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적용 활성화...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등 면역체계 이상 관련 환자 고민 깊어
염증성장질환자, 중증 감염 예방 위해 기존 치료와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카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역패스' 적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런가운데 여전히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이 큰 면역체계 이상 관련 질환 염증성장질환자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소화관에 원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성염증이 생기는 질환인데, 대표적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있다. 염증성장질환 치료 약제 종류에는 5-아미노살리실산,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가 있는데, 이들 약제는 면역 반응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환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인의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영향을 주거나, 치료 약제로 인해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심각하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김정석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염증성장질환자들을 위한 코로나19 및 백신 접종 관련 정보를 들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크론병, 궤양성대장염과 같은 염증성장질환자들의 코로나19 감염증과 백신 부작용의 위험이 있나요? 본인 증상이나 치료 여부와 관계없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는지?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자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이나 질병으로 인한 이환 기간, 합병증의 빈도가 일반 인구 집단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염증성장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이거나, 다른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혹은 항TNF제제와 면역조절제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에는 중증 코로나19 감염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이는 빈도와 중증도 또한 염증성장질환자와 일반 인구 집단 간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환자들도 일반 인구와 같은 기준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된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염증성장질환이 악화된다는 근거는 없으며, 부작용이 발생하더라도 대개 경증인 경우가 많고 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 생물학제제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부작용 빈도가 더 상승하지는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 발표된 염증성장질환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연구는 주로 서양에서 보고되었기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실정에 맞는 정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구경북 염증성장질환 네트워크 연구회(CCAiD)가 염증성장질환자의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백신 항체 형성율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론병 등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활동기에 더욱 예민하게 증상을 관리한다. 활동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문제가 없는지?

그렇다. 일반적으로 염증성장질환의 활동도나 사용하는 약제와 무관하게 백신 접종이 권고되며, 이로 인해 백신 접종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 크론병을 포함한 모든 염증성장질환자에서 백신은 맞을 수 있는 가능한 빠른 시기에 맞는 것이 권고된다. 다만 염증성장질환의 활동도가 높거나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 중인 환자들은 의료진과 상담하여 적절한 시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염증성장질환자도 부스터샷을 접종해야 하는지?

그렇다. 코로나19 백신을 2차까지 접종했더라도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항체 농도가 낮아진다. 이는 염증성장질환자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일반인과 동일하게 부스터샷 접종을 권장한다. 과거에 백신 접종으로 인해 심한 부작용을 경험했던 환자가 아니라면 치료 약제와 관계없이 접종하는 것이 권장된다. 약제에 따라 백신 효과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결론적으로 백신 접종은 해야 한다.

생물학제제로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을 치료 중인 환자도 코로나19 백신 종류나 접종 시기와 관계없이 동일한 주기로 약제를 투약해도 되는지?

그렇다. 백신은 일반적으로 mRNA 백신이 권장된다. 국내에서는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개발한 백신이 이에 해당한다.

생물학제제 투약 후 언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든 항체 형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생물학제제와 코로나19 백신을 같은 날 투약하게 되면 부작용이 생겼을 때 어떤 약제에 의한 부작용인지 판단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같은 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생물학제제가 아닌 치료제로 염증성장질환을 치료 중인 경우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주의사항이 있다면?

5-아미노살리실산이나 일반적인 면역조절제는 특별히 주의해야할 것이 없지만,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사용 중인 경우에는 백신 효능이 감소할 수 있어 담당 의료진과 상의해 접종 시기를 조절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치료 효과를 떨어트리기도 하는지?

그럴 가능성은 낮다. 백신 부작용 빈도는 일반 인구와 큰 차이가 없고, 염증성장질환 활동도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환자들이 부작용을 우려해 백신 접종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염증성장질환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경향을 보이나, 백신 접종은 중증 감염 위험을 줄이고 집단면역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접종을 적극 권장한다.

기저질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어려운 경우, 의료진 소견서가 있다면 방역패스를 대체할 수 있다. 크론병이나 궤양성대장염 환자도 방역패스용 소견서를 받을 수 있는지?

크론병 및 궤양성대장염을 포함한 염증성장질환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권장되기 때문에 백신 관련 심각한 중증 부작용이 없다면 방역패스를 대신할 수 있는 의료진 소견서는 일반적으로 발행되지 않는다.

진료 현장에서 느끼기에 최근 염증성장질환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환자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양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백신을 안 맞자니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이 되고, 백신을 맞자니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대부분 기우에 불과하다. 염증성장질환자의 백신 관련 부작용은 일반 인구와 비슷하게 발생하고 대개 경미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은 더 크다고 생각된다. 요즘처럼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중증 감염과 그로 인한 합병증 발생 위험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적극 권장한다. 최근에는 백신을 접종 받는 환자들이 훨씬 많은 편이다.

만약 염증성장질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주의할 사항은?

약제 사용에 주의해야한다. 의료진과의 긴밀한 상의를 통해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약제를 잠시 중단하는 등의 결정을 해야 한다.

건보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장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이 있다면?

염증성장질환은 평생 잘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최근 10대에서 20대 젊은 층의 발병 비율이 가장 높은데, 일부 환자들은 본인의 신체를 과신하여 약을 복용하다 증상이 좋아지면 임의로 중단하기도 한다. 의료진으로서 염증성장질환을 처음 진단받는 환자들에게는 증상, 치료 방법뿐만 아니라 발병 원인이나 경향, 앞으로 어떤 경과를 보이게 되는지 등을 설명하면서 잘 따라와줄 것을 당부하고,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약물 치료가 중요함을 강조한다. 치료 도중에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합병증이 동반되는 경우 장 절제 수술을 반복해야 될 수도 있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사회생활을 더 활발히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술, 담배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식습관도 건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생활습관 교정과 꾸준한 치료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아직 코로나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염증성장질환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면 된다. 걱정은 대개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니,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며 적절히 치료해 나간다면 염증성장질환과 코로나19 모두 잘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계명대병원 동산의료원 소화기내과 김정석 교수
계명대병원 동산의료원 소화기내과 김정석 교수

2005~2009 한양대학교 의학 학사
2017~2020 울산대학교 내과학 석ㆍ박사(수료)
2020~현재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소화기내과

2019 Distinguished investigator award, IMKASID
2019 Travel award, AOCC

現 대한내과학회 평생회원
現 대한장연구학회 평생회원, 장종양연구회 위원, 교육위원회 위원
現 대구경북 염증성장질환 네트워크 연구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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