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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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엠비티아이) 성격유형검사가 큰 관심을 받고있다.  국내엔 이미 30년전에 소개됐지만 최근 MZ세대들을 중심으로 재조명 받고 있다. MBTI를 소재로 한 예능이나 유튜브 영상들도 크게 늘었다. 기업에선 신규 직원 채용시 MBTI를 묻기도 하고, 마케팅전략을 세울때에도 적극 활용한다. 이제 직장이나 학교에서 팀플 할 때 동료들끼리 성향을 따지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등 해외 20대 대학생들은 MBTI에 관심이 크게 없다고 한다. MZ등 세대 구분도 그들에겐 낯선 풍경이란다.

전문가들 코로나19가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MBTI 성격유형검사가 국내에서 왜 인기가 높을까. 그 이유는 뚜렸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조철현 세종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거는 없지만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서 생각할 수 있다. 힘들고 혼자 시간도 많아지고, 그러면서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도 늘었다"며 "북유럽에서 가구가 발달한 이유가 백야 현상과 관련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혼자 있다보니 주변 환경과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코로나19가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을 보였다.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적 상호작용이 감소하면서 상대방을 알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감소했다"면서 "그러다보니 MBTI와 같은 간단한 검사로 서로를 더 잘 알고 싶어하지 않았을까"라고 진단했다.

사람들 끼리 교류가 줄고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됐고, 그러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함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MBTI가 흥미를 유발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MBTI(엠비티아이)는 마이어-브릭스 유형 지표(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어다.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칼 융(Jung, Carl Gustav)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브릭스와 마이어 모녀가 개발했다. 

MBTI는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성격 유형이 결정된다. 성격 유형은 모두 16개이며,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의 네 가지의 분리된 선호 경향으로 구분된다. 

다만 다른 심리 지표에 비해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연구자들은 MBTI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나뉜다.

특히 융의 이론이 과학적 근거를 바탕하고 있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세계인이 16개 성격유형으로 범주화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미다. 또한 성격적 특성이 있다면 다양한 상황에 대해 일관적인 행동패턴이 있어야하는데, 이런 연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한승민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사실 성향이 극명하기보다 분류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사람들은 그날 컨디션, 기분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람을 단 16가지로 분류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같은 유형이어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원장은 "성격이 바뀌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노력에 따라 MBTI가 변할 수 있다"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MBTI와 실제 MBTI 사이에 괴리가 있다면 이를 메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괜찮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도 "어떤 검사가 무엇을 측정하는지 수검자가 아는 것을 전문 용어로 '안면 타당도 (face validity)'라고 한다"라며 "MBTI는 질문만 봐도 무엇을 물어보는지 알 수 있는 검사"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MBTI는 안면 타당도가 좋지 않은 검사"라면서 "많은 경우 사람들이 자기 실제 모습보다 원하는 사람의 유형으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어떤 사람에 대해 특정한 특질(trait)이 '있다 / 없다'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며 "내성적인 사람도 친한 친구를 만나면 말이 많아진다. 극단에 있는 이들은 변화가 덜 하겠지만, 애매하게 중간에 있는 사람들은 유형이 자주 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좋은 성격검사라면 보통 특정 능력이나 행동 경향성을 측정한다. 그런데 MBTI는 선호도에 대한 문항이 특히 많다. 그래서 할 때마다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결과에도 MBTI는 한 사람의 성향을 수십개의 문제 유형으로로 정의 내린다는 발상 자체가 재밌어 MZ세대들 주축으로 많은 세대들이 가세하며 큰 인기를 끌고있다. 

다만 과하게 MBTI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아는 것은 자기 발전과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데 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성격검사를 통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섣불리 자신의 성격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최근 심리학과 정신과학 분야에서는 성격을 범주화하기보다는 차원적으로 접근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어떤 성격을 '갖고 있다' 혹은 '갖고있지 않다'라고 분류하기보다는 얼마나 그 성격적 특징을 갖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나와 비슷한 유형의 동료나 지인을 찾아내는 재미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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