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P-CAB 3파전 본격화…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 '재편'

HK이노엔·대웅·온코닉… 국내 P-CAB 시장 3강 체제 구축 P-CAB 약물 전체 파이 증가… 올해도 동반성장 이어질 듯

2025-10-24     이재형 기자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안쪽으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이 차세대 약물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현재 HK이노엔,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 3파전 양상으로, 경쟁업체들이 늘고 있으나 P-CAB은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각사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로 역류해 가슴 안쪽으로 타는 듯한 통증이나 쓰림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질환 치료를 위해 기존에는 PPI(양성자펌프 억제제)가 주로 쓰였다. PPI는 전구약물(prodrug)로, 활성화 과정을 거친 후 약효를 발휘하기 때문에 작용 발현 시간이 느리다는 한계가 있다. 또 반감기가 짧아 야간 위산분비 돌파 억제 효과가 적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목됐다.

HK이노엔은 2015년 PPI의 단점을 보완한 P-CAB 계열 약물 개발에 성공했다. P-CAB은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 펌프를 가역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을 갖는다. PPI와 비교하면 약효가 빠르고 오래 지속된다. 야간 위산 분비 조절에도 보다 효과적이다. 

2019년 '케이캡'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P-CAB 계열 약물을 내놓았고, 출시 첫해 300억원이 넘는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두 배가 넘는 700억원의 처방액을 올렸다. 케이캡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꾸준히 늘었고, 작년에는 20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HK이노엔 전체 매출의 5분의 1을 책임졌다.

P-CAB 시장 성장을 눈여겨본 대웅제약과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체 개발 P-CAB 약물 개발에 성공하면서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대웅제약은 2022년 P-CAB 계열 3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를 출시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펙수클루는 동일 계열 약물 중에서 위산 역류에 따른 '만성 기침 완화' 효과를 임상적으로 입증한 유일한 치료제다. 

펙수클루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면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대웅제약의 영업력과 PPI에서 P-CAB으로 전환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진 점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HK이노엔 스퀘어·대웅제약 본사·온코닉테라퓨틱스 연구소 전경. [사진=각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에 성공한 P-CAB 약물 '자큐보정'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받고 작년 10월 시장 공급을 본격화했다. '자큐보정' 출시 당시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각에선 수익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자큐보정 국내 처방은 출시 첫 분기 33억원, 출시 후 두 번째 분기 67억원, 세 번째 분기 90억원으로 처방액이 꾸준히 늘었다. 올 상반기 자큐보 제품판매로 거둔 수익은 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 공급되는 P-CAB 계열 치료제 수가 늘고 있으나 각사의 매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P-CAB 계열 약물 총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유비스트 데이터(UBIST data)에 따르면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점유율은 2020년 8~9%에서 2021년 10%를 넘어섰고, 지난해 2분기에는 20.2%로 20%를 돌파했다. 올 2분기 P-CAB 점유율은 24.5%로 나타났다. 한때 60% 이상을 차지하던 PPI 시장점유율은 50%대로 내려 앉았다. 

P-CAB 제품을 보유한 HK이노엔, 대웅제약, 온코닉테라퓨틱스의 판매 실적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올해 '케이캡'은 약 2000억원, '펙수클루'는 900억원 중반, '자큐보'는 300억원 후반 수준의 매출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위산 유발 소화기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많고, 심하면 심장마비와 유사한 가슴 통증 등으로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 P-CAB은 빠른 속도로 PPI를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은 보통 암과 같은 중증 질환에 치중한다. 때문에 이 분야에선 국내 기업의 개발 능력이 상당히 앞서 있다. 이같은 차이도 국산 P-CAB 약물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