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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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진단으로 확장하고 있다.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판단해 꼭 필요한 치료만을 진행하는 '정밀의료'는 미래 의학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탄탄한 연구 역량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국내 3차(대학) 병원이 최근 첨단기술을 적용해 치료 성적을 높이는 방안을 잇달아 발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DISH로 인해 연하장애가 나타난 70세 남성 환자의 CT 검사결과 척추의 전측면에 광범위한 골화(왼쪽 사진 별표)와 전면을 따라 이어지는 골화(오른쪽 사진 별표)가 관찰됐다. 병변이 식도가 지나가는 인두 부분을 압박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DISH로 인해 연하장애가 나타난 70세 남성 환자의 CT 검사결과 척추의 전측면에 광범위한 골화(왼쪽 사진 별표)와 전면을 따라 이어지는 골화(오른쪽 사진 별표)가 관찰됐다. 병변이 식도가 지나가는 인두 부분을 압박하고 있다. [은평성모병원]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박지혜(재활의학과), 박형열(정형외과) 교수는 최근 연하장애를 유발하는 척추질환의 치료 가이드라인을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을 통해 보고했다.

연구팀은 목 부위 이물감과 잦은 사레를 호소하는 70세 남성 환자의 연하장애 원인이 척추질환의 일종인 미만성 특발성 골격 과골증(이하 DISH)임을 비디오 투시검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규명했다. DISH는 척추 마디의 인대가 뼈로 변화되는 비염증성 질환으로, 척추 전방의 뼈가 눈에 띄게 증식해 인두를 압박, 연하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박지혜, 박형열 교수팀이 이 환자에게 비디오 투시검사를 시행한 결과 경추부(목 부위)의 뼈 증식으로 인해 병변과 인접한 인두가 압박되면서 조영제가 고이고 흡인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추가적인 CT 촬영 검사에서는 척추의 전측면이 광범위하게 골화되는 DISH의 특징적인 양상도 확인됐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박지혜(사진 왼쪽),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재활의학과 박지혜(사진 왼쪽), 정형외과 박형열 교수

은평성모병원 의료진은 수술로 병변을 제거하려 했지만 환자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나 환자의 연하장애와 흡인 증상은 지속했고, 결국 6개월 후 입으로 음식 섭취가 어려운 환자들에게 우회적으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튜브를 삽입하는 경피적 위조루술을 받았다. 

박형열 교수는 "DISH로 인한 연하장애에 대해서는 그동안 명확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었다"면서 "이번 치료 사례는 원활한 경구 섭취와 흡인 예방을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함을 밝힌 의미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심장 크기 지표 차이가 부적합한 환자군의 1년 사망률은 14.8%, 적합한 환자군의 경우 9.7%로 심장 크기 차이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서 사망률이 적합한 환자군에 비해 50% 높게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
심장 크기 지표 차이가 부적합한 환자군의 1년 사망률은 14.8%, 적합한 환자군의 경우 9.7%로 심장 크기 차이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서 사망률이 적합한 환자군에 비해 50% 높게 확인됐다. [세브란스병원]

강석민, 오재원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와 윤민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심장이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심장 크기 판별법을 세계심폐이식학회 학술지(The Journal of Heart and Lung Transplantaion)’를 통해 보고했다.

이식자와 공여자의 심장 크기가 적합하지 않으면 이식 후 사망률이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종전에는 체중에 근거해 심장 크기를 산출했지만, 체중이 체격만이 아니라 비만 정도에 영향을 받아 정확성에는 한계가 따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체중, 키, 성별 등을 종합적으로 이용하는 '심장 크기 지표'(PHM)였다.

실제 연구팀이 심장이식 환자 660명을 대상으로 공여자와 수혜자 사이의 심장 크기 차이가 적합한 경우와 적합하지 않은 경우를 '체중'과 '심장 크기 지표' 등 두 가지로 나눠 이식 1년 후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체중에 근거해 차이를 분석한 경우 두 군에서의 심장이식 후 사망률의 차이가 없었지만 '심장 크기 지표'를 근거로 삼았을 땐 적합하지 않은 환자에서 사망률이 적합한 환자보다 5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석민 교수는 "심장 크기 지표를 이용하면 더욱 적합한 공여자를 찾아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며 "심장이식 공여자를 선택하는 데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알코올 금단성 진전섬망 발생 환자(사진 오른쪽)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뇌파 비교 결과. 진전섬망 발생 환자의 뇌파는 좌측 전두엽 부분의 판단·인지·언어와 관련된 베타3 파형(노란계열)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한림대의료원]
알코올 금단성 진전섬망 발생 환자(사진 오른쪽)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뇌파 비교 결과. 진전섬망 발생 환자의 뇌파는 좌측 전두엽 부분의 판단·인지·언어와 관련된 베타3 파형(노란계열)이 유의하게 감소했다. [한림대의료원]

임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정량뇌파검사를 통해 알코올 금단성 섬망을 예측하는 방법을 SCIE급 국제학술지 ‘Brain and Behavior'를 통해 발표했다.

