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어떤 여성이 최근에 재혼을 앞두고 우리 병원에 찾아왔다.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은 별로 행복하지 않았다. 결혼 후 남편과는 15년간 섹스리스였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그녀는 남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시험관시술로 두 아이를 제왕절개로 낳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노력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결국 이혼을 선택했다.

그런데 이혼 후 그녀에게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왔다. 유학시절에 만나서 썸을 탔던 첫사랑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그리고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그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질과 외음부에 금실도 넣고, 고주파 시술도 받고, 열심히 노력한 후에 첫 날밤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한 에로틱하고 멋진 첫 날밤이 아니었다.

아파서 성관계도 불가능했고, 15번 정도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끝냈는데, 아무 느낌도 없었고, 끝까지 할 수가 없어서 성관계를 중간에 끝 내야했다.

그녀는 이론과 실제가 달라서, 깜짝 놀라서 나를 찾아왔다.

책에서 읽고 드라마에서 본 사랑은 현실과 많이 달랐다.

아름답고 달콤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랑과,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성관계는 전혀 달랐다.

그녀를 내진했더니, 이미 폐경이 된 그녀의 질은 위축되어서 딱딱했고, 특히 질 입구는 팽팽한 고무줄과 같아서, 성관계를 할 때 음경을 조이고 아플 것으로 예상되었다. 당연히 성관계를 즐거움보다는 통증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녀는 70-80년대 대한민국의 보수적인 성교육을 받았고, 그리고 보수적으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성에 대해서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이 있었다.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지만, 마음과 행동에는 제약이 많았다. 여자는 조신해야 하고, 밝히면 안 되고, 그래서 성에 대해서는 되도록 몰라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말투는 사무적이었지만 행동은 격식을 차리고 예의가 발랐고, 빈틈이 없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나 여성의 태도이지만, 사랑을 위해 필요한 태도는 아니다.

사랑은 좀 더 자연스럽고, 빈틈이 있고, 그리고 약간 흐트러져야 하는데, 하지만 일을 잘 하기 위해서 그런 태도는 또한 조금 곤란하다.

그렇다면 일을 잘 하는 것과 사랑을 잘 하는 것은 공존할 수 없을까?

산부인과 의사로서 그녀에게 갱년기 여성호르몬제를 권해도 그녀는 갱년기 여성호르몬제에 대한 확고한 부정적인 생각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았고, 자신의 의견만을 얘기했다. 결국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질레이저 시술밖에 없었다. 그녀는 질레이저 시술을 하면서,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1. 성관계를 잘 하려고 하지 말고, 즐기세요.

공부든, 운동이든, 노래든 잘 하려고 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고 의도나 목적이 생깁니다. 하지만 즐기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고, 나의 만족이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즐기다 보면 결국 더 잘 하게 되고, 더 행복해집니다.

하버드 졸업생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추적관찰을 했다.

한 그룹은 졸업 후에 돈을 버는 일을 먼저 하고, 다른 그룹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한 그룹이었다. 20-30년이 지난 후에 누가 더 돈을 많이 벌고, 성공했고 행복한지 조사를 했더니, 후자의 그룹이었다. 즉 성공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혹은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해야 성공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사랑이나 성관계에 대해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남편과 잘 살아보고 싶은 여자, 재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여자들이 잘 해보려고 하는데,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기는 것이다.

2. 성관계를 즐기려면, 일단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성을 더럽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피해자/가해자’ 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성은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고, 나의 필요 때문에 하는 것이지 상대방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성은 남자를 사랑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성관계를 해 주어야 남자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성이 있어야 남자와 결혼할 수 있기 때문에, 남녀의 행복에 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성을 무기로 사용하면 안 된다. 성을 무기로 사용하면 결국 파트너를 다치게 하고, 결론적으로 그로 인해서 나도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남녀가 사랑하는 것을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사랑한다, 예쁘다, 멋지다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것

2. 같이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

3. 같이 여행을 가는 것

4. 같이 영화를 보는 것

5. 같이 수다를 떨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

6. 아플 때 옆에 있어주는 것

7.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는 말을 해 주면서 위로를 해 주는 것

8. 설거지나 청소를 해 주는 것

9. 어깨를 마사지 해 주는 것

10. 그리고 같이 사랑을 나누면서 성관계를 하는 것

그렇게 사랑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도구로 성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다.

일을 하는 것의 에너지를 10%만 성에 사용해도, 고객에게 사용하는 에너지의 10%만 사용해도 잘 할 수 있다. 즉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성을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일을 잘 하는 것과 사랑을 잘 하는 것은 공존할 수 있다. 뇌를 섹시하게 사용하면 된다.

You can do it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대표원장]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