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년여성 신 씨는 몇 년 전 극심한 스트레스와 함께 귀에서 ‘이상한 소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잠깐씩 들렸다 괜찮아지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심한 경우 시끄러워서 밤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다.

신 씨의 경우처럼 조용한 공간에 있어도 나에게만 삐- 소리가 들리는 질환 ‘이명’은 전체 인구의 32% 정도가 경험하고 있을 정도로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흔하다고 심각하지 않은 질환은 아니다. 이 중 6% 정도는 병원을 찾을 정도로 심한 이명증을 호소한다. 그리고 0.5% 정도는 이명증이 너무 심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단순히 소리가 들리는 증상에서 멈추지 않고 일상생활의 여러 어려움이나 스트레스를 이명에 연관 지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명이 심할 때는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해지고 불안해지면서 불면증와 우울증에 이르는 심각한 이명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명(Tinnitus)이란 밖에서의 소리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귀 안에서 또는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정도의 잡음으로서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이명증은 내이, 청신경, 뇌 등의 소리를 감지하는 신경 경로와 이와 연결된 신경 계통에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비정상적인 과민성이 생기는 현상이다. 벌레 우는 소리, 바람소리, 기계 소리, 휘파람 소리, 맥박 소리 등 여러 가지의 소리로 나타나며 다른 높이를 가진 음들이 섞여서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일과성으로 나타나는 이명은 흔하지만 이명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사람에 따라서 각기 다른 정도의 불편함을 호소하게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이명클리닉의 임기정 교수는 “비유적으로, TV-라디오 기기가 망가지면 잡음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의 청력세포, 청각신경, 뇌신경이 손상되고 노화가 되면 망가진 신경에서 오반응과 잡음이 생기고 왜곡이 생긴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이명이다”고 설명했다.

이명의 원인은 노화성 난청에 따른 발생이 가장 많다. 이밖에도 이명의 원인은 소음에 의한 내이 손상(음악가, 항공기 조종사 등 직업과 관련), 교통사고나 머리외상, 약물에 의한 이명(아스피린, 스트렙토마이신, 네오마이신, 카나마이신, 푸로세마이드) 등으로 다양하다.

이명 치료법으로는 보청기, 이명차폐기, 약물요법, 이명 재훈련 치료 등을 시도할 수 있다. 보청기는 청력을 증강시키고 동시에 이명을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명차폐기(Tinnitus masker)는 특정한 장치를 통해 외부에서 신경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음을 지속적으로 줌으로써 이명을 느끼지 않게 하는 장치다. 이명 재훈련 치료(Tinnitus Retraining Therapy)는 상담치료와 보청기-이명차폐기를 종합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환자 자신이 이명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이명과 연관된 불쾌감 및 불안감을 덜어 내도록 도와주는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임 교수는 “이명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꾸 이명을 확인하고 들으려 하는 과정이 뇌로 하여금 이명을 차단하지 못하게 하게 된다. 오히려 환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리이므로 증폭하여 더 크게 들려주는 것이다”며 “이로 인해 점차 이명을 더 생각하게 되고 이명은 계속해서 커지는 일종의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이명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 치료의 포인트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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