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 윤희종 홍보팀장

구 소련에서는 인민들이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연간 400억시간을 줄서기로 허비했다는 통계가 있다. 약 3억명 인구 중 어린이, 학생, 노약자 등을 빼면 1인당 연 200시간 이상 줄을 선 것이다. 특히 주부들의 줄서는 시간은 하루 5시간을 넘었다고 한다. 줄서기가 습관이 됐기에 어디 가나 줄이 있으면 이유도 모른 채 맨 뒤에 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하염없는 줄서기는 곧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자원배분 방식으로서 줄서기는 매우 비효율적이다. 시간도 돈 이상의 가치가 있는데 온전히 허비하게 만드는 탓이다. 따라서 시장경제 체제에선 줄서기 회피수단을 다양하게 강구해 왔다. 놀이공원 패스트트랙, 예매, 예약 등이 그런 사례다.

그럼에도 줄을 서야 하는 곳에는 암표상이나 줄을 대신 서주는 알바가 등장한다. 비용을 지불할 용의는 낮지만 시간이 많은 사람과 지불용의는 높지만 시간이 없는 사람 간에 거래가 형성되는 것이다. 선착순이 초래하는 비용과 비효율을 줄인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는 평등의 탈을 쓴 선착순이라는 단어의 함정에 언제나 빠져버리곤 한다. 급속한 골프 산업 성장과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사업자의 경영 자율성 침해와 불편을 야기하는 각종 규제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오늘날 골프업계에서 선착순의 함정에 빠져버린 곳이 바로 예약 관련 규제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비회원제 골프장이다. 

현재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체육시설법) 제21조에 따르면, 비회원제 골프장(대중형 골프장 포함)을 운영하는 자는 예약 순서대로 예약자가 골프장을 이용하도록 하되, 예약자가 없는 경우에는 이용자의 도착 순서에 따라 골프장을 이용하게 하도록 하는 선착순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정 기간의 이용 시간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골프 패키지 상품 판매, 단체이용, 유소년 골프선수의 연습 및 대회 개최 등에 제약을 받는 등 현장에서의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으며 위원들 간 갑론을박으로 현재 문체위 소위원회에서 계류중이다. 

김 의원은 체육시설법 제21조에 제4항을 신설해 비회원제 골프장 운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4항에는 ‘제2항과 3항에도 불구하고 비회원제 골프장을 운영하는 자는 이용자의 편의 증진과 골프장 경영활동을 위해 다음 각 호의 이용을 위한 이용 우선권을 제공하거나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호에는 △골프와 숙박을 결합하는 패키지 상품 △동창회·친목단체·외국인 단체 등 비정기 단체 이용 △아마추어·유소년 연습의 골프대회 등이 담겼다.

기회의 평등만을 주장하며 선착순만 고집하는 것은 수많은 모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해외 골프 여행 급증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골프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비회원제(대중형)골프장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년 대비 내장객은 6.1%감소하고 매출액은 7.4% 감소했다. 또 규제로 인해 골프 예약 에이전시의 지배력만 강화되어 예약 수수료 부과로 골프장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골프장 특성상 임박한 예약을 다른 대체제로 보전하기 어려운데 주말과 공휴일 4일전, 평일 3일 전 예약취소로 인한 골프장 영업 손실 막대하고 유소년 대회 개최, 불우이웃돕기, 자선골프대회등 사회공헌성 골프대회 개최, 외국인 골프 관광객 유치에도 곤란을 겪고 있다.

평등이라는 미명 아래 선착순의 함정에 빠져 정말 필요한 것들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회와 정부는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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