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직장 동료와 술을 마시다 길을 지나는 행인과 시비가 붙었다. 눈이 마주쳐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였다. 평소 조용했던 A씨의 행동에 동료들은 깜짝 놀랐다. 

# 경기도 대학에 재학 중인 20대 B씨는 술에 취하면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문제는 한 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B씨는 이럴 때마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며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술을 마시고 흔히 겪는 상황이다. 대부분 다음날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행동들이 술만 마시면 반복된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조용하고 순한 성격의 사람도 술을 마시면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술 마시고 취해서 보이는 행동을 주사(酒邪)라 한다. 소리를 지르고, 옷을 벗거나 길거리에 소변을 보는 등 술 마신 뒤 버릇으로 하는 언행들이다.

또 술을 마시고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과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취중진담이라고 한다. 

보통 ‘주사’는 실수, ‘취중진담’은 진심에 가깝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술을 먹고 하는 말과 행동은 진심일까, 실수일까. 이를 짚어보기전 인간의 본능에 대해 알아야 한다. 

오스트리아 정신병리학자 프로이트에 따르면 도덕성과 논리를 무시한 채 쾌락만 추구하는 본능을 '이드'라고 한다. 우리의 마음속에 억압되어 있는 공격성과 성욕 등이다. 평소에는 함부로 하지 못하는 말과 행동을 말한다.

프로이드는 또 이드를 조절하는 것을 '초자아'라고 했다. 양심의 근원이며 죄책감을 유발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이드를 억제하는 초자아의 기능이 약해져 본능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술 먹은 뒤 보인 말과 행동이 진심인지 실수인지에 대해 전문가들도 엇갈린 의견을 보였다. 

이상민 연세필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술을 먹고 속에서 나오는 이야기 등 언어적인 표현은 진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며 "그것들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말들이기 때문에 진심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격적이나 성적인 행동은 평상시 성격이나 진심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고 동물적인 본능에 가깝다"며 "본능은 인간의 일부이기 때문에 평소 성격이라고 하기엔 어렵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하주원 연세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술을 먹고 하는 행동과 말은 실수보다는 진짜에 가깝다고 말했다.

하 원장은 "술을 먹으면 행동이나 말을 제어하는 전두엽이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없었던 것이 나온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인간이 이성을 제어하며 사는데 술을 마시면 제어되지 않을 뿐 전혀 없는 말이나 행동이 나온다고는 보지 않는다. 평소에 참던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술을 마시면 뇌기능과 충동조절이 억제되고 폭력적인 욕구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면서 "알코올에 의한 심리적 이완 효과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대담해진다"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공통적으로 술을 마시면 충동조절이 억제 돼 폭력성, 성욕 등 인간의 비도덕적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특히 평소 그런 것들이 억눌렸던 사람은 술을 마시면 더 심해진다면서도 그런 행동들이 진짜 모습이라는 것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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