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역 응급의료체계 개선이 절실하다

2025-09-04     매경헬스
서울연세병원 조상현 원장

최근 대구에서 9살 어린이가 얼굴이 심각하게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지만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서울까지 이동해 치료를 받았습니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 응급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입니다. 수도권과 지방 간의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불균형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고통과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  응급의료, 수도권 집중화 문제

매년 지방에서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들이 수도권으로 급히 이송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응급처치의 지연'입니다. 사고 발생 지역이 수도권과 먼 곳이라면 환자가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고 후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이나 후유증을 예방할 수 없게 됩니다.

얼굴이나 손과 같은 주요 부위의 부상은 단순히 신체적 손상에 그치지 않습니다. 환자에게는 큰 심리적 충격을 주며, 이후 삶의 질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른 치료가 중요한 부상일수록 가까운 지역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서울까지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은 응급처치가 늦어질 위험을 더욱 키우게 됩니다.

◆ 의료 공백과 인력 부족

지난 전공의 파업과 같은 의료계의 문제로 인해 의사의 수가 부족해졌고 그로 인해 응급의료 체계에도 큰 공백이 생겼습니다. 최근 전공의가 복귀를 하고 있다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대형병원에만 의존한다면 응급실은 과부하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중소병원과 지역의 전문성을 갖춘 병원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얼굴 부상, 얼굴뼈 골절, 얼굴 상처나 손가락 절단처럼 생명에 큰 지장이 없지만 중요한 부위에 상처를 입은 환자들은 가까운 병원에서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응급실 뺑뺑이 문제와 대처 방안

최근 주요 방송사에서는 응급실 뺑뺑이와 관련된 보도를 다뤘습니다.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적합한 치료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치료가 지연되거나 병원 간 이동이 반복됩니다. 이는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고 특히 응급처치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응급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어디서 치료를 받을 것인가'를 사전에 알고 있는 것입니다. 평소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병원에서 응급상황 발생 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가까운 응급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지역 응급의료체계의 강화가 필요하다

응급의료는 단순히 신체적 치료를 넘어 환자의 삶의 질과 심리적 안정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얼굴이나 손, 발 등 신체 주요 부위에 상처를 입은 경우 치료가 지연되면 장기적인 후유증과 함께 환자의 심리적 상처까지 남게 됩니다. 따라서 대형병원만을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 전문성을 갖춘 병원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가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이 마련돼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