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다들 골프를 시작해서 저도 해보려고 하는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 씨(28)는 최근 골프 입문을 결심했다. 건강에도 좋고 친구·직장 동료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골프채 선택, 레슨 여부, 비용 등 고민이 크다.

대한골프협회와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골프 경험 인구는 2023년 기준 약 700만 명을 넘어섰다. 스크린 골프의 확산과 필드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골프는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스포츠가 아니다. 그럼에도 초보자가 처음 골프를 접할 때 느끼는 장벽은 여전히 높다. 장비와 복장, 소모품과 그린피까지 합치면 시작 비용만 수백만 원이 들 수 있고, 무엇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기준이 없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오버래핑 그립(바든그립)을 완성시킨 레전드 골퍼 해리 바든은 "골퍼의 스타일은 첫 일주일 안에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잘못 배운 습관은 고치기 어렵고, 초보자일수록 독학보다는 전문가의 레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유튜브나 SNS 영상만 보고 스스로 연습을 시작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골프 실력 향상을 위해선 기본기가 중요하다.

특히 부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대한정형외과학회 자료에서는 최근 5년간 골프 관련 부상이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초보자에게서 팔꿈치·손목·허리 부상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처음부터 기본기를 탄탄히 잡지 않으면 부상 위험이 크고 스윙 궤도까지 망가진다. 레슨 비용이 부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부상·시간·장비 교체 비용을 아끼는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재미로 하는 내기 골프에서 잃는 돈은 더 뼈아프다. 

장비 선택도 초보자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영역이다. 프로 선수들이 사용하는 머슬백 아이언이나 로프트 낮은 드라이버가 멋져 보이지만, 실력과 체력, 연습량이 전혀 준비안 된 아마추어에게는 오히려 독이다. 이주호 HPGA 아카데미 원장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클럽을 쓰면 최소 서너타 이상 잃을 수 있다"며 "초보가 디장인만 보고 실력에 맞지 않는 아이언을 쓰면 원하는 거리와 방향으로 볼이 안가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조언한다.

재미있는 점은 최근 투어 선수들조차 관용성이 큰 '쉬운 클럽'을 선택하는 추세라는 것이다. 미스샷을 최소화하고 대회 일정에 따른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여자 프로골퍼들 중엔 4 ~ 5번 롱아이언을 빼고 하이브리드로 대체하는 경우는 이미 흔하다. 하물며 초보 골퍼라면 관용성 높은 드라이버와 캐비티백 아이언, 롱아이언 대신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최근 골프 장비 시장의 흐름은 '데이터 기반 맞춤'이다. 트랙맨(TrackMan)·플라이트스코프 같은 론치모니터로 스윙스피드, 발사각, 스핀량을 측정해 어떤 샤프트와 로프트, 길이가 적합한지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초보자라 하더라도 피팅샵에서 몇 가지 클럽을 테스트하고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피팅 전문가는 "잘 맞는 클럽 하나가 타수를 서너개 줄여주는 경우도 있다"며 "초보일수록 자신의 스윙 데이터를 알고 장비를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상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상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골프메이커들도 AI 등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해 클럽을 개발하고 있고, 그런 클럽들이 골퍼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캘러웨이 골프 관계자는 " AI 기술이 스윙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임팩트 포인트에서도 일관된 퍼포먼스를 제공한다"면서 "이런 제품을 아마추어 골퍼들이 사용하면 관용성이 높아 보다 쉽게 비거리와 방향성 향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단순히 공을 치는 운동이 아니라 회전과 균형, 근력이 모두 필요한 전신 스포츠다. 잘못된 클럽 선택과 과한 연습은 부상을 부르고 흥미까지 잃게 만든다. 반대로 기본기와 자신에게 맞는 장비가 갖춰지면 누구든 골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 김조셉 짐맥클린 아카데미 원장은 "골프를 신선놀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며 "장비와 레슨은 기본이고, 18홀 라운드의 집중력 유지를 위한 체력관리까지 삼박자가 갖춰져야 재밌게 오래 즐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슨 스포츠건 처음 시작하는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에 따라 골프가 좌절과 포기의 스포츠가 될지, 평생 취미가 될지가 갈린다. 이제 막 입문을 준비하고 있는 골퍼가 있다면, 장비 선택과 레슨, 피팅, 체력 관리까지 기본기에 충실한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음 편에서는 이런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초보부터 중급자까지 수준별 겨울 골프 연습 가이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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