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4년 전부터 남편이 돈을 벌어오지 않고 귀가 시간이 늦어지고 외박이 잦아져 바람이 났다고 의심, 뒤를 추적했다. 쫓아간 현장은 동네 PC방이였고 남편은 게임을 하고 있었다. A씨는 그 동안 남편이 직장에 나간다면서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던 것을 알고는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한 때 '게임할 나이가 지났다’며 게임과 연을 끊는 어른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의하면 40대의 76%, 50대의 56.8%가 지난 1년간 PC, 모바일, 콘솔을 비롯한 게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 시설에서 모바일 게임에 몰두하는 중년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공공장소인 PC방과 오락실 이용 비중은 줄었지만 개인 PC, 모바일 이용시간은 늘었다. 중년층 역시 이런 경향을 따르고 있었다

문제는 중년의 게임중독이다. ‘게임중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게임에 과몰입한 상태를 의미하며 2018년부터 WHO에 의해 질병으로 분류됐다. 그 동안 소아청소년 중심으로 발생해온 게임중독 현상이 점차 중년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중독관련 상담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배우자나 부모의 게임중독을 상담하는 글들이 눈에 띈다.

◆ 회사에서 게임하는 부장님…혹시 게임중독?

중년의 게임 중독은 과거부터 꾸준히 게임에 탐닉했을 경우 젊은 층과 증상은 다르지 않다. 게임중독 진단은 I-GUESS라는 자가보고형 선별 도구로 진행하며 10점 이상 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승엽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물론 단순히 점수만으로 게임사용장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없다. 과도한 게임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결과가 본인에게 파괴적인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조직 관리자가 매일 2시간 이상 게임을 해도 근무 중 여유가 많거나 업무나 가정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독으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일반 직원이 인사 고과에 부정적 평가를 받을 위험에도 불구하고 근무시간 중 게임을 멈추지 못한다면 중독을 의심할 수 있다.

◆ 중년 게임중독, 우울증과 관계 있어
또한 이 교수는 “지금까지 다른 중독 문제가 없었는데 중년에 갑자기 게임 중독에 빠졌다면 기저에 우울증이 자리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염두에 두고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우울증 전체 진료인원 중 중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며, 인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실적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은퇴 후 공허감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가정 주부의 경우 양육과 부양에 대한 부담에 시달리거나 자녀의 독립으로 ‘빈둥지 증후군’을 겪는 때다. 심지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러 왔다가 게임중독이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류석상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문화본부장은 2016년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스마트상담실’을 통해 “나이가 들며 심리적 헛헛함을 느끼는 중년 남성들은 술, 담배, 혹은 게임을 찾기도 한다”며 “경쟁적인 현실보다 게임 속 세상은 흥미진진하고 즉각적 보상을 얻게 되어 성취감을 느끼기에 현실을 외면하고 게임으로 빠져들 수 있다”고 전했다.

◆ 중년의 게임중독, 지금도 치료 늦지 않아
중년 부모의 게임중독은 그 자녀에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근거는 아직 부족하나 알코올, 마약 등 물질 중독은 유전적 요인이 50~60%이며 인터넷 등 행위 중독도 그에 준하는 수준으로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적 요인도 상당부분 작용한다.

중년층의 게임중독 치료는 동기강화 및 인지행동 치료 그리고 약물학적 개입으로 진행된다. 게임중독 치료의 핵심은 문제를 지속시키는 원인요소 해결로, 나이에 따라 치료 결과가 좌우되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중년의 게임중독 치료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부모’라는 외부 자원이 없다는 점이 아동청소년의 치료에 비해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대신 성인은 스스로 치료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내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같은 높은 치료 동기가 치료에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게임중독의 늪에 빠진 중년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또 다른 존재는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게임 중독에 빠진 배우자나 부모를 비난하기 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나눔으로써 게임으로 풀 수 밖에 없었던 정신적 어려움을 이해해주어야 한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소통하고 위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게임 중독 당사자가 새로운 삶의 의지를 다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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