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찌릿'… 20대인데 설마 나도 디스크?"
20대 허리디스크, '과부화'와 '잘못된 사용 누적'이 더 큰 원인 허리 통증 지속되거나 다른 이상 함께 나타난다면 진단 필요
아침에 침대에서 급하게 일어나다 허리가 '욱' 하고 당기거나,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집으려 몸을 숙이는 순간 '찌릿'한 통증이 스친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허리가 굳어 잘 펴지지 않는 느낌도 익숙하다. 대부분은 '허리가 좀 삐끗했나' 하고 넘기지만, 이런 일상에서의 신호가 20대 허리디스크의 시작일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는 "근육통인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굳은 느낌이 계속된다"는 경험담이 잇따른다. 통증이 처음엔 가벼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래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워지고 허벅지나 다리에 저림이 번졌다는 호소도 흔하다.
허리 디스크의 통증은 단순 뻐근함과는 결이 다르다. 허리를 숙일 때 통증이 더 심해지고, 오래 앉아 있을수록 불편감이 커진다. 아침에 일어날 때 유독 뻣뻣함이 두드러지거나, 엉덩이·허벅지로 통증이 퍼지는 방사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러한 양상이 반복된다면 일시적인 근육통이 아닌 신경 압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젊은 층에서 나타나는 허리디스크는 노화가 아닌 '과부하'와 '잘못된 사용의 누적'이 더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생활 습관과 운동 방식, 체형 조건이 맞물리며 디스크에 반복적인 압력이 실리는 구조다. 20대 허리디스크는 보통 한 가지 원인보다는 생활 패턴과 신체 조건이 겹치며 서서히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생활 환경이다. 대학 강의실과 사무실, 카페를 오가며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상체를 앞으로 내밀거나 한쪽으로 기대는 자세가 습관처럼 굳어진다. 실제로 학술지 Spin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허리를 구부린 상태로 앉아 있을 때 요추 추간판 내부 압력은 서 있을 때보다 크게 증가하며, 이러한 자세가 반복될 경우 디스크 변성 및 미세 손상 위험이 높아진다고 보고됐다.
여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웨이트 트레이닝이 더해질 경우, 허리 부담은 배가된다. 데드리프트나 스쿼트처럼 요추에 직접적인 하중이 실리는 동작을 코어 안정성 없이 수행하면 추간판에 순간적으로 고압이 가해지며 손상이 누적될 수 있다. 실제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적절한 중량 운동이 요추 디스크 변성 및 만성 요통 발생 위험을 높였으며, 특히 코어 근력이 약한 상태에서 무게를 급격히 늘리는 것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 하나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유연성과 근육 밸런스다. 햄스트링과 둔근이 뻣뻣해지면서 골반의 움직임이 제한되면 그 부담이 허리에 그대로 전달되고, 허리가 과도하게 굽거나 젖혀지는 움직임이 반복된다. 이때 요추에 상당한 부담이 가고 통증이 반복된다. Journal of Orthopaedic & Sports Physical Therapy(JOSPT)는 햄스트링 유연성 감소가 요추 기능 저하와 통증 빈도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유연성 개선이 허리 디스크 예방과 재발 방지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 비수술 치료가 원칙… '허리 살리는 방향'이 핵심
강승구 본플러스정형외과 대표원장(정형외과 전문의)는 "결국 주사나 약물치료로 통증이 감소되면 요추의 로딩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관리 및 재활을 해야 하는데, 요추 로딩을 줄이는 핵심은 기립근 강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통증이 심하거나 하지마비, 마미증후군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며 "수술을 선택할 경우 인접분절질환(ASD)이나 요추관절증 같은 후유증 가능성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원장은 "최근 유행하는 러닝·등산처럼 체중이 실리며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이나 데드리프트·스쿼트·런지처럼 허리에 큰 부담이 가는 동작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신 비교적 허리에 부담이 적은 운동으로 계단 오르기와 수영, 집에서 시행할 수 있는 플랭크 등을 권했다. 무작정 휴식을 취하거나 시술에만 의존하기보다, 허리에 무리가 덜 가는 방향으로 운동 패턴을 바로잡고 근육 사용 방식을 다시 세우는 과정이 장기적인 회복과 재발 방지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20대라는 이유만으로 통증을 가볍게 넘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다리 저림·감각 이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 근육통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