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심판이 없는 스포츠
'정직'과 '배려'가 중요한 가치

서울 강동구 거주 50대 골퍼 A씨는 부모님 따라 10대 시절부터 시작한 골프지만 실력은 보기플레이 수준. 나이가 들수록 관리가 필요하단 생각으로 꾸준히 골프를 즐기고 있다. 

그런데 A씨는 골프장 분위기가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우선 옷차림만 봐선 골프를 치러 온건지 구분하기 어려운 복장의 2~30대 골퍼들이 많아졌다. 특히 그들은 라운드 준비는 뒷전. 스마트 폰을 들고 골프장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사진 찍기 바빠 보였다. 

A씨는 라운드 도중에도 그런 행동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MZ세대가 SNS 게시용으로 사진 찍는 것 까지는 이해하지만, 라운드 중 사진 찍기 위해 옷을 여러 번 갈아입더라"면서 "뒤이어 플레이 해야되는 다른 골퍼들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골프장이 인스타 맛집으로 떠오르면서 사진마니아 초보 골퍼들의 폭주는 주말 그린피를 35만 원 이상까지 올려놓는 파워(?)도 보였다. 

수도권 D골프장 한 관계자는 "애초 운동보다 사진을 목적으로 온 듯한 고객들도 더러 있는 것 같다"며 "매홀 기념사진 찍는데 시간을 쓰다보니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초보 골퍼 중에는 스크린골프로 골프에 입문 한 경우도 많다. 스크린골프만 치다가 라운드 경험이 없는 골퍼 4명이 한팀으로 오는 경우엔 그야말로 난장판이 된다. 

충청권 골프장 캐디 B씨는 "예전에는 경험 많은 골퍼가 초심자를 데려와 사소한 것부터 가르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면서 "그런데 요즘은 4명 한 팀이 모두 골린이인 경우도 많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처음 라운드에 나 온 골퍼들 경우 황당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골프장 관계자는 말했다. 그린 위에서 자기 골프공 뒤에 마크 하거나 상대방 퍼트 라인을 밟지 않는 것 등 기본 매너를 모르는 건 다반사. 심한 경우엔 골프공이나 티(TEE)도 없이 골프장에 그냥 오는 골퍼들도 있다면서 웃픈 현실을 전했다. 

골프 업계 관계자들은 MZ세대가 늘어나면서 공통적으로 바뀐 가장 큰 특징으로 '늦장 플레이'를 꼽았다. 골프에 진심인 초보 골퍼들이 동반자나 다른 팀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플레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심지어 그린 위에서 퍼트로만 몇 분씩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골프 이것만 지켜도 기본은 한다

골프는 예민한 스포츠다. 꾸준히 연습을 안하면 못칠 수 있다. 당연하다. 한달에 두어번 라운드 나가면 플레이도 서툴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골프를 멘탈 스포츠라고 한다. 그만큼 동반자와 정서적인 교감이 중요하고, 영향도 많이 받는다. 

특히 요즘같이 골프장 비용이 천정부지로 솟구친 시기엔 더욱 조심해야 겠다. 몇몇 골퍼들의 비매너 플레이로 다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면 정말 화가 날 노릇이다. 국내 골프장 여건상 진행을 무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절대 남들에게 피해를 주진 말아야 겠다. 그들 역시 바쁜 시간 쪼개서 비싼 돈 주고 골프장에 온 사람들이다.

흔히 '머리 올린다'고 표현하는 생애 첫 라운드를 앞둔 골퍼가 있다면 꼭 명심하자. 골프장엔 티오프 최소 1시간 전에 도착하자. 복장은 골프장이 정한 가이드를 준수하자. 골프비 결제는 어떻게 하는지도 알고 오자. 

티잉그라운드에서 상대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면 조용하게 있자. 스윙에 방해되지 않도록 시야에서도 비켜 있는 게 예의다. 어디에 있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면 캐디 옆에 있으면 된다. 

자기 샷 순서가 되기전에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순서가 오면 샷을 하자. 순서가 왔느데 그제서야 장갑끼고 공을 찾고 그러지 말자. 또 프리샷 루틴으로 시간을 오래 끌지 말자. 티오프 간격은 일반 골프장은 보통 7~8분이다. 이 시간 안에 티샷부터 퍼트까지 한팀 4명이 홀을 마무리 하고 통과해야 된다. 

골프공은 티샷을 한 후 인플레이 상황에선 터치 하면 안되고 되도록 그 자리에서 쳐야한다. 공이 사라졌거나 치기 힘든 상황에선 캐디의 진행에 따르면 된다. 특히 티샷한 볼이 O.B가 났다고 골퍼 마음데로 한번 더를 외치면 곤란하다. 동반자와 캐디에게 양해를 구하고 샷을 해야 된다.

티샷 후 아이언샷은 그린과 거리가 먼 순서로 플레이가 이어진다. 이때 주의점은 내 공을 찾기위해 앞서 나가면 안된다. 뒤에서 친 골프공에 맞는 타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멀리건(벌타없이 주어지는 샷 기회)을 무리하게 하다가 타구 사고도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A골프장 캐디는 "당연하듯 멀리건을 하는 골퍼를 보고 놀랐다"며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고, 진행에도 무리가 없어야 한다"며 황당 사례를 전했다. 

그린 위에 공이 올라가면 공 뒤에 마크를 하고 공을 집어야 한다. 캐디가 공을 닦아주고 퍼팅 라인 읽는 걸 도와줄 수 있지만 라인 읽는 거 만큼은 골퍼 자신이 직접 하는 게 좋다. 골퍼 자신의 스트록에 따라 밀어 치는지 때려 치는지에 따라 라인은 달라진다. 본인 실수를 두고 캐디 탓하는 골퍼 만큼 꼴불견은 없다. 

골프는 심판이 없다. 골퍼 개인의 양심과 자율에 맡겨 경기가 진행된다. 그만큼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필수고, 라운드 할 때 지켜야 할 룰이 중요한 이유다.

얼마전 국내 여자 프로 골프 대회에서 올해 루키 선수가 해선 안 될 행동을 저질러 팬들은 물론 골프계에서 큰 이슈가 됐다. 자신의 공이 아닌 공으로 오구 플레이를 하고 한달이나 지난 시점에서 그 사실을 알린 것. 호쾌한 드라이버샷이 장기였던 그는 이번 일로 자신의 골프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겼다. 선수 생명까지 영향 줄 수 있을 만큼 중대한 제재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골프 매너와 룰을 한순간 어긴 실수 치고는 그 대가와 책임이 참혹하다.

즐겁고 안전한 라운드를 위해선 아마추어건 프로건 골프 매너와 룰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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