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프고 설사…한달 이상 지속되면 '염증성장질환' 의심
염증성장질환 최근 5년 새 약 31% 증가...1020 젊은층이 25% 이상 차지 증상 개선을 넘어 '내시경적 관해'가 치료 목표
복통과 설사는 살면서 누구나 쉽게 겪을 수 있는 증상이다.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들로 이 경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개선된다. 하지만 복통, 설사와 같은 증상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원인불명으로 장관의 염증이 지속되는 자가면역 질환인 '염증성장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진단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만성적인 복통과 설사, 염증성장질환의 초기 신호?
염증성장질환은 장 내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만성적으로 반복하는 질환이다. 크게 대장에 국한되어 염증이 발생하는 '궤양성대장염'과 구강에서 항문까지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나타나는 ‘크론병’으로 나뉜다. 아직까지 발병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유전적 소인, 면역학적 이상 및 스트레스나 약물 등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2019년 7만814명에서 2023년 9만2665명으로 5년 새 30.9%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동안 10-20대 환자는 31.4%가 증가했는데, 수치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해당 연령대가 전체 환자의 약 25%를 차지한다는 점과 이들이 학업 등으로 사회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해석될 수 있다.
염증성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공통적인 증상은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되는 복통과 설사다 여기에 궤양성대장염의 경우, 혈변, 대변 절박증 등이 동반되며, 크론병은 체중 감소, 항문 주변의 병변, 전신 무력감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두 질환 모두 증상이 계속 나타나지 않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만성화되는 경과를 보이는데,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염증이 지속되면 협착, 천공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만성 염증의 결과로 대장암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하루에도 수회 이상 나타나는 설사, 복통은 학업과 업무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어 간과하지 말고 빠르게 진단받고 치료해야 한다.
치료 목표, 증상 개선 넘어 '내시경적 관해'
염증성장질환의 치료는 기존에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 개선이 주된 치료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상 개선을 넘어 내시경 검사에서 모든 점막의 염증이 소실된 상태를 의미하는 '내시경적 관해'라는 좀 더 높은 치료 목표가 제시되고 있다.
내시경적 관해는 내시경적으로 장 점막에서 출혈, 궤양, 미란(점막 표면의 조직 결손)등이 호전된 상태, 즉 점막에 염증이 없이 치유된 상태를 말한다. 관련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내시경적 관해를 달성할 경우 질환 재발률, 장 절제율, 수술 및 입원 위험성을 낮추고 장기적 예후에도 긍정적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내시경적 관해를 빠르게 달성하면 점막 손상으로 인한 전신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장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염증 물질 표적으로 억제하는 JAK억제제
염증성장질환은 아직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약물치료로 증상을 조절하면 질환이 없는 사람들과 같은 생활이 가능하다. 질환의 중증도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하는데, 초기에는 주로 5-아미노살리실산(5-ASA,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 등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들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중등증, 중증 환자에서는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제제(JAK 억제제, S1P 수용체 조절제)와 같은 표적 치료제를 고려할 수 있다. 이들 치료제는 염증성장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물질을 표적으로 억제하는 치료제로, 생물학적 제제는 주사제, JAK 억제제와 S1P 수용체 조절제는 경구제로 환자의 여건과 기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옥 교수는 "염증성장질환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약제 부작용이 환자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증상이 좋아졌다고 치료를 소홀히 하거나 임의로 중단할 경우 재발 및 질환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꾸준하게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질환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염증성장질환 역시 조기에 치료할수록 경과가 좋으며, 특히 최근에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많이 도입돼 조기에 내시경적 관해와 같은 높은 치료 목표를 달성한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