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기고] 목의 정렬이 시야와 자율신경계까지 바꾼다
바쁜 현대인에게 스마트폰 사용, 업무 과중, 스트레스로 생기는 목의 통증은 이제 흔한 증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통증이 단순한 뻐근함을 넘어 만성 두통, 어지러움, 시야 흐림, 심지어 소화 문제나 불안 증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도수치료 전문 병원에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하며, 이 모든 증상이 하나의 공통된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상부 경추의 불안정성'이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상부 경추(Superior Cervical)의 불안정성이 부르는 신체의 도미노 효과
상부 경추(후두골, 경추1번, 2번)는 중추신경계의 시작점이다. 이 부위의 불안정이나 정렬 이상은 교감신경절(SCSG)이라고 하는 몸 전체를 긴장시키는 신경을 자극하여, 자율신경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 신경절은 안구 혈류, 동공 조절, 뇌혈류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목이 틀어지거나 불안정할 경우, 동맥이나 정맥이 압박되어 뇌혈류와 안압이 변하고 시야 문제나 자율신경 실조증(Dysautonomia)이 동반되기 쉽다.
교감신경 항진 시에는 두통, 심박수 상승, 불면, 소화불량이 나타나고, 부교감신경이 저하되면 불안, 피로, 안구 긴장, 시야 흐림 같은 증상이 생긴다. 이 모든 것은 목의 정렬과 연관되어 있다.
목 문제는 시각과도 연결된다
목의 정렬이 흐트러지면 뇌로 향하는 혈류가 감소하고, 이는 시신경과 안동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종종 "눈이 침침하다", "눈이 뻐근하고 피로하다.", "한쪽 방향으로 보기 불편하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이는 상부 경추의 불안정으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되면서 동공의 크기, 눈의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차신경과 얼굴 통증, 편두통의 연관성
경추 1~3번과 연결된 척수삼차핵(spinal trigeminal nucleus)은 얼굴 감각과 통증 전달을 담당한다. 상부 경추의 과운동성과 불안정성은 이 부위를 과흥분 상태로 만들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편두통, 턱관절장애, 얼굴 압박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호흡과 시각의 상호작용: 시야를 맑게 하고 긴장을 완화하는 숨쉬기
우리 몸은 숨을 들이쉴 때 긴장이 되어 동공이 수축되고, 내쉴 때 이완이 되어 동공이 확장된다. 이는 호흡이 신체 긴장 상태와 시각의 명료도에 영향을 주는 생리학적 반응이라는 증거이다.
따라서 느리고 깊은 복식호흡은 폐의 스트레치 리셉터를 자극해 미주신경을 활성화시키고, 교감신경 항진을 억제해 시야를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골프, 양궁, 공부, 수술 등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 분야에서도 이러한 호흡법이 사용된다.
최근 한 환자는 측두부 두통, 안면 감각의 이상, 그리고 웃을 때 입꼬리의 비대칭 움직임을 호소하며 내원했다. 검사 결과 경추 불안정성과 턱관절의 좌우 불균형, 6초 이상의 날숨 제한, 과거 치아교정의 실패 이력이 확인되었고, 맞춤 치료를 통해 환자의 증상은 빠르게 호전되었다. 이처럼 복합적인 증상은 단편적인 검사만으로는 놓치기 쉬우며 상부 경추와 시각·호흡 시스템 간의 통합적인 이해와 접근이 필수적이다.
목은 단순히 머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상부 경추는 자율신경계, 시각계, 호흡계의 '허브'이며, 이 축이 흔들릴 경우 전신의 기능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스트레칭이나 약물에만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는 몸의 구조적 균형을 바로잡고 호흡과 시각의 훈련까지 통합하는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