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중독, '신호·보상·갈망'의 악순환 고리
우울증, 무기력, 성장기 뇌 발달에도 악영향
숏폼 중독 예방, 일상에서의 즐거움 찾아야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60초 이내의 짧은 영상 콘텐츠 ‘숏폼(Short-Form)’이 전 세계 트렌드가 되면서 단순한 콘텐츠 이용을 넘어 ‘중독’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숏폼은 짧게는 15초 길게는 60초로 제작된다. 2017년 중국 숏폼 플랫폼 ‘틱톡’에서 시작된 숏폼 열풍은 현재 유튜브를 비롯한 인스타그램, 네이버 등 플랫폼도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문제는 짧고 자극적인 숏폼 영상이 ‘행위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15초~60초 짧은 영상으로 시청에 부담이 적고, 손가락 움직임 한번으로 간단하게 다음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어 몰입도도 높다. 잠들기 전까지 항상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다는 편리함도 강점이다.

이러한 부분은 숏폼의 강점으로 꼽힘과 동시에 중독’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중독의 3가지 요소는 ‘신호, 보상, 갈망’이 꼽히는데, 숏폼이 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임현국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뇌건강센터장)은 “빅테크 기업의 교묘한 설계에 의해 이용자 알고리즘에 맞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시킨다”며 “자극적인 제목과 영상은 신호가 되고, 시청 후 ‘재미’라는 보상을 받게 된다. 숏폼을 보지 못하면 보고싶다는 갈망이 생기게 되면서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숏폼 중독은 도파민 중독으로도 설명된다.

도파민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우리 몸이 스스로 주는 보상처럼 분비되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행복호르몬’ 이라고도 불린다. 평소보다 강한 자극을 받으면 도파민 분비가 많아지고 즐거움을 느낀다. 이 과정이 과도하게 반복되면서 중독에 빠지고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되는데, 과도한 숏폼 시청이 도파민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숏폼 중독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처럼 직접적으로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울증, 무기력이나 갈망과 같은 금단현상, 성장기 어린이의 뇌 발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임 교수는 “숏폼 중독으로 인해 스마트폰 밖의 현실 세상에서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서 우울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즉시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도피와 방어의 도구로 다시 숏폼이 활용되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행위중독에 노출되어 있는 뇌를 일컫는 ‘팝콘 브레인’이라는 단어도 이제 생소하지 않다. ‘팝콘 브렌인’은 소소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고 팝콘처럼 튀어 오르는 강렬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뇌를 형용한다.

팝콘 브레인 상태가 되면 일상에서의 소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고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내성’이 생긴다. 내성과 함께 숏폼을 보지 않으면 무기력함과 보고 싶다는 갈망이 생기는 ‘금단현상’도 발생한다. 갈망을 해결하기 위해 다시 숏폼을 시청하면서 악순환이 이어진다.

숏폼으로 인한 행위 중독은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더 큰 위험으로 작용한다.

임 교수는 “성장기에 짧고 빠른 숏폼에 익숙해지면서 참고 견디는 인내심을 습득할 수 없게 되고, 수동적인 정보제공에 익숙해져 문해력도 떨어지게 된다”며 “행동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 자체가 없어지면서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숏폼 중독 예방을 위한 해결책으로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일정 시간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상자에 넣는 등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디톡스와 함께 일상에서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열심히 할 것을 제안했다.

임 교수는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 만족감을 충분히 느끼는 사람은 숏폼에 중독되거나 일상이 망가지지 않는다”며 “일상에서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수행해서 ‘건강한 것에 중독’ 되는 것이 숏폼 중독에서 멀어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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