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준 중앙대학교 병원 산부인과 교수(58세)의 의료 철학은 ‘디테일’이다. 산모의 이상 증세를 적시에 예리하게 캐치하기 위해 하루에 분만실을 5회씩 회진하는 업무 철칙을 지켜오고 있다. 60을 바라보는 연령에도 이처럼 바쁜 진료 스케쥴을 소화할 수 있는 버팀목은 바로 꾸준한 체력 관리에 있다. 고위험 산모 명의로 알려진 김광준 교수가 수많은 태아들을 살리는 원동력이 된 건강 관리 비법을 알아보았다.

◆ ‘세수는 헬스장에서’...30여년 유지한 운동 습관
30대 시절의 김광준 교수는 마른 체구였지만 결코 약한 체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4, 50대가 되면 체력이 약화되어 업무를 하지 못할 것을 대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실제 산부인과 전문의는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 직업이다. 김광준 교수는 “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초음파 검사를 매일 하다보면 어깨와 팔에 통증이 발생한다. 둔위교정술(역아자세의 태아를 정상 자세로 되돌려놓는 시술)도 간혹 태아가 잘 안 돌아가서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하는 케이스가 있는데 여름에는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을 정도다”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김 교수가 지금까지 1300례 이상의 둔위교정술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젊을 때부터 시작한 몸 관리 덕택이다.

바쁜 일상에 작심삼일이 되기 쉬운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김 교수는 발상부터 바꿔 작전을 짰다. 김 교수는 “‘매일 헬스를 한다’보다는 ‘매일 세수를 한다’고 인식하면 훨씬 지키기가 쉽다”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헬스장으로 가서 세수를 하고 나면, 헬스장 분위기에 따라 저절로 운동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광준 교수의 바디프로필

김 교수의 운동 프로그램은 격일로 4km 달리기와 30분 근력운동을 번갈아 진행하는 것이다. 이후 아침식사는 배달 컵과일로 간소하게 해결하고 있다. 자신의 꾸준한 건강습관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달 동안 준비하여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30년 가까이 계속 운동하고 관리하니 중년에 찾아올 수 있는 만성질환이 아직까지 없고 기운이 딸린다는 느낌이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차후 도전하고자 하는 운동 종목은 바로 스쿠버다이빙이다. 아직은 바쁜 해외 학회 스케줄로 정년퇴직 후 본격 뛰어들 계획이다.

◆ 산부인과 전문의의 딜레마, 예술작품으로 승화
김광준 교수의 주 전공은 ‘고위험 산모’다. 김 교수는 “태중에서 혹은 출산 후 문제가 생기는 태아를 다루는데, 이 중에는 살릴 수 없는 케이스가 발견되기도 한다.”며 “현대 의료기술과 의사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다.”고 밝혔다.

이런 진료 현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 비결은 후배 전공의들과의 대화다. 국내 산부인과계에서 권위자의 지위를 획득했음에도 한결같이 소탈하고 겸손한 김 교수의 모습에 후배들은 쉽게 속마음을 터놓는다. 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선후배간의 교류는 의료 현장에서의 고충을 나누고 서로를 위안하는 장이 되었다.

또한 김 교수는 틈틈이 취미 활동을 통해 병원에서 소진되는 정신적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병원을 찾아온 기자에게 김 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촬영하고 인화한 사진들을 직접 보여주었다. 그는 해외 학회를 다녀오면서 마주하는 갖가지 아름다운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오고 있다. 촬영된 사진은 매년 크리스마스 카드로 만들어 지인들에게 보낸다. SMS로 기념일 이미지를 지인에게 뿌리는 방법이 만연한 오늘날 만년필로 지인에게 1:1로 쓴 그의 수제 카드에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또한 단독주택 지하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7년 째 목공(木工)을 해오고 있다. 집에서 사용하는 서랍, 의자, 책상들과 아내의 화장대도 모두 그가 직접 제작한 것. 산모와 태아를 대하는 그의 섬세함이 목공 제품에도 반영되어있음을 볼 수 있다. 정년퇴직하면 본격 목공에 매진할 계획이다.

 

김광준 교수가 촬영한 사진(좌)와 직접 제작한 목재 가구(중), 작업실(우)

김광준 교수는 7권 이상의 우리말 초음파학 교과서를 퍼낸 태아 초음파계의 대가이자, 국내에 몇 안되는 둔위교정술의 권위자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2019년 국무총리상을 수여받았으며, 입소문을 타고 많은 고위험 산모들이 뱃속의 생명을 살리고자 그를 찾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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