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도잎에서 추출한 폴리페놀을 주성분으로 하는 식물성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포도=다리 부종개선’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추가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기실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검붉게 익어 탐스러움을 뽐내는 포도는 새콤달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건강 측면에서도 버릴 것이 없는 완벽한 과일이다. 알맹이부터 껍질, 포도잎까지 우리 몸에 이로운 측면이 속속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이다. 환경 적응력도 뛰어나 지구상의 남-북위 20~50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재배가 가능해,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양이 생산되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은 기록 속에도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가 등장하고, 성경에는 155번이나 등장해 기독교를 상징하는 문장처럼 쓰이기도 한다.
오리엔트의 함무라비 법전을 비롯해,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에서도 포도주 항아리가 발견되는 등 인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 본초강목, “포도는 불로장생과 상통하는 효능”
한국에 포도가 처음 알려진 것은 조선시대 초기부터다. 중국에서 건너오면서 페르시아어 ‘budow’를 소리 나는 대로 옮겨 적어 ‘포도(葡萄)’라고 이름 붙였다.
중국의 의서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포도는 근육과 뼈를 강화하고 기력과 의지를 길러주며 몸을 튼튼하게 하고, 오래 먹으면 불로장생과 상통하는 효능이 있다”고 적혀있다.
포도의 알맹이와 껍질에는 폴리페놀의 일종인 타닌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일으키면서 노화방지, 면역력 증진 등의 효과가 있다.
포도주스와 포도주에 들어 있는 식물성 색소인 플라보노이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해 심장병과 동맥경화증 예방에도 탁월하다.
플라보노이드는 녹차를 비롯한 채소나 과일에 많이 들어있지만, 이와 같은 효능은 포도주스, 포도주에만 해당돼 더욱 특별하다.
포도는 피로 회복과 활력 증강에도 좋다.
김동일 동국대일산병원 한방여성의학과 교수는 “포도의 단맛을 내는 포도당과 과당은 기분을 기분을 안정시켜주고 피로를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며 “이뇨작용을 촉진시켜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해 활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포도 자체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에 체액이 산성화되기 쉬운 현대인에게 더 없이 좋은 과일로 꼽힌다.
이혜경 아주대병원 영양사는 “혈액이 산성을 띄게 되면 각종 성인병, 심장혈관질환, 관절질환, 통풍 유발된다”며 “알칼리성 식품을 적절히 섭취해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 암 예방, 부종 개선 효과까지 기대
항암 효과도 있다. 포도에 들어 있는 항독성물질 레스베라트롤 때문인데, 이 물질은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발전하는 것을 차단하고, 이미 암세포로 변한 세포의 증식도를 억제한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 껍질의 보라색에 많이 들어 있다. 이에 포도를 먹을 땐 껍질을 함께 먹는 것이 좋고 포도주는 껍질을 함께 넣어 만든 적포도주를 권한다.
그러나 몸에 좋은 포도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당뇨를 일으킬 수 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도 포도를 너무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고, 장운동이 활발해져서 설사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한편, 오랜 경험을 통한 민간요법을 관찰해오면서 정맥질환을 개선하는 포도잎의 효능에 대해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포도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이 다리가 붓고 무겁고 아플 때 포도잎으로 습포를 만들어 민간요법으로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중국의 약방과 약재를 집대성한 고서 ‘중화본초(中華本草)’ 에서도 찾을 수 있다.
김호철 경희대학교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는 “중화본초를 보면 포도잎이 ‘거풍제습(祛風除濕) 이수소종(利水消腫)’의 효능이 있다고 적혀있다”며 “이는 관절의 붓는 증상을 가라앉히고, 부종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몸에 이로운 포도도 지나치게 섭취했을 땐 해롭게 작용할 수도 있다.
허준선생은 그의 저서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포도를 너무 많이 먹으면 눈이 침침해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당뇨가 있는 사람은 과당이 많이 든 포도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당뇨병이 아닌 사람도 포도를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장운동이 활발해져서 설사병에 걸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조경진 매경헬스 기자 [nice2088@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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