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많이 먹었을 때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먹자마자 배변 신호가 왔으니 방금 먹은 음식이 소화된 것일까?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 배설한다.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정이다. 사람들은 보통 소변은 하루에 몇 번씩 배출하지만 대변은 하루 1~2회, 적게는 며칠에 한 번 꼴로 배출한다. 그런데 간혹 식사 직후 급하게 변이 마려운 증상을 겪으면 ‘방금 먹은 밥이 나오려나 보다’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몸의 소화 과정을 살펴보면 답이 쉽게 나온다.

우선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면 침에 있는 소화액과 섞여 저작작용을 거친 후 식도로 이동한다. 식도에서는 근육 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로 보내는데 위까지 가는 데에는 약 3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위로 이동한 음식물은 위액과 섞이면서 걸쭉한 액체가 될 때까지 계속 운동을 하고 4~6시간에 걸쳐 소화가 이루어진다. 이후 길이 5~6m의 소장으로 이동해 5~7시간 동안 소장 내의 ‘융모’라는 돌기에 의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영양분이 흡수된 후 남은 찌꺼기는 길이 1.5~1.6m의 대장으로 이동해 수분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약 10시간이 소요된다. 수분이 빠진 찌꺼기가 어느 정도의 양이 되면 비로소 대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 먹은 밥은 바로 배출되지 않는다. 음식이 소화돼서 변이 되기까지는 짧게는 16시간에서 많게는 30시간까지 걸리므로 밥을 먹자마자 신호가 왔다면 그것은 어제 먹은 음식인 것이다.

만약 식사 직후마다 배변 신호가 오는 사람이 있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일 확률이 높다. 장운동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소화를 제대로 못 시키는 것으로 전 세계 인구의 7~15%가 앓고 있는 가장 흔한 소화기 질환이다. 복통이 심하더라도 배변 후에는 호전되는 특징이 있어 증상이 수년간 계속되더라도 건강 상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데 있어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소화기내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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