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비만약 시장 개화 초읽기… 국내서 누가 뛰나?

글로벌 제약사, 내년 중 경구용 비만치료제 상용화할 듯 일동제약·디앤디파마텍, 후보물질 개발 후 기술이전으로 수익화

2025-09-03     이재형 기자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또는 품목 허가 준비 단계에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먹는 비만약 상용화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먹는 약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에 국내 경구용 비만약 개발 업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3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일라이릴리는 비만 또는 과체중 및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평가한 3상 'ATTAIN-2'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업계는 2026년 '오르포글리프론'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위고비'를 내놓으며 비만치료제 시장 판도를 바꾼 노보노디스크도 경구용 비만약을 준비 중이다. 노보노디스크의 주사제 GLP-1 활성 성분의 알약 버전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는 후기단계 시험에서 약 15%의 체중 감소를 보였다. 이르면 올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로슈를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업체인 '메드익스프레스(MEDEXPRESS)'에서 의료 담당 책임자를 맡고 있는 소피 딕스(Sophie Dix)는 최근 CNBC와 인터뷰에서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가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후속 약물들이 더 강력하고 선택적이며, 적은 부작용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로는 일동제약과 디앤디파마텍이 주목받는다.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시장 기대도 상당하다. 올 초부터 줄곧 1만원 초반선에서 움직이던 일동제약 주가는 지난 7월부터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우상향이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ID110521156'가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가는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뛰면서 최근 2만원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동제약의 비만치료제 개발은 연구개발 자회사 유노비아가 맡고 있다. 'ID110521156'은 GLP-1 RA(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이다.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현재 임상 1상 단계다. 

유노비아는 "기존 대표적 치료제인 펩타이드 소재의 주사제에 비해 생산성과 사용 편의성 등에서 뚜렷한 차별점을 지닌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라고 설명했다. 우수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기술이전을 수익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5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디앤디파마텍은 GLP-1을 기반으로 한 경구용 비만치료제와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펩타이드를 경구 제형화하는 기술인 'ORALINK'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만, MASH, 퇴행성뇌질환 등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비만 영역에선 미국 제약사 '멧세라(Metsera)'와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공동 개발 중이다. 

올 4월 들어 다국적 제약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 상용화 움직임으로 인한 시장 확대 가능성 소식과 기술이전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 기대 등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오름세다. 올 초 5만원 대에서 움직이던 회사 주가는 지난 4월 중순부터 상승세를 탔고, 최근 15만원 초반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중 하나인 'MET-002o(DD02S)'는 북미지역 임상1상에 들어갔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기술이전이 완료된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급금, 마일스톤 등 수령에 따른 현금 유입으로 재무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쟁력있는 파이프라인을 추가,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 진행을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다. 국내 업체의 규모를 감안하면 우수한 후보물질을 개발해 기술이전 하는 것이 현실적인 수익 창출 방법"이라며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곳들이 늘고 있다. 효능과 부작용뿐 아니라 경제성도 갖춘 물질을 내 놓아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