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맞춤형 심혈관질환 예측 모델 'PRS MetS-ASCVD'를 개발

지놈오피니언은 정밀의료계 '히든 챔피언'으로 평가받는다. 탄탄한 유전체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제약사와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기업도 가지 못한 길이다. 

나아가 지놈오피니언은 유전체 진단 기술 기반의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질환 예측 서비스도 곧 상용화할 예정이다. 국내 대형 건강검진 기관과의 계약 체결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미래에는 암처럼 만성질환도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맞춤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전망했다.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 사진=지놈오피니언
고영일 지놈오피니언 대표. 사진=지놈오피니언

▲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질환 예측 서비스란. 

향후 10년간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프레밍험 위험 점수'다. 나이·성별·혈압 등을 입력하면 위험한지 아닌지 알려주는데, 서양인이 기준이라 유전적 특성과 식단·생활방식이 다른 한국인에겐 잘 맞지 않는다. 특히, 선천적인 요인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젊은 심장병'은 예측 확률이 더 떨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회사는 선천적, 후천적인 유전체 변이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한 한국인 맞춤형 심혈관질환 예측 모델 'PRS MetS-ASCVD'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 프래밍험 위험 점수와 비교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훨씬 정확히 계산했고, 특히 50대 미만에서 뛰어난 예측 정확도를 나타냈다.

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로 국제 학술지 '동맥경화지'(Atherosclerosis) 온라인에 해당 연구를 발표하며 학계 인정도 받았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이 모델을 적용해 심뇌혈관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대형 건강검진 기관을 중심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 우선 선천적인 유전체 변이를 파악하는 기술력이란 무엇인지 궁금하다.

선천적인 유전 소인에 관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희귀 돌연변이 연구, 둘째는 다유전자 위험 점수(Polygenic Risk Scores, 이하 PRS)다.

희귀 돌연변이 연구는 간단히 말해 유전 질환과 관련한 연구다. 돌연변이가 하나 있는데 그 영향력이 너무 강해서 질병과 연관성이 매우 큰 상태 즉, 진단·치료 타겟이 명확한 유전 요인을 다룬다. 지놈오피니언의 사업 영역인 가족성 고지혈증이 이에 해당한다.

PRS는 하나의 질환에 다수의 유전 요인이 관여할 때 활용하는 점수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어도 누구는 앓지만 누구는 앓지 않는다. 다양한 유전자가 각각 미세하게 고혈압·당뇨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유전 변이들의 조합이 한 사람의 발병 위험을 결정한다는 연구를 기반으로 고안된 것이 PRS다. 유전체 변이를 발견하고, 질병과 연관성을 확인한 뒤 각각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회사마다 PRS가 다른데 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각각의 기술력이자 노하우다.

▲ 후천적인 유전체 변이에 대한 연구는 무엇인가.

클론성조혈증이란 병이 있다. 조혈세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병인데 일반적으로 40세 이상에서 5%~10%, 60세 이상은 약 20%가 클론성조혈증을 보유한 것으로 보고된다. 노화와 함께 유해 환경 노출, 항암 화학 요법 등 후천적 요인이 작용해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후천적인 유전체 변이다. 클론성조혈증은 전신 면역 반응에 문제를 일으키고 추가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혈액암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클론성조혈증이 있으면 코로나19도 심하게 앓고 심혈관계질환 위험도 크다. 생각보다 많은 병이 클론성조혈증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되는 상황이다.

클론성조혈증은 진단 시 민감도·특이도를 높이는 게 핵심이다. 클론성조혈증은 100개의 조혈세포 중 5개 내외에서만 돌연변이가 생긴다. 다수의 세포가 변이됐다면 이와 비례해 유전체 돌연변이도 많을 테고, NGS로도 분석하기 쉽다. 반면 소수에서만 변이가 발생하다 보니 이걸 찾아내기도, 찾더라도 유전체 데이터가 워낙 방대해서 이게 진짜 돌연변이인지 돌연변이처럼 보이는 '가짜 돌연변이'인지 구분이 어렵다. 

▲ 선천적, 후천적 유전체 변이 모두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게 관건인 것 같다.

임상적 의미를 발견하고 진단 정확도를 보증하려면 유전체 데이터의 사이즈가 커야 한다. 환자는 물론 일반인의 유전체 데이터도 상당히 많이 확보해야만 이 유전체 변이가 병을 발생·악화하는 데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수만 개 이상의 돌연변이 데이터베이스와 함께 정상인의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다. 특정 유전 변이가 질환 발병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이것이 가짜 변이인지 실제로 문제가 있는 변이인지 충분히 비교 분석할 수 있다.

▲ 바이오마커를 선별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그렇다. 바이오마커로 질환을 얼마나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지는 병을 진단·치료하는 데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중요한 문제인만큼 바이오마커 발굴뿐만 아니라 선택에도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 앞으로 연구 분야가 궁금하다.

지금까지는 바이오마커 활용도가 암 치료에 집중됐다. 신약도 대부분 항암제 영역에서 나왔다. 바이오마커를 통해 암을 치료하게 된 것처럼, 만성질환도 바이오마커 기반으로 '맞춤 치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고 있다. 똑같은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도 사람마다 맞는 약으로 치료하면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놈오피니언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만성질환 영역에서 정밀의료와 맞춤 신약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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