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내가 좋아한 배우 K에게 하나의 사건이 터졌다.

전 여자 친구가 그의 인성을 폭로했는데, TV드라마에서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라서 도저히 믿겨지지 않은 일이었다. 어떻게 저런 얼굴을 하고 저렇게 행동을 했을까 믿기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람의 얼굴 표정에는 그의 인성이나 살아온 날들도 보이기 때문이다.

그 일로 인해 그는 계약한 광고에서 하차 하고 손해배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필자는 혹시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 사건 이후 1-2주 동안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도 배우 K를 드라마나 영화에서 계속 보고 싶은데 혹시 그가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의 달달한 목소리와 선하고 환한 미소를 계속 보고 싶었다.

그런데 디스패치가 배우 K의 사건을 깊숙이 취재하고 진실을 보도했다. 그의 인성이 훌륭했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사건을 폭로한 여자의 과거와 신상과 카톡 내용이 모두 공개되었다. 한 남자가 매장될 뻔 했는데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인기 절정에 있지 않았거나, 그의 팬들이 걱정하지 않았거나, 그의 편을 들어주기 어려운 정치인이나 종교인이었다면 디스패치처럼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없었을 것이고, 결국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소문이나 이미지 손상만으로 그는 사회에서 영구적으로 매장되었을 것이다. 또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카카오톡이나 동영상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는 진실이 밝혀질 수 있는 증거를 많이 찾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고 동시에 진실을 숨기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뉘는 성적인 문제에서 피해자라고 우기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가해자로 지목되는 사람의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많다. 특히 10대에 성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자인 여성이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고, 가해자라고 낙인찍힌 남성이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즉 10대의 죽음에 사고와 자살이 많은데, 그 중에 성적인 문제가 많다. 특히 어느 시점에서 성적인 문제는 그 사람에게 정말로 중요하다. 그 시기에는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밖에는 없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작은 실수를 했더라도 목숨을 걸 정도로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50살이 넘은 산부인과 여의사로서 성적인 문제로 죽음을 선택하거나 삶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배우 K의 과거 연인처럼, 인류가 생긴 이래로 성을 무기로 사용했던 일은 많았다. 전쟁 중에도 적의 기밀을 빼오기 위해 여자를 스파이로 사용했고, 기업에서도 미인계를 사용하고, 첩보 영화를 봐도 성을 무기도 쓴다. 또한 평범하게 살아가는 남자나 여자도 성을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그렇게 성은 여자가 남자에게, 혹은 남자가 여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런데 무기일 경우 반드시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즉 칼을 사용할 경위 내가 그 칼에 찔릴 수도 있고, 총을 사용할 경우 그 총에 내가 맞을 수도 있다. 즉 상대방을 다치게 하거나 부셔버릴 수도 있지만 나도 다칠 수 있다. 그래서 성을 무기로 쓸 때도 똑같은 각오가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혹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성을 도구로 사용하면 서로가 행복할 수 있지만 성을 무기로 사용하면 죽음이나 파멸을 가져올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을 때 상대방을 망하게 하고 싶어서 성을 무기로 사용하고 싶겠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행동이다. 그 때 당시는 그 사람이 아니면 죽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인연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연이 아닌 사람을 성이라는 무기로 협박을 하면서 억지로 묶어놓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사는 인생이 행복하지도 않고, 그 사람보다 내 인생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성을 무기로 사용해서 누군가를 죽이거나 부셔버릴 수도 있겠지만, 실패하면 자신이 파멸할 수 있다. 누군가를 부셔버릴 작정이라면 당연히 자신도 부셔질 각오를 해야 한다. 익명의 시대라고 예외는 없다.

대한민국에서 그동안 성을 무기로 사용했던 익명의 제보자들은 가해자만큼 많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 가해자라고 알려진 사람들만 매장되었다. 가해자라고 생각되는 사람 중에 억울한 사람도 많았겠지만,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사회에서 사라졌다. 왜냐하면 그 사건을 보면서 관음증을 즐기는 대중이 있었고, 그 기사를 써서 돈을 버는 기자나 방송국이나 신문사가 있었고, 그 사람을 매장해서 이익을 보는 개인이나 단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외국은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르윈스키와 같은 성 스캔들이 일어났어도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재선되었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고등학교 때 유부녀 선생님과 성관계를 가졌어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어떤 문화가 더 낫고 덜 낫고의 문제는 아니다. 가치의 문제이고, 문화의 차이다.

그런데, 개인이 한 일이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고,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라면, 그것을 국가나 판사나 여론이 판단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상대방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헤어져야지, 못 가졌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을 부셔버리면 평생 행복할까? 쉽게 이기기 위해 사생활을 이용하거나, 함정을 파 놓고 미인계를 사용하는 것은 비겁하고 치사한 방법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일은 우리사회에서 자주 일어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도 그런 전략과 전술이 먹히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개인의 사생활과 그 사람의 직업적인 능력을 구분 지었으면 좋겠고, 사생활의 결정은 당사자나 그 사람의 파트너끼리 해결할 일이지, 사회나 법이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냥 가십거리로 얘기를 할 수는 있지만, 그 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은 중세의 종교재판이나 마녀 사냥과 무엇이 다를까?

한 명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라는 법의 심판처럼, 누군가가 피해본 것도 아닌 두 사람의 사적인 일로, 즉 강간이나 살인 같은 일이 아닌 개인의 감정적인 일로, 혹은 권력이 사용되거나 강제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일로, 사회나 국가가 판단하는 일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다면, 그것은 매우 원시적으로 보인다.

만약에 여러분이 사생활이나 성생활 문제가 매스컴에 나온다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떨까? 그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고, 당사자의 문제인데, 사회에서 당신의 사생활을 난도질한다면 어떨까?

배우 K 사건이 잘 해결되고, 그의 미래가 밝기를 기도한다.

이 사건이 하나의 판례가 되어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을 치사한 방법으로 얻는 것이 가능한 사회가 안 되기를 바라고, 치사한 일을 만드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우리 사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졸렬한 방법이 안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이루어 내야 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성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많이 상담한 산부인과 여의사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각자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발하고 싶다.

We can do it!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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