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비아그라, 타다나필 등 발기부전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PDE-5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약물재창출’ 가능성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021년 12월 미국 클리블랜드대학 연구팀이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 타다나필(성분명 시알리스) 등 ‘PDE-5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를 69%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의 또다른 효과에 관심이 쏠렸다.

이어 최근에도 유사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달 8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루스 브라우어 교수 연구팀에서도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PDE-5 억제제를 활용한 치매치료제 개발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루스 브라우어 교수 연구팀은 발기부전 진단을 받은 남성 26만9725명의 의료 기록을 5년간 추적관찰했다. 관찰 이전에 알츠하이머나 인지 저하 진단을 받은 사람들은 제외했다. 연구기간 동안 총 1119명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고, 이 중 PDE-5 억제제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18% 낮았다. 특히 PDE-5 억제제를 처방받은 횟수가 많을수록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최대 44%까지 낮아졌다.

물론 해당 연구는 PDE-5 억제제가 알츠하이머를 직접적으로 예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브라우어 교수는 “신체적으로 활발한 남성이 발기부전 치료제를 많이 찾는 변수가 있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PDE-5 억제제의 알츠하이머 예방 효과 확인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이번 연구에 대해 비아그라가 뇌 혈류 개선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알츠하이머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한 연구라고 해석했다.

약물재창출 성공하나…임상3상 돌입한 ‘AR1001’

PDE-5 억제제의 치매 예방 가능성 소식이 들리면서 주목받는 국내 기업이 있다. PDE-5 억제제 계열의 미로데나필 성분으로 치매치료제 ‘AR1001’을 개발하고 있는 아리바이오다.

미로데나필에서 시작된 ‘AR1001’은 복잡한 양상을 가진 치매에 다양하게 작용하는 기전을 갖춰 여러 유형의 치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신경세포 내 신호 전달 경로인 CREB 활성화를 통한 신경세포 사멸 억제 및 생성 촉진, 독성 단백질 제거 및 축적 억제, 뇌 장벽 투과성과 뇌 혈류 증가 등 다중효과를 확보했다.

김상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AR1001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을 거친 최초의 PDE-5 억제제” 라며 “이 약물은 다른 PDE-5 억제제와는 달리 우수한 부작용 프로파일과 혈관 및 뇌 장벽의 투과성이 좋다”고 전했다.

이러한 다중효과는 연구논문과 비임삼, 임상2상을 통해 규명했고 현재 ‘AR1001’은 현재 글로벌 임상3상 ‘Polaris AD’를 진행중이다. 2022년 12월 미국 임상3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9월 임상3상 승인을 받았고 이달 한국 첫 환자 투약을 개시했다.

PDE-5 억제제의 치매 예방 가능성 연구 결과 발표로 아리바이오의 글로벌 임상3상이 탄력을 받고 있다. 아리바이오 측은 “전세계적으로 치매치료제 개발과 관련된 많은 임상이 진행되고 있어 참여 환자 모집이 쉽지 않다”며 “PDE-5 억제제에 대한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환자들이 임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구용 치매치료제로 환자 복용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강점이다. 현재 개발된 치매치료제는 정맥 주사제로 약 2시간 동안 혈관으로 약물을 투여해야 한다. AR1001은 하루 한 알 복용하는 경구용으로 개발됐다.

정재준 아리바이오 대표는 “복용 편의성과 장기 복용에서도 증명된 안전성으로 임상3상에 참여하고자 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달 임상3상 투약이 시작되는 국내의 경우 이미 130명이 넘는 환자가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리바이오 측은 2025년 말 글로벌 임상3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