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 2024년부터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용
대마 성분 ‘칸나비디올’, 뇌전증‧알츠하이머 등 뇌 질환 치료제로 주목 
아이큐어, HLB생명과학, 유한건강생활, 지아이비타 등 의료용 대마 사업 진출 

마약으로 알려진 대마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 등 기관이 의료용 대마 합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서도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산업에 진출하기 위한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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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부터 국내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용

일반적으로 ‘마약’으로 부르는 대마는 잎과 꽃을 건조한 마리화나로 환각성이 있는 ‘THC (tetrahydrocannabinol)’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환각 작용이 있어 국내에선 사용 금지다. 다만 대마에 함유된 성분 중 하나인 ‘칸나비디올(CBD)’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 등 장점이 커 미국과 유럽에서 소아 뇌전증 치료제로 허가돼 처방되고 있다. 

대마에는 칸나비디올(CBD), 칸나비놀(CBN), 테트로하이드로칸나비올(THC) 등 70여 종의 다양한 성분들이 존재한다. 이중 THC가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 CBN은 항경련, 진정 효과가 있고, CBD 역시 강력한 항산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대마에 포함돼 있는 성분 중 스트레스 완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진 성분들이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품, 음료, 식품첨가물로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시장 성장에는 법률적으로 대마 및 대마 성분이 농산물로 분류되고 식품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는 배경이 있다.

해외에서는 대마를 활용한 시장이 커지고 있고 관련 규제도 국내와 차이가 크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는 CBD 사용에 관련된 공중보건 관련 문제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고, 유엔마약위원회도 대마 및 대마 관련 물질의 평가에 대한 권고안을 제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캐나다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의료용 대마의 사용을 합법화하는 추세다.

그런데 국내는 지금껏 대마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규제하고 있다. 대마를 공무상 또는 학술연구 또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수입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마를 수출입, 제조, 매매하거나 매매를 알선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대마를 활용한 뇌전증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국내 소아 뇌전증 환자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신청해야만 해당 제품을 공급받아 복용할 수 있다. 여기에 140만원(20일분 기준)에 달하는 약가로 환자 부담이 커 국산화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대마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 산업이 탄력받을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4년부터 국내에서도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을 허용한데 이어 환각 물질인 THC 함유량이 0.3% 미만인 대마를 현행 마약류관리법에서 분리해 내는 방식 등으로 규제 완화 방안을 통해 산업화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상북도는 지난 2021년 4월 국내 최초로 헴프(HEMP)의 산업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실증을 착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산업용 대마 생산 전주기 안전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벤티지랩과 유한건강생활의 공동연구 계약 체결식 모습. [인벤티지랩]
인벤티지랩과 유한건강생활의 공동연구 계약 체결식 모습. [인벤티지랩]

◆ 국내서도 의료용 대마 산업 진출 움직임

전 세계적으로 대마를 활용한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도 제약 바이오업계도 의료용 대마 산업에 진출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미 의약품을 개발 중인 회사도 있다. 아이큐어는 현재 수입한 대마 성분 원료 의약품을 연구하며 먹거나 몸에 붙이는 형태의 진통소염제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엔 대마 성분 의약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식약처로부터 ‘마약류취급학술연구자’ 승인을 받았다.

마약류 취급 학술연구자 지정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의거 학술 연구를 위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거나, 대마의 재배 및 수입 사용을 허가하는 제도로 자체적으로 대마 성분을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HLB생명과학은 대마에서 추출한 천연화학물질 ‘칸나비노이드’류 성분을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네오켄바이오와 ‘의료용 대마 소재 의약품의 공동 연구 개발’에 대한 상호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LB생명과학은 네오켄바이오로부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대마 추출물을 독점 공급받고, 암, 뇌전증, 치매, 파킨슨 등 다양한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방침이다. 지난 7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 대마(헴프) 성분 연구를 위한 ‘마약류 취급 학술연구자’ 승인을 취득했다. 

네오켄바이오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 출자 회사다. 2021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원을 받아 빠른 시간내 고순도 CBD를 추출해 가공할 수 있는 독자적 기술을 개발했다.  

유한건강생활과 인벤티지랩은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을 활용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공동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손잡았다.

이번 공동연구 계약은 인벤티지랩이 보유한 장기지속 주사제 개발 및 제조 플랫폼 기술인 IVL-DrugFluidic®을 유한건강생활이 보유한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YC-2104)에 적용해 최소 1개월 최대 3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신약을 개발하는 내용이다.

양사는 장기 지속형 후보 제제의 도출, 효력시험, 독성 시험, 임상 시험 등의 전체 연구개발 과정을 공동으로 수행하고 이후 해당 제품에 대한 글로벌 라이센싱 및 사업화를 공동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아이비타는 경희의료원, 헴프앤알바이오와 산업 및 의료용 대마를 이용한 연구 개발 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CBD 관련 시장은 2028년 약 1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최근 대마 성분 의약품의 치료 효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대마 의약품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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