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숙제 푼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 R&D 투자 결실 가시권?
올 상반기도 영업흑자… 200% 넘는 부채 비율은 부담 먹는 비만약 개발 순항… 글로벌제약사 기술이전 관측
신약개발을 내세우며 대규모 투자 단행으로 적자 늪에 빠졌던 일동제약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영업흑자를 기록하면서 반등세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재무구조 안정화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R&D부문에서 성과가 나와줘야 하는 상황으로, 연구개발 담당 자회사 유노비아의 비만치료제에 관심이 쏠린다.
일동제약은 2019년부터 연구개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2019년 주주총회에서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는 "미래가치 투자에 매진해 기업가치를 높여나갈 방침"이라며 R&D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선언했고, 이후 일동제약의 연구개발투자 비중은 급증했다. 업계는 수익성 개선과 지속성장을 위해 고수익을 안겨주는 신약 개발과 연구 역량 보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봤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은 11.1%로 전년 대비 소폭 늘었고, 2020년 14.0%, 2021년엔 19.3%로 10% 후반대로 치솟았다. 2022년에는 19.7%를 기록하면서 전체 매출의 5분의 1을 신약개발 등 연구에 쏟아부었다.
R&D 투자를 본격화한 2019년 일동제약은 약 1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 했다. 공격적으로 연구개발비를 늘리며 도전적인 행보를 보였으나, 매출 대비 과도한 투자가 부담으로 돌아왔다. 2020년 영업이익률은 1%대를 기록하면서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으나, 이후 3년 동안 연속 적자를 냈다. 이 기간 줄곧 'R&D 적자 기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변곡점은 2023년에 찾아왔다. 윤 대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조직 효율화와 비용 절감에 나섰다. 연구개발 효율화를 위해 R&D 전담 자회사인 '유노비아'를 출범시키고, 일동제약이 진행 중이던 모든 연구 프로젝트를 승계했다. 일동제약이 지분 100%를 갖는 구조다. 일동제약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뿐 아니라 유노비아가 자체적으로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진 결정으로 풀이된다.
허리띠를 졸라맨 윤 대표는 지난해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 적자고리를 끊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며 흑자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재무부담은 여전하다. 올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64%로 집계됐다. R&D 비중 확대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8년 말 이 비율은 103%였다. 제조업의 경우 통상 100~200%가 적정 범위로 여겨진다.
업계는 일동제약 R&D의 중심인 유노비아의 기술이전 ‘잭팟’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노비아가 개발 중인 먹는 비만치료제 'ID110521156'에 대한 시장 관심이 뜨겁다. 기술이전 성사 여부에 따라 그룹 전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하루 한 번 경구 투여하는 'ID110521156'은 현재 국내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약물 용량별 코호트 중 100mg 투여군에서 4주 동안의 체중 감소 효능이 평균 6.9%, 최대 11.9%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임상 결과로 일동제약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유노비아 관계자는 "기존 대표적 치료제인 펩타이드 소재의 주사제에 비해 생산성과 사용 편의성 등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후속 임상개발 활동과 더불어 라이선스 아웃을 추진 등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D110521156' 임상 1상은 올 하반기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1상 결과에 따라 파트너사 주도의 2상 진입 관측도 나온다. 'ID110521156'이 기술이전에 성공하면 유노비아뿐 아니라 일동제약의 재무구조 개선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업에 손을 벌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운영자금 등을 확보할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CAB 후보물질 기술이전 성공 이후 비만치료제 연구 성과가 더해지면서 유노비아의 연구개발 역량이 강화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투자를 받아 운영자금과 R&D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유노비아가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비만치료제 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면 해당 수익은 일동제약에도 보태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