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는 치료시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급성기 치료단계부터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개입하여 예상되는 장애후유증을 대비해 가능한한 빨리 재활치료를 해야 효과가 큽니다. 교통사고 환자의 경우 사고발생 6개월이내에 집중 재활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면 신체 회복수준이 떨어져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어렵습니다”

국내 자동차 사고로 인한 상해자는 약 180만명, 그 중 후유 장애인이 2만명이다. 사고이후 환자들이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해 사회 복귀가 어려워지면서 경제적, 사회적 피해가 연간 28조원에 달한다. 재활은 환자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재활=철학’이라고 한다.

한국과 미국의 재활의학 명의로 손꼽히는 김윤태 국립교통재활병원 진료부원장과 브라이언 임(Brian Im) 러스크재활병원 뇌손상재활센터 소장을 7일 만나 국립교통재활병원(경기도 양평소재)에서 한국의 재활치료 현주소와 세계적인 재활치료 흐름을 들어봤다. 브라이언 임 소장은 가톨릭의과대 재활의학교실 창립 35주년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톨릭의대 재활의학교실은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9개병원에서 재활의학과를 운영하며 160여명의 재활의학 전문의를 배출해 국내 재활의학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 재활치료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언제, 어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해야하나
▶김윤태 부원장= 수술이 끝나고 급성기 처치가 일단락되면 재활치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 시기를 아급성기라고 하며 재활치료는 3~6개월동안 진행된다. 재활치료는 어떤 병원과 어떤 의사에게서, 어떻게 받느냐가 앞으로 남은 환자 삶의 질을 결정한다. 병원 선택은 시설, 인력, 치료체계 등을 고려해 골라야 한다. 의료진이 하나의 팀을 이뤄서 협력과 소통을 통해 환자의 재활치료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곳이 좋다. 팀접근 방식으로 입원에서 퇴원까지 체계화되어 집중 재활치료를 하는 병원이 좋다는 얘기다.

▶브라이언 임 소장= 재활치료는 아급성기(의학적으로 안정된 상태)때 가장 효과가 좋지만 좀더 빠른 급성기시기에 가능하면 좀더 빨리 재활치료를 할수록 좋다. 필요하면 급성기부터 내·외과 의료진과 협력하여 재활치료에 개입해 아급성기까지 연속성을 계속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런 점에서 의료진의 교육이 중요하다. 러스크재활병원은 중환자실 환자들이 아급성기로 넘어오기전에 내·외과 의료진에게 재활의 중요성을 깨닫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전인적인 치료를 해야하는 재활은 미래의료의 꽃이다.

- 교통사고나 외상을 당했을 때 빠르고 효율적인 재활치료를 받을 수있는 시스템이 중요한데….

▶김 부원장= 국내 최초로 선보인 교통사고 재활전문병원인 국립교통재활병원을 지을 때 우선적으로 지역의 접근성을 고려했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을 벤치마킹하면서 신경을 쓴 부분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재활병원의 평균 병상은 약 200병상이었다. 인구 820만명인 오스트리아는 전국에 70개, 인구 8000만명인 독일은 1200개에 달하는 재활병원이 있다. 회복기 병상 중심으로 운영되는 일본 역시 유럽처럼 인구대비 병원 숫자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최대 4주미만의 급성기병상으로 운영되는 대학병원과 만성기병상으로 운영되는 요양병원을 제외하면 이렇다할 재활전문병원이 없다. 접근성도 떨어진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이 개원한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전국 곳곳에서 환자들이 몰려오는 것은 쉽게 접근하여 재활치료를 받은 전문병원이 없다는 반증이다.

▶임 소장= 미국도 재활환자가 적재적소에서 치료를 받을 수있는 시스템은 없다. 다만, 환자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크다. 미국에는 보다 세분화되고 경쟁력이 좋은 재활센터가 많다. 외상성 뇌손상의 경우 각주마다 재활센터가 많아 굳히 먼곳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재활병원의 목적은 환자의 사회복귀율을 높이는 것인데,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나.

▶임 소장= 환자의 사회복귀율을 높이기 위해 의사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수많은 경험을 쌓은 전문가(의사)들이 환자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지금 당장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의사가 환자상태를 정확히 알면 다른 진료과에 협력을 요청하고 필요한 장비를 골라 도와줄 수있다. 또한 환자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있는 지를 알 수있다.

▶김 부원장= 미국은 환자의 75%이상이 재활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사회에 복귀하지만 한국은 50%가 채 안된다. 한국은 하지 및 사지마비 환자의 경우 1~2년간 치료를 받으면서 3개월 단위로 이 병원 저 병원 3~4개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과 연계체계가 안돼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경험많은 우수한 전문가들이 최단기간에 집중 재활치료를 하여 사회복귀를 최대한 앞당길 수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미국은 4~6개월정도만 치료를 받으면 거의 다 낫는다. 집으로 퇴원해도 외래시스템이 잘되어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대부분 비전문가들이 채활치료를 담당하고 있어 치료 및 재활기간이 길어지고 사회복귀도 그만큼 늦어진다.

-세계 최고 러스크재활병원과 지난해 10월 개원한 국립교통재활병원은 다학제 재활치료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있다. 다학제 재활치료가 뭔가.

▶임 소장= 재활은 다학제 진료 및 치료가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의사들간의 소통(communication)이 잘 되어야 한다. 어떤 환자가 매일 무슨 치료를 받고 뭘하고 있는지 여러 진료파트가 소통과 대화를 통해 알고 최선의 해답을 찾아야 한다. 1948년 설립된 러스크재활병원이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재활전문병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다학제 재활치료에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김 부원장= 재활치료는 삶의 질을 보장하는 게 치료의 목적이어서 심장, 폐질환과 같은 일반 임상치료와 다르다. 환자의 삶의 질은 의학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의사, 재활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언어재활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등의 다학적인 측면이 고려돼야 보장된다. 다양한 치료담당자들이 그 환자가 어떤 모습으로 퇴원할 것인지 생각하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재활은 외래치료도 중요한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김 부원장= 우리나라는 지역거점 재활전문병원이나 센터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양평군민들은 그 동안 서울로 가서 치료를 받고 귀향해서는 외래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이 개원해 동남부 거점병원으로서 기능을 하면서 이 지역의 재활환자 삶의 질이 달라졌다. 외래도 해피콜제도를 이용해 정기적으로 치료를 잘 받고 있다. 외래시스템이 발달되어 있으면 긴 입원이 필요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립교통재활병원이 하루 8시간 집중 재활치료를 하고 있다. 집중 재활치료의 잇점은

▶김 부원장= 재활은 아급성기때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효과가 가장 크다. 실제로 교통사고 환자를 대상으로 하루 8시간 집중 재활치료를 해보니 환자들이 힘들어해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 집중 재활치료는 건보적용이 안되어 시범수가를 만들어 수중치료, 로봇보행치료 등을 시행하고 있다. 건보적용 환자들이 왜 우리는 차별을 받느냐며 호소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임 소장= 미국은 일반적으로 하루 3시간 정도 재활치료를 한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아급성기때 집중 재활치료를 해야 효과가 정말 좋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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