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이온 가속시켜 암세포 타격하는 중입자치료 
전 세계 5개국만 시행…일본과 독일이 가장 앞서

내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중입자치료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중입자치료는 기존의 방사선치료가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현존하는 암 치료 중 부작용은 가장 적고 효과는 강력하다고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많은 국내 암 환자들이 일본, 독일 등으로 중입자 원정치료를 떠나 약 1억 원 상당의 비용을 내야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중입자치료가 시작되면 암 치료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헬스는 두 편의 기사를 통해 중입자치료의 원리가 무엇이고 국내외 현황은 어떤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봤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탄소이온 가속시켜 암세포 정밀 타격하는 중입자치료 

현존하는 암 치료법은 크게 수술, 항암, 방사선 3가지로 나뉜다. 수술은 암의 악성종양을 직접 제거하는 것이고 항암은 약물 사용해 암을 치료한다. 방사선 치료는 방사선으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치료법이다. 암 치료는 암의 종류, 정도, 환자의 상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지며 의사가 가장 적합한 치료를 선택한다. 

현재 중입자치료는 전 세계 5개 국가(일본,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서만 받을 수 있다. 국내서는 서울대병원과 신촌 세브란스병원이 중입자치료를 도입할 예정이며 내년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전까지는 중입자치료를 위해 일본이나 독일 등으로 원정치료를 받으러 떠났다. 치료비, 체류비 등을 포함해 약 1억 원 가량 소요된다. 치료비만 따지면 우리나라 돈으로 3000~4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국내에 도입되면 이와 비슷한 금액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사선은 전자파를 사용하는 광자선(X선, 감마선)과 원자를 사용하는 입자선(양성자, 중입자)으로 나뉜다. 보통 국내 방사선 치료는 광자선인 X선을 이용한다. X선은 몸 속 암세포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정상 조직까지 파괴해 부작용이 있다. 그러나 입자는 목표인 암세포에 도달하기 직전 에너지를 모두 발산하고 사라진다. 

중입자치료는 이 입자를 환자 몸에 쏘는 치료법이다. 탄소이온을 중입자가속기로 빛의 70% 속도까지 가속해 환자에게 직접 쏴 암을 파괴한다. 가속된 탄소이온 입자가 암세포와 만나면 폭발을 일으켜 암세포 DNA와 암 조직을 사멸시킨다. 정상세포를 최대한 보호하고 암세포를 집중 조사(照射)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다. 

중입자치료 원리. 사진 = 서울대병원
중입자치료 원리. 사진 = 서울대병원

중입자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가량 무거워 암세포를 훨씬 많이 파괴한다. 암 주변 다른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아 방사선치료 시 겪는 구토, 탈모, 피로 등의 부작용이 적고 치료기간도 짧다.

우홍균 서울대병원 중입자가속기사업단장은 “그동안 헬륨, 질소, 실리콘 등 다양한 입자를 실험했지만 탄소를 사용했을 때 정상조직 피해가 적고 암 조직 살상 능력이 뛰어났다”며 “이러한 이유로 중입자치료에 탄소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QST병원(구 NIRS)이 주요 의학학술지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 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간도 짧다. 기존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는 평균 30회의 치료를 받지만, 중입자 치료는 12회에 불과하다. 치료기간도 5~7주인 기존의 방사선 치료에 비해 중입자 치료의 경우 초기 폐암은 1회, 간암 2회, 가장 치료 기간이 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은 3주 이내에 치료가 끝난다.

중입자치료 앞장서는 일본과 독일 

현재 일본과 독일이 중입자치료 분야에서 앞장서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중입자치료기는 총 13개다. 일본,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 5개국이 도입했다. 이 중 일본은 세계에서 중입자치료를 가장 일찍, 또 많이 시행한 나라다. 중입자치료기 13개 중 7개가 일본에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치료센터가 바로 QST병원. 1984년 최초로 의료용 중입자가속기(HIMAC) 개발을 시작했다. 이로부터 10년만인 1994년 치료를 개시한다. 2019년 말까지 약 2만 9천명이 치료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양자선을 5mm 간격의 여러 층으로 나눠 조사하는 적층 원체 조사시스템을 도입했다. 조사시간은 비교적 길지만 복잡한 형태의 암도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다. 

기장암센터에 들어설 고정빔치료실(왼), 갠트리 치료실 사진 = 서울대병원
기장암센터에 들어설 고정빔치료실(왼), 갠트리 치료실 사진 = 서울대병원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이온빔치료센터(HIT)가 2009년 일본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중입자치료를 시작했다. 연 700명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이중 95%는 외래환자다. HIT는 양성자치료와 중이온치료가 모두 가능한 통합치료기를 도입했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6개월에서 2년 간 30~40회 받아야 하지만 통합치료기는 절반 이상 횟수를 단축한다. 움직이는 장기도 치료하는 3D Raster scanning 시스템도 갖췄다. 

일본과 독일 모두 입자 가속 장비인 싱크로트론과 치료 장비 갠트리를 도입했다. 갠트리 사용 이전에는 환자가 누워있는 베드를 중입자 빔에 맞춰 움직여야 했다. 그런데 갠트리는 360도 회전하면서 중입자를 쏴 환자가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에 환자의 불편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치료 시간도 단축된다. 정교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 중입자가 정상세포에 도달할 확률도 줄어든다. 

우 단장은 “일본과 독일이 중입자치료에서 가장 앞서지만 여러 연구 성과들은 일본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데 일본은 특히 벌써 2세대 중입자치료를 준비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로 중입자치료 연구를 하려면 일본에 가야 한다. 앞으로 우리도 중입자치료를 상용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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