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우리밀, 폴베리와 24일까지 팝업레스토랑
"국산 밀 자급률 1%…우수성·소중함 알릴 것"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폴베리' 전경 [사진=김보람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폴베리' 전경 [사진=김보람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폴베리'로 가는 길. '북극 한파'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영하 15도까지 내려간 기온에 매섭게 차가워진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하지만 폴베리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은 왠지 그렇게 춥진 않았는데.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식탁이 온기를 채워 준 덕분일까. 국내 친환경 식품회사 우리밀이 폴베리와 손잡고 팝업레스토랑을 열었다. 

식당 내부에 걸려있는 그림 [사진=김보람 기자] 
식당 내부에 걸려있는 그림 [사진=김보람 기자]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계산대 옆 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띄었다. 이탈리안 음식과는 거리가 먼 듯한, 한국 민화풍의 그림이었다. 그래도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썩 잘 어울리는 게 흥미롭다. 사실 이 그림에는 폴베리를 운영하는 김찬겸 셰프의 철학이 담겼다.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고집 아래, 양식이지만 국산 밀만을 사용하는 그의 신념이다.

보통 국산 밀은 잘 끊어지고 향이 강해 양식에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이 있다. 김 셰프는 국산 밀로 양식을 만들고자 수십 번의 연구와 개발로 적합한 레시피를 찾아냈다. 김 셰프는 "국산 밀보다 수입산 밀이 국내에서 주로 소비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국산 밀도 얼마든지 넓게 활용될 수 있단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국산 밀이 수입산 밀 대비 점성이 떨어지는 건 글루텐 함량이 낮기 때문. 글루텐은 끈끈한 성질로 지나치게 섭취하면 장에서 엉겨 붙어 변비나 소화장애를 유발한다. 그래서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국산 밀로 만든 밀가루 음식을 즐기면 좋다.

수제 화이트 치즈와 병아리콩 통밀 크래커 [사진=김보람 기자] 
수제 화이트 치즈와 병아리콩 통밀 크래커 [사진=김보람 기자] 

우리말과 협업해 준비한 크리스마스 코스 요리는 '수제 화이트 치즈와 병아리콩 통밀 크래커'로 시작된다. 김 셰프가 직접 만든 부드러운 화이트 치즈에 우리밀의 시판 제품인 '병아리콩 통밀 크래커'를 곁들였다. 국산 유기농 통밀가루에 병아리콩 분말을 섞어 식이섬유와 단백질이 풍부하다고 한다. 담백한 크래커 위에 부드러운 치즈를 얹어 먹으니 풍미가 무척 고급스럽다. 

(위쪽부터) 제철 생선 세비체, 우리밀 통밀 미니 판제로티 [사진=김보람 기자] 
(위쪽부터) 제철 생선 세비체, 우리밀 통밀 미니 판제로티 [사진=김보람 기자] 

다음으로 제철 생선 세비체가 나와 입맛을 돋웠다. 지금 제철을 맞은 방어를 회로 얇게 썬 다음 토마토, 양파, 레몬, 고수 등으로 상큼한 맛을 냈다. 다음은 '우리밀 통밀 미니 판제로티'이다. 판제로티는 피자를 반으로 접어 튀긴 이탈리아의 전통 음식이다. 김 셰프는 국산 백밀과 통밀을 섞어 반죽을 만들었다. 백밀과 통밀을 블렌딩하면 제면‧제빵에 적합하다고. 고소하고 쫄깃한 반죽 속에 버섯과 양파, 치즈가 가득 들어갔다. 국산 밀에서 풍기는 구수한 풍미가 인상적이다.

(위쪽부터) 황금알 라자냐, 우리밀 랑드샤와 수제 아이스크림 [사진=김보람 기자] 
(위쪽부터) 황금알 라자냐, 우리밀 랑드샤와 수제 아이스크림 [사진=김보람 기자] 

'황금알 라자냐'는 국산 밀가루 품종 '황금알'만으로 김 셰프가 직접 반죽해 만들었다. 황금알은 단백질 함량이 14% 수준으로 개발된 신 품종이다. 제빵에 사용해도 수입 밀과 크게 차이가 없다고 평가된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특히 폴베리의 라자냐는 자극적이지 않아 느끼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 디저트는 '우리밀 랑드샤와 수제 아이스크림'이다. 이 랑드샤 또한 우리밀에서 만드는 제품이다. 유크림 100% 버터와 국산 원유, 제주산 말차 등이 들어갔다. 아이스크림은 마스카포네 치즈와 생크림으로 만들어졌다. 버터 풍미가 가득한 랑드샤와 함께 환상적인 달콤함을 선사했다.  

우리밀 통밀 크래커, 말차 랑드샤 등 제품들 [사진=김보람 기자] 
우리밀 통밀 크래커, 말차 랑드샤 등 제품들 [사진=김보람 기자] 

우리밀이 이번 팝업레스토랑을 운영한 건 소비자들이 국산 밀의 가능성을 몸소 체험하게 하기 위함이다. 코스 요리임에도 1인 당 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성을 높였다. 박종대 우리밀 대표는 "3대 주곡 가운데 하나인 밀의 우리나라 자급률은 1%에 불과하다"며 "식량안보 차원에서 위험한 수치인데 이에 대한 인식은 낮아 국산 밀의 소중함과 우수성을 알리고자 이번 팝업 레스토랑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국산 밀 소비는 생태 환경 보전과 농가 소득 기여, 식량 주권 확립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우리밀에 따르면 국산 밀을 1kg 소비할 때 밀밭이 3.3 ㎡ 확대된다. 이는 산소 2.5kg을 만들고 이산화탄소는 3kg을 흡수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든다. 

김 셰프에게 국산 밀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아무리 번거롭고 힘들어도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모두가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음식, 먹을수록 아름답고 건강해지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국산 밀을 적극적으로 소비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하는 지점이었다. 

한편 우리밀은 1989년 국산 밀 자급률을 높이고자 설립된 회사다. 현재 화학첨가물과 GMO(유전자변형식품) 원료를 배제한 다양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우리밀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또 국산 밀 원곡을 농가와 직접 계약 수매하며 농가 소득에도 기여하고 있다. 

폴베리X우리밀 팝업 레스토랑 [사진=김보람 기자] 
폴베리X우리밀 팝업 레스토랑 [사진=김보람 기자] 

 

매경헬스에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억울한 혹은 따뜻한 사연을 24시간 기다립니다.
이메일 jebo@mkhealth.co.kr 대표전화 02-2000-5802 홈페이지 기사제보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매경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