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1천만 도즈 계약
스카이코비원, 기본 접종용 국내 허가... 기본 접종율 96.6%
기본 접종은 백신 한번도 안 맞은 사람이 대상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질병관리청의 이상한 백신 구매 계약에 대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이하 SK바사)는 3분기 내로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10일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6월 이 백신을 기본 접종용으로 허가를 내줬다. 기본 접종은 코로나19 백신을 단 한 번도 맞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1, 2차 접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율은 90%가 훌쩍 넘는다. 9일 0시 기준 1, 2차 기본 접종 완료자는 96.6%다. 또 1차까지 맞은 사람들은 이보다 높은 97.3%다. 국내 백신 접종 대상자 대부분이 1회 이상 접종을 완료한 셈이다. 다시 말하면 SK바사 백신을 맞을 대상자가 거의 없다는 결론이다.

질병관리청(이하 질병청)은 올 3월 SK바사와 1천만 도즈 공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에서 현재 기본 접종으로만 허가받은 SK바사 백신을 1천만 도즈나 계약한 부분에 대해 질병청은 자세한 설명을 피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산백신 개발에 대한 지원 차원으로 코로나19 치료제 백신개발범정부지원위원회의 선구매 기준을 충족한 SK바사 국산백신 1천만 회분이 선구매 결정됐다"면서 "계약에 관한 세부사항은 제약사와 비밀유지조항으로 공개가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질병관리청 외경. 사진 = 질병관리청 제공
질병관리청 외경. 사진 = 질병관리청 제공

방역당국은 2020년 1월 우한폐렴 확진자가 국내 최초 발생했지만, K-방역에 도취돼 코로나19 백신 확보 타이밍을 놓쳤다. 백신 대신 선택한 건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그러나 이마저도 지금은 유명무실해졌다. 경구용 치료제가 나온 상황에서 정맥으로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한정된 적응증이 문제였다.

같은 해 12월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방역당국은 부랴부랴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해외 제약사들과 묻지마(?) 백신 공급 계약을 했다.

이후 짧은 기간 빠른 속도로 전 국민 대상 백신 접종을 강행하면서 여러 백신 부작용도 발생했다. 하지만 해외에서 부작용 사례로 보고된 바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제약사와 불공정 계약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비밀유지조항을 이유로 속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묻지마 공급 계약이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정확한 계획 없이 서둘러 도입한 화이자, 화이자소아용, 모더나, 얀센, 아스트라제네가, 노바백스 등 국내 도입된 백신들은 창고에 보관만 하다가 빛도 보지 못한채 결국 폐기되는 경우까지 발생했다.

매경헬스 취재에 따르면 따르면 지금까지 폐기된 백신 물량은 49만3천 바이알이다. 기본접종으로 환산하면 약 25만 명분이고, 부스터샷으로는 약 50만 명분에 해당한다.

화이자가 가장 많은 약 25만8천 바이알, 모더나 약 19만7천 바이알, 아스트라제네카 약 2만6천 바이알, 얀센 약 9천 바이알 순이다. SK바사와 같은 재조합백신인 노바백스 백신은 143만6천 프리필드시린지(143만6천명분 폐기)를 폐기했다.

현재 사용하지 못한 백신 물량도 SK바사 1천만 도즈 계약분 외에 1,400만 명분이나 남아 있다. 이중 올해 유효기간이 끝나는 백신이 800만 명분이다. 나머지 600만 명분도 대부분 유효 기간이 내년 3월까지다. 추가적으로 백신 폐기 물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백신 패스가 필요하지 않다 보니 백신 접종율도 떨어졌다"며 "확진자가 늘면서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다보니 접종율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SK바사는 질병청의 백신 구매 계약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측 관계자는 "질병청 구매는 다양한 활용을 대비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국내에선 스카이코비원을 기본 접종으로 허가 받은 게 맞다. 기본 접종으로 허가를 받아야 추후 부스터샷으로 허가를 변경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고 답했다.

SK바사는 지난 7월 유럽의약품청(EMA), 올해 안으로 WHO에 품목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부스터용으로도 허가를 받기 위해 두 종류(이종, 동종)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이 주도하는 부스터용 연구는 임상데이터를 올해 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8일엔 네팔에서 이종부스터샷(다른 백신으로 추가접종) 임상 3상 계획도 신청했다 발표했다. 

질병청이 SK바사와 계약 유효 기간은 허가 시점부터 2년이다. 식약처에서 지난 6월 말경 품목 허가를 받았으니까 2024년 6월까지 1천만 도즈를 납품 완료 해야된다.

스카이코비원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다. 기본접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많은 물량이다. 부스터샷으로 허가 난다 해도 그 시기는 알 수 없다. 임상 결과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품목허가를 거쳐 사용승인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방역당국은 올 10월 코로나19 변이용 백신 구매 계획도 밝혔다. 정확한 시기와 물량은 미정다. 다만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등 이후 변이에 대해 방어력이 충분치 않다는 건 꾸준한 확진자 발생으로도 알 수 있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이미 변이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완료 했거나 하고 있다. 

SK바사는 스카이코비원에 대해 국내 기술력으로 만든, 진정한 백신 주권을 확보한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또 이번 백신은 코로나19만을 대비해 개발한 건 아니라고 한다. SK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은 코로나19 백신 보다는 하나의 백신 플랫폼을 완성한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콤보 백신, 코로나+독감이나 사스+메르스+코로나를 동시에 방어하는 사메코 범용백신 등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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