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병원 폐업 "서울 가장 심각"…종로·성동구 한곳도 없어
내달부터 분만수가 차등 적용에 서울 등 빠져 '줄폐업 위기'
서울 분만의사 대규모 탈서울로 인건비 폭등 우려 목소리 커

합계 출산율이 0.59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서울지역은 역설적이지만 분만병원이 강남 3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적용되는 분만수가 차등 적용에 서울 등 대도시가 빠져 분만병원 경영이 더욱 어려워져 분만병원 폐업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아이를 나으면 이젠 경기도 원정출산을 가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합계 출산율이 0.59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서울지역은 역설적이지만 분만병원이 강남 3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런 가운데 내달부터 적용되는 분만수가 차등 적용에 서울 등 대도시가 빠져 분만병원 경영이 더욱 어려워져 분만병원 폐업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아이를 나으면 이젠 경기도 원정출산을 가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 산부인과 줄폐업이 불보듯 뻔합니다. 내달부터 보상에 들어가는 분만수가가 생활권이 비슷한 경기지역의 '절반'에 불과하거든요. 이건 뭐 재앙 수준입니다. 각 지역별 차등 적용보다 필수 의료분야 수가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이 더 시급합니다"

요즘 서울지역 분만병원에서 쏟아지는 생생한 현장 목소리다. 이구동성으로 "형평성에 어긋나고, 지역 간 갈등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분만 의사들과 산모들이 서울에서 경기도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강남 3구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분만 인프라'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종로구와 성동구에는 분만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은평구와 중랑구, 금천구, 광진구, 서대문구에는 단 한 곳씩 있는 분만병원에서 외롭게 산모와 아이 건강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지역 합계출산율은 더 심각하다. 2022년 0.59명으로 전국 최하위 기록이다. 반면 서울과 한 생활권인 경기도는 0.83명으로 부산과 대구, 인천보다 높은 합계출산율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산부인과 폐업을 막고 의료사고 예방 등을 위해 분만수가(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를 신설했다. 내달부터 전국 전 지역(단, 서울 등 대도시 제외) 의료기관에 '지역수가(분만 건당 55만원)'를 보상한다. 이와 함께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한 전국 의료기관에는 '안전정책수가' 55만 원을 추가로 보상한다.

이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 등 대도시에는 지급하지 않는 지역수가다. 따라서 서울지역에서는 분만 의사 인력의 대규모 이동과 그에 따른 인건비 폭등이 우려되고 있다. 

서울지역 한 병원장은 "분만수가 대부분은 분만을 담당한 의사 인센티브로 지급되고, 또 그 절반은 세금으로 환수될 것"이라며 "서울지역 분만병원들의 원성은 비명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생존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고령출산이 늘면서 산모와 태아 건강 유지에 어려움이 많다. 그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응급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결국 고위험 산모에 대해 의료진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은 몇 배가 더 늘어나지만, 현재 그 모든 비용은 개별 병원이 부담하고 있다. 그야말로 각자도생인 셈이다. 분만 의사의 자부심과 사명감만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는 이미 지났다.

서울지역 한 산부인과 원장은 "현재도 분만을 담당할 만한 산부인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간신히 분만병원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의 분만수가가 경기 지역의 절반이다. 그로 인해 분만 의사들의 지방 이동과 빠른 급여 인상 압박으로 서울지역 분만병원들의 유지가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분만을 담당할 만한 의사가 부족하다. 인력이 충분히 확보될 때까지 차등지급 정책의 보완을 강력 요청한다. 사회필수분야 의료보험 수가 개선과 응급호송체계 구축, 분만수가 차등 적용 배재 등 의료 현장에서 답을 찾으라"고 강조한다. 의료인, 지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밀어붙이기 탁상행정보다 합리적, 정책적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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