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흡수체(SAP), 흡수력 뛰어나 생리대 등에 사용
안전하다 VS 유해하다 논란…국내 규제는 아직

우리가 먹고, 마시고, 입는 모든 것.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물건들은 그냥 탄생하는 게 아닙니다. 이름에도, 성분에도 심지어는 가격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차피 살 거, 알고 산다면 더 잘 고를 수 있을 텐데요. 김보람 기자가 우리 주변 물건에 얽힌 이야기를 취재해 '보람찬 소비생활'을 제안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017년,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불안에 떨게 한 '생리대 독성 파동'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생리대 일부 제품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해당 기업들이 제품 회수와 환불 조치에 나섰죠. 그런데 최근 한 생리대 업체와 연구진이 "국내외 생리대의 72%에서 세포 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 불안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생리대 유해성 논란의 중심, 'SAP'에 대해 알아봅니다. 

지난해 12월 박천권 성균관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한 연구진은 민간 업체(오드리선)와 합동으로 생리대 세포독성 검사를 진행한 결과, 국내외 제품 25종 중 18종(72%)에서 세포독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유통 중인 유기농 생리대 6종, 일반 생리대 10종, 유럽에 유통되는 생리대 9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세포독성 검사는 세포 배양 시험을 통해 무처리 대조군 대비 세포의 생존율을 평가하는 시험법입니다. 시험 물질에 노출 후 24시간 뒤 세포 생존율을 평가했을 때 대조군 대비 80% 이하이면 세포 독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 유기농 생리대 6개 중 2개 제품의 세포 생존율은 60~75%로 나타났습니다. 일반 생리대는 10개 제품 중 9개에서 80% 이하의 세포 생존율이 확인됐습니다. 세포 생존율이 대조군 대비 80% 이하이면 세포독성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즉 일반 생리대 10개 중 9개가 세포 독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생리대의 구조 [그래픽=김나리 기자]
생리대의 구조 [그래픽=김나리 기자]

생리대의 유해성을 이야기 할 때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분은 '흡수층'입니다. 생리대는 커버, 흡수층, 방수층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가운데 흡수층이 생리혈을 흡수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주로 '고흡수성 고분자(Superabosorbent Polymer, SAP)'라는 합성 고분자 물질이 사용되곤 합니다.

SAP는 자체 무게의 500~100배에 이르는 물을 흡수할 만큼 흡수력이 뛰어납니다. 생리대 유해성 파동이 일자 최근엔 흡수층에도 SAP를 배제하고 천연 소재로 만든 유기농 제품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SAP는 좀 억울할 수 있겠습니다. SAP는 흡수력이 좋은 만큼 기저귀, 애견패드 등에도 사용됩니다. SAP는 먹어도 되는 물질이라는 주장도 있는데요. SAP를 사용하는 한 생리대 업체는 "강한 흡수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SAP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흡수력이 좋고 안정적인 분자 구조의 생리대에 특화된 SAP를 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 연구를 진행한 박천권 교수도 "SAP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이지만 안전성을 검증받고 사용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특별히 예민한 경우 SAP를 사용하는 생리대보다는 SAP가 없는 유기농 생리대 사용을 권장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직 SAP가 유해하다 혹은 무해하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어보입니다. 그만큼 크게 불안할 필요도 없습니다. 물론 SAP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으니, 관련한 규제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현재 SAP의 함량 허용치 기준은 전무한 상태. SAP가 인체에 유해하지 않더라도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으로서 환경에는 해롭다고 하는데요. 분해되는데만 500년 이상 걸린다고 합니다. 최근엔 식물성 SAP 개발에 나선 곳들도 있다고 하죠. 우리 인체와 환경에 모두 이로운 SAP가 어서 세상 밖으로 나오기 기대해 봅니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