 방법으로 심호흡이나 복식호흡, 호흡명상법, 근육 이완법 등이 있다. 하루 3번 이상, 한번에 15분 이상 규칙적인 호흡훈련을 해두는 것이 좋다.
배우자와의 스트레스가 큰 경우, 상대의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자주 상대가 필요하고 상대를 원한다는 표현을 하고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스트레스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는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및 정신건강상태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배우자나 가족 간의 스트레스가 크다면 부부치료나 가족치료를 권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요 악화요인이다.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우선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김경미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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