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건강 책임지는 구강 건강

치주질환은 전 국민의 85~90%가 평생 한 번 이상 걸릴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 치주질환은 치아를 유지하는 치아 주위 조직인 치은(잇몸), 치주인대, 치조골에서 일어나는 염증 질환으로 조용한(Silent), 사회적인(Social), 예방 가능한 병(Self controllable disease)이라는 뜻을 담아 ‘3S 병‘이라고 불린다.

치주질환의 원인은 치태와 치석이다. 구강 내 세균과 음식물로 인해 치태가 형성되고, 제때 제거되지 않은 치태는 치석을 만들어 치주질환을 유발한다. 입안 세균 수가 증가하고 독소를 배출하게 돼 구강은 물론 전신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친다.

잇몸병으로 인한 전신질환은 의외로 다양하다. 우선 당뇨병이다. 잇몸에 염증이 심하면 혈당 조절이 잘 안 되고, 당뇨병으로 혈당이 계속 높게 유지되면서 치주질환 2~3배 빨리 진행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사진은 치주질환과 심장 건강의 관계를 이미지화한 것. [게티이미지뱅크]
치주질환을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진다. 사진은 치주질환과 심장 건강의 관계를 이미지화한 것. [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심혈관질환이다. 혈액을 통해 이동한 균은 심장동맥의 지방질 플라그에 붙어 핏덩어리를 만드는데, 이런 핏덩어리는 정상적인 피의 흐름을 막아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20세 이상 성인 남녀 2896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치주질환과 전신질환 간 연관성을 검토한 결과 연령, 소득수준, 성별, 흡연, 신체활동 등을 보정한 후에도 치주질환이 있으면 협심증, 심근경색을 앓을 가능성이 77%, 고혈압은 46%, 고콜레스테롤혈증은 54%나 높게 나타났다. 이미 심장질환을 앓는 환자는 병이 자주, 더 빨리 악화하는 특징을 보인다.

치주질환은 개인은 물론 태아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통계적으로 치주질환을 앓는 임산부는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의 확률이 치주질환이 없는 산모보다 7배가량 높다. 거의 흡연, 음주, 약물 등 위험 요인과 비교될 정도다.

TIP. 치주질환의 주요 증상
-  칫솔질을 할 때 잇몸에서 피가 난다.
-  치아가 흔들리고 씹는 힘이 떨어진다.
-  잇몸이 들뜬 느낌이 든다.
-  입 냄새가 심하다.
-  잇몸에 볼록하게 고름이 차있다.
-  잇몸이 붉게 변하고 건드리면 아프다.
-  치아 사이가 벌어지고 위치가 변한 것 같다.
자료 : 서울아산병원

기저질환이 있거나 전신상태가 약한 노인은 더 위험하다. 급속하게 염증이 확산하고, 씹는 힘이 떨어져 먹지 못해 몸이 망가지는 '노쇠의 늪'에 빠지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 빛고을 전남대학교병원 노년내과 강민구 교수팀이 65세 이상 노인 3018명의 노쇠 정도와 음식을 씹는 씹는 기능을 분석한 결과, 음식을 씹기 어려운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해 노쇠 비율이 약 2.68배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평소 구강 검진을 통해 치아와 잇몸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이미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는 노인의 경우 고령친화식품이나 보충제 등으로 고른 영양 섭취를 도모해야 노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저작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저작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젊을 때는 치주조직 파괴가 시작돼도 남아있는 잇몸뼈가 치아를 지지할 수 있어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치주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입 냄새가 심해지고 ▲잇몸이 붓고 쉽게 피가 나며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되고 ▲이가 흔들려 씹는 기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다 결국 치주조직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치주질환에 의해 빠진 치아는 주변 치조골이 손상돼 임플란트 식립을 위해서는 골이식술 등의 부가적인 처치를 받아야 한다. 통증, 출혈 등 치료 부작용을 심하게 겪고 내원 횟수, 치료 비용 및 치료 기간이 동시에 증가한다. 치주질환에 '예방'을 강조하는 이유다. 큰 불편이 없어도 젊을 때부터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구강 위생상태를 점검하고 올바른 칫솔질과 스케일링으로 치주 건강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 19세 이상은 매년 1회 스케일링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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