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이 한창이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 날마다 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산으로, 바다로 향하는 발길이 바쁘다. ‘지리한’ 생활을 떠난다는 마음에 자칫 긴장을 내려놓고 휴가에 나섰다가는 큰 코 다칠 수 있다. 아무런 준비없이 강한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피부손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부손상을 일으키는 주범은 햇빛 속에 숨어 있는 자외선이다. 자외선은 햇빛 중 가시광선의 자색(보라색)보다 짧은 광선을 의미하며, 파장에 따라 자외선A, B, C 3가지로 나뉜다. 자외선C는 단파장으로 자상에 도달하기 전에 오존층에 흡수돼 피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문제는 자외선B, A.
자외선B는 중파장으로 피부의 표피층에 작용하며 해수욕이나 스키 등 스포츠·레져 활동 시 피부가 그을리게 하는 주요인으로 ‘레져자외선’이라 불린다. 계절 중 봄·여름에 하루 중 오전 10시에서 오후 3시 사이 가장 강하고, 피부자극이 강해 일광화상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피부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외선A는 장파장으로 피부 상부 진피층까지 도달하며, 구름, 안개, 유리창을 통과하므로 실내에 있더라도 피부에 영향을 미쳐 ‘생활자외선’이라고 한다. 자외선B에 비해 자극은 약하지만 색소침착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피부 노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B가 자외선A에 비해 지표면에 도달하는 량이 100배 많고, 자극도 10배 강하다”며 “결국 자외선B가 자외선A보다 1000배 더 피부에 자극을 준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적외선은 피부온도를 높여 열노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가시광선도 피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없다”고 덧붙였다.
일반인은 보통 여름철에 햇빛 아래에서 30~40분 가량 활동할 경우 가벼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화상이 나타나는 시간은 피부색에 따라 3~5분 정도 차이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공식에 따르는 것은 아니다. 짧은 시간 햇빛에 노출됐음에도 피부손상을 입는 경우도 있다. 다시 말해 자외선에 과민해져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사람들은 약물복용, 자가면역질환, 광선 두드러기 등 다양한 원인을 의심할 수 있다”며 “햇빛에 조금만 노출되더라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므로 원인을 밝히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자외선에 의한 피부손상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누구나 알고 있듯이 ‘자외선차단제’에서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A와 같은 일부 자외선의 경우 구름을 통과하므로 비가 내리는 날에도 발라주는 것이 좋으며,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듬뿍, 자주 발라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외선차단제는 자외선B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 SPF(Sun Protection Factor) 30 이상, 자외선A를 차단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등급인 PA(Protection grade of UVA) ++ 이상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권장된다. SPF 50 이상 제품을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에 해로울 수 있다는 속설이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또한 자외선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외출을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노력해도 태양을 피할 수 없다면, 피부손상 대처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 정 교수는 “강한 자외선으로 인해 피부에 손상을 입으면 피부를 차갑게 해주는 것이 좋다”며 “의사처방을 받아 소염진통제를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애경 매경헬스 기자 [moon902@mkheal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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