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민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
한승민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

1964년, 미국의 고등학생 랜디 가드너는 11일 동안 잠을 자지 않아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고 결국 환시, 망상 등에 시달렸다. 기네스북은 훗날 이렇게 위험한 종류의 기네스는 기록으로 인정해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잠을 잘 자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면은 다양한 기능이 있다. 낮에 사용한 신체적인 에너지와 뇌의 소모된 기능을 회복시킨다. 이를 항상성 회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잠을 자는 동안 낮 시간 학습된 정보 중 필요한 것들은 뇌에 저장하고 불필요한 것은 버리는 기능이 있다. 감정 조절 기능도 한다. 하루의 불쾌하고 불안한 감정을 정화해준다. 그래서 우리는 푹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힘든 것이 떨쳐지고 상쾌함을 느끼는 것이다. 

미국 국립수면연구재단 발표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적정 수면시간은 8-10시간, 성인의 수면 권장 시간은 7-9시간이다. 하지만 요즈음 이러한 권장 시간만큼의 수면을 이루지 못하고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수면의 어려움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개월 이상 계속되면서 잘 기회가 있어도 못 자거나 잠들더라도 수면의 유지가 어려운 경우를 불면증이라 정의한다.

불면증이 있을 때 치료를 미루는 것은 옳지 않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물에게는 생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이고 중요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면-각성 항상성(sleep-wake homeostasis)이다. 오랫동안 수면과 각성의 안정성이 깨진 채로 생활하면 신체 기능과 면역 작용이 저하된다. 또 기억력 및 집중력도 떨어져 결국 수많은 질병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불면증이 있을 때는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까? 불면증을 치료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비약물 치료와 약물 치료로 나눌 수 있는데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비약물 치료는 수면 위생교육이라고도 하는데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1. 규칙적인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기를 꼭 지킬 것

2. 수면시간에만 침대에 누워 있기

3. 과도한 낮잠 피하기

4. 기온이나 밝기 소음 등 수면 환경 조성하기

5.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고 수면 전 과식은 피하기

6. 술, 담배, 커피, 각성 음료 피하기

7. 잠들기 전 이완 요법을 시행하기 (ex. 명상, 요가)

8. 잠이 안 오면 억지도 잠을 청하기보다는 침대에서 나와 지루한 활동을 차분히 하고(독서 등) 졸리면 다시 침대로 가기

9.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계 치우기 (스마트폰 포함)

10. 업무, 복잡한 생각 등 고민거리는 침대에 가져오지 않기

11.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 하지 않기

만약에 위의 방법들을 충분히 사용했는데도 여전히 불면증으로 힘이 든다면 약물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불면증을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불면증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불면증은 많은 경우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 선행된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무척 흔하다. 결국 증상을 찾아 진단하고 치료해 불면증을 회복하게 된다.

때문에 잠을 못 잔다고 해서 무작정 수면제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잠을 잘 못 자는 '사소한' 이유로 병원에 가야 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잠을 못 잔다는 '너무나 중요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것이다.

불면증은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잠을 자는 것이 힘든 분들은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에 들러 꼭 도움을 받으셨으면 한다.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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