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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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 중 뇌출혈이 발생한 간호사가 이 병원 응급실에서 수술받지 못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전원된 후 끝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사 수 충원' '저수가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는 가운데 대형 병원에서조차 뇌출혈을 치료하는 의사가 2~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민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뇌출혈 고위험군이 응급 상황 시 알아둬야 할 점을 정리했다.

◆의사가 많아도 '전문분야'는 따로 있다.

뇌출혈은 이름처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한다.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피떡)으로 막히는 병이다. 뇌출혈과 뇌경색을 묶어 뇌졸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뇌졸중의 30%는 뇌출혈, 70%는 뇌경색이다.

뇌졸중은 신경과와 신경외과 의사가 치료한다. 신경과는 뇌경색을 보고 신경외과는 뇌출혈을 본다. 뇌경색도 신경과는 경증 뇌경색을 보고 중증도가 높은 뇌경색은 뇌혈관 시술과 수술에 전문성이 있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나서야 한다. 뇌출혈의 경우 처음부터 중증이므로 뇌혈관외과의사가 담당한다.

다시 말해 신경과 의사가 많다고 뇌출혈 치료를 잘하는 병원은 아니다.

또, 신경외과 의사가 많다고 해도 실제 뇌출혈 치료에 참여하는 수는 적을 수 있다. 신경외과도 뇌종양, 척추, 뇌혈관 등 전문분야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의사 1659명 중 신경외과 의사는 25명, 이 중 뇌혈관을 보는 의사는 3명이었다. 이 중에서도 머리를 여는 개두(開頭) 수술이 가능한 의사는 2명에 불과했다.

◆모든 뇌출혈이 즉시 시술·수술하는 건 아니다

뇌출혈은 응급질환이지만 모든 환자가 즉각적인 시술,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뇌출혈도 출혈 부위에 따라 피가 국소적으로 고일 수도 있고 광범위하게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되레 시술과 수술로 환자 부담이 커지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뇌출혈은 두개골과 뇌 사이 3개의 막(안쪽에서부터 연막·지주막·경막)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이 중 신경외과의 즉각적인 시술, 수술 등의 처치가 필요한 경우는 지주막하에서 발생한 출혈(지주막하 출혈)이다. 최근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사망 원인이기도 하다. 

지주막하 출혈은 보통 지주막 아래의 큰 혈관인 뇌동맥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가 터지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혈관 크키가 커 출혈량이 많고 한번 파열하면 재파열할 확률이 매우 높아 즉시 치료하는 것이다.

지주막하 출혈은 두개골을 연 뒤 미세 현미경으로 보며 클립으로 혈관을 묶는 수술(클립 결찰술)이나 허벅지 혈관으로 코일을 집어넣어 혈관을 막는 시술(코일 색전술)로 잡는다. 전자는 뇌혈관외과 의사, 후자는 뇌혈관내시술 의사가 집도한다.

이밖에 연막 아래의 뇌내출혈, 경막 내외의 경막하출혈과 경막외출혈은 출혈 위험을 낮추는 혈압강하제·지혈제를 쓰고 필요하면 뇌압을 떨어뜨리는 뇌압 강하제를 추가 투여하는 등 약물을 먼저 쓰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경막외출혈이나 경막하출혈의 경우 내원 당시 출혈량이 많지 않고 신경학적 증상이 없으면 수술하지 않고 약물치료와 안정을 취하는 것으로 대부분 해결된다. 

◆응급 환자 이송, 보호자도 참여해야 한다

뇌출혈에 대한 위험성 판단,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전문성을 갖춘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뇌혈관을 보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용배 대한뇌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연세의대 신경외과)는 국내에 100례 이상의 클리핑(뇌혈관외과수술)을 경험한 숙련된 의사는 133명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뇌출혈 상황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을 때 해당 병원에 의료진이 없거나 있어도 미리 온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면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뇌출혈 환자의 전원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출혈이 발생한 부위에 뇌조직이 손상되고 혈종(피덩어리)에서 분비되는 염증 물질과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2차적인 염증유발 물질에 의해 뇌가 붓는 뇌부종이 발생한다. 응급 처치까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출혈량이 늘어나면서 환자는 위험에 빠진다.

따라서 뇌출혈 위험이 큰 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뇌동맥류 환자, 흡연자, 음주자, 이전에 뇌출혈 경험이 있는 환자와 이들의 보호자는 집 근처 병원 2~3곳의 신경외과 전문의 수, 진료과목 등을 미리 확인해두는 게 안전하다.

또 대한뇌졸중학회 홈페이지에서 재관류치료(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하여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뇌졸중센터(클릭) 보유 병원을 파악해두는 것도 바람직하다.

먼저 찾은 병원에서 치료가 어려울 때 의료진과 보호자가 다른 병원을 함께 알아보면 빠른 전원이 가능하다.

최석근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정부가 하루빨리 뇌출혈 환자 응급 시스템 구축에 나서길 바란다"며 "인력과 장비가 제한된 상황에서 효율적인 응급 후송 시스템을 위해 현재 중환자실이나 수술 여건이 확보된 곳을 보여주는 '스마트 맵'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TIP. 최석근 교수에게 듣는 뇌졸중 증상별 대처법

-스스로 눈을 뜨고 어느 정도 의식이 있으면 뇌경색일 가능성이 크다. 뇌경색의 경우 소위 '골든타임'이 예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인근에 뇌졸중센터를 찾아야 한다.

-눈을 잘뜨지 못하고 마비를 호소하며 자발 호흡을 하는 상태이면 수술하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뇌출혈일 가능성이 크다. 평소 고혈압이 있으면 더 그렇다. 이 때는 심호흡을 유도하면서 신경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이동하면 된다. 

-중증 뇌출혈은 보통 의식 장애를 동반한다. 뇌압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보통 구토를 한다. 이때 기도 확보를 하는 것이 환자 예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9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응급구조사가 오기 전까지는 산소 공급을 위해 기도를 확보하고 입에 토사물이 있으면 제거해 기도를 막지 않게 해야 한다. 원활한 산소 공급은 뇌경색, 뇌출혈 환자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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