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관련 미 쇠고기 수입 우려 [칼럼]

2025-07-30     매경헬스
서진교(GSnJ 인스티튜트, 원장)

지난 4월 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 세계 대상 관세 부과로 시작된 한미 관세 협상이, 미국에서 제시한 8월 1일 시한을 앞두고 한미 양국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 통상 전반을 아우르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추가적인 농산물 개방 가능성을 언급, 농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사실상 금기시되어 왔던 수입 쇠고기 30개월 연령 제한 철폐 가능성도 열어 놓아 한우 사육 농가와 한우 생산자 단체들이 정부의 협상 태도를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이에 정부도 화들짝 놀라 쌀과 쇠고기 추가 시장 개방은 이번 협상에서 검토 대상이 아니라며 한 발짝 물러난 상태다.

사실 한미 양국 간 수입 쇠고기 30개월 연령 제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은 그동안 매년 발간하는 비관세장벽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왔다. 그런데 유독 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는 평소와 달리, 강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 보도되어 혹시 우리나라가 자동차 등 공산품 수출을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정부가 일단 쌀과 쇠고기를 협상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마지막 선)으로 설정한다고 하니, 다소 마음이 놓이긴 한다. 하지만 협상이 끝나지 않았으니 걱정을 완전히 내려놓을 수는 없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거부한 국가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발언이 알려지면서 또다시 축산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압력에 굴복하여 당초의 발언을 뒤집고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을 풀지는 않을까 우려가 계속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정말로 미국이 30개월 연령 제한을 푸는 데 큰 관심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30개월 연령 제한 철폐에 따른 미국의 추가 쇠고기 수출의 이점이 매우 작은 반면,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의 광우병 우려를 자극해 기존 수출마저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22.2억 달러에 달해 2위 일본의 18.7억 달러나 3위 중국의 15.8억 달러를 크게 앞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증가율은 10.1%에 달하여 2위 시장인 일본의 1.7% 증가에 약 6배이다. 말인즉슨, 미국의 쇠고기 수출업계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의 고객이자 지난 10년간 쇠고기 수출도 매우 빠르게 증가하여 더 이상 특별히 요구할 것이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30개월 연령 제한이 철폐된다고 해서 미국이 우리나라에 쇠고기 수출을 대폭 증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는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는 대개 18~26개월이기 때문이다(전체 도축 물량의 약 80%). 물론 30개월 이상의 도축 물량도 있다.

그 대부분은 고령의 젖소이거나 여러 번 송아지를 출산한 고령의 암소다. 이러한 소들은 스테이크용이나 구이용으로 팔리지 않는다. 그 대부분은 도축된 다음 즉시 잘게 갈아 햄버거용이나 가공육의 원료육으로만 팔린다.

결국 30개월 연령 제한을 푼다고 해도 일부 쇠고기 가공품 수출만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다만 가공육 시장 확대와 타 수출국들의 형평성 요구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제한적 수출조차 점차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이처럼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우려되는 원료육을 중심으로 가공육 수출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소비자 불안을 자극해 쇠고기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 소비자의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우려는 그동안 많이 해소되었다고 해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직까지 국가 수준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인식 개선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조사한 결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는 것이 인식 개선의 간접 증거는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30개월 미만의 쇠고기 수입에 대한 것이지, 30개월 이상 쇠고기에 대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30개월 연령 제한이 풀리면 30개월을 갓 넘은 30~36개월 소가 도축되기보다는 아주 고령의 60개월이나 70개월의 소가 도축되어 분쇄육 등 가공용 쇠고기로 수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의 광우병 우려는 급작스럽게 커질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로 미국산 쇠고기 소비가 줄고 대신 한우 쇠고기로 소비가 대체된다면 좋겠지만 수입 쇠고기 불법 유통 가능성이 있어 자칫 쇠고기 전체에 광우병 우려로 확산되어 수입 쇠고기는 물론 한우 소비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한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임은 물론이다.

한미 관세 협상에서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 문제는 한우 생산 농가의 제한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자칫 쇠고기 산업 전체의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수입 쇠고기 연령 제한 문제는 우리 소비자들의 수입 쇠고기에 대한 확실한 인식 개선을 확인한 이후에 차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우리 소비자들의 30개월 이상의 수입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한에 쫓겨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국내 축산업계는 물론 국민 전체의 건강권 차원에서도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