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투톱' 루닛·뷰노, 글로벌 사업 확대 사활… 이유는?

AI헬스케어 시장 150조 규모로 성장 전망... 업계, 해외 사업 '집중' 국내서는 신기술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 등 장벽 넘기 쉽지 않아

2025-07-09     이재형 기자
의료AI 영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국내에서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대표 의료 AI 업체들도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는 규제 환경과 사업 확장 여건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해외에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21억 달러(2조 8000억원)에서 연평균 38.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30년에는 1100억 달러(1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리서치앤마켓츠는 공공과 민간 기관의 투자와 자금 지원 증가,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AI 확산, AI 시스템 개발에 대한 관심 증가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의료 인력과 환자 수 사이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양질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점이 성장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올해 21억 달러(2조 8000억원)에서 연평균 38.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30년에는 1100억 달러(1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사진=리서치앤마켓츠 갈무리]

국내에서는 루닛과 뷰노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루닛은 유방암 영상 판독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10가지 흉부 이상소견을 검출할 수 있는 인공지능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CXR' 등 제품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국내 의료AI 업체 중 최대 실적이다.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집계됐다. 올 1분기에는 해외 매출 비중이 93%, 국내 매출이 7%로 해외시장 확대에 더욱 힘을 쏟는 모습이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 확보에 집중한 루닛은 현재 지이헬스케어(GE Healthcare), 필립스(Philips), 후지필름(Fujifilm), 홀로직(Hologic) 등을 통해 제품을 공급 중이다. 판매 지역은 유럽, 미국, 일본 등이다. 

뷰노는 미국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뷰노의 주력 제품은 입원환자의 생체 활력 징후 데이터를 분석해 24시간 내 심정지 발생위험도를 제시하는 뷰노메드 딥카스(VUNO Med-DeepCARS)다.

뷰노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94% 급증했다. 뷰노에 따르면 딥카스 도입 병상 수는 6만 병상이 넘는다. 국내에서 딥카스 공급을 늘리면서 수익을 확대했다. 매출 구성을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거둔 수익이 97%로 집계됐다. 

올 1분기 연결 매출액은 7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6% 늘었으나, 시장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DB증권은 "견조한 분기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나 상급종합병원 도입 증가세 둔화되면서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뷰노는 딥카스 FDA 허가로 해외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23년 6월 딥카스가 FDA로부터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되면서 승인 기대감을 높였다. 업계는 연내 딥카스 FDA 승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FDA 승인을 획득하면 딥카스 판매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미국 매출 발생이 올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AI 영역에 진출한 기업들은 국내에서 단기간에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AI 기술에 대한 정부의 보수적인 태도와 의료 소비자의 인식 등 장벽을 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의료AI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게 아니다. 국내의 경우 규제기관이 AI라는 신기술 도입에 다소 보수적이고 가격 결정에도 제약이 있다. 현재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 및 평가 제도를 통해 비급여 또는 선별급여 형태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으나, 이를 통과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비급여 상한선도 있어 업체와 의료기관이 가격을 정할 수 없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가격 책정 등과 관련해 보다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 장벽도 있다. 국내는 보험체계와 의료시스템이 잘 돼 있어 AI판독까지 원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반면 미국만 봐도 의료 소비자들이 AI 솔루션 사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다. 돈을 더 주더라도 새로운 기술을 통한 추가 검사를 받기를 원한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안정적인 매출원 확보가 필요한 업체 입장에선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진출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