알코올중독은 치료도 힘들지만 갑자기 술을 끊었을 때 극심한 금단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음주 후 12시간 후에 발생할 수 있으며, 약 48시간 후 최고조에 이른다. 알코올 금단증상에는 떨림, 불면증, 메스꺼움, 구토, 일시적인 환각 또는 환상, 불안, 경련, 발작 등이 있다. 

이 중 경련 및 진전섬망은 가장 심각한 형태의 알코올 금단증상이다. 진전섬망은 전신의 떨림을 동반한 의식장애로 고열과 부정맥, 자율신경 장애까지 나타날 수 있다. 알코올 중독환자 중 많게는 30%가 진전섬망을 경험하며, 알코올중독 입원환자의 약 4%가 이로 인해 사망한다. 진전섬망 발생 후 8년 내 사망률은 30%로 이는 중증 악성질환 환자의 사망률과 비슷하다.

진전섬망은 응급질환으로 빠른 치료가 요구되지만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기 어려워 치료에 어려움이 컸다. 

임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임희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이에 임 교수팀은 2018~2020년 알코올 금단성 경련으로 입원한 환자(13명)와 일반인(1289)의 뇌파를 비교해 그 차이를 분석했다. 뇌가 건강할 때는 균형 잡힌 뇌파가 나오지만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이 균형이 무너지며 특정 뇌파가 많아지거나 줄어드는 특징을 토대로 섬망 예측이 가능한지 파악했다.

그 결과 알코올 금단성 경련 증상을 겪은 환자의 뇌파는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 인지 및 기억 성능과 관련된 알파 파형이 감소하고, 대뇌피질의 각성과 관련된 베타 파형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금단증상 환자 중 진전섬망이 나타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좌측 전두엽 부위에서 판단, 인지, 언어 기능과 관련된 고빈도의 베타3 파형이 감소하고 기억, 불안, 중독 등 뇌 기능 네트워크와 연관된 뇌파 파형의 비율이 증가했다. 

임희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정량뇌파검사가 섬망 예측의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렸다"며 "알코올 중독환자의 치료 결정에 도움을 주고 사회경제적 부담뿐만 아니라 환자 사망률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폐암 환자 치료 전후 모습. [매경헬스DB]
폐암 환자 치료 전후 모습. [매경헬스DB]

임정욱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폐암센터 교수는 소세포폐암에 대해 화학요법과 면역요법을 결합한 치료를 시행한 환자는 ‘진단 시 폐기능 상태’에 따라 치료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THORACIC CANCER'에 발표했다.

임 교수가 백금기반 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동시 사용해 치료받은 확장성 소세포성 폐암 환자 41명을 분석한 결과 ▲폐암 진단 시 젖산탈수소효소 및 C반응성 단백질 등의 염증 관련 수치가 낮을수록 ▲노력성 폐활량이 높을수록 항암 치료 시작 후 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

임정욱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폐암센터 교수
임정욱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폐암센터 교수

소세포성 폐암은 새로 진단된 폐암의 13~15%를 차지한다. 비세포성 폐암과 비교하면 공격적이고 증식속도가 빠르며 예후가 상대적으로 나쁘다.

지난 30년간 항암 화학요법인 백금 기반 항암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방안이 없었지만, 최근 면역항암제가 도입되며 치료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여러 임상 3상 연구에서 기존 치료 보다 우월한 치료 성적이 증명되었으나, 아직 국내 치료 성적 데이터는 부족해 치료 성적을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임정욱 교수는 "소세포폐암은 비소세포폐암에 비해 관심이 적지만 환자 생존율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가 꼭 필요한 분야"라며 "향후 환자의 폐 기능이 좋아질 때 치료 성적이 동조화되는지 여부, 동반된 폐 질환과 소세포성 폐암 치료 반응과의 연관성 등을 알아보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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