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에 속까지 울렁… 혹시 맹장에 문제 생겼나?

충수염(맹장염), 우측 하복부 통증에 열과 오한 동반 부속품 같은 존재지만 충수점액종 등 관련 질환 다양

2025-02-02     이재형 기자
충수염 초기 증상은 체한 듯한 소화불량, 오심 등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우측 하복부의 심한 통증과 함께 열과 오한 등이 동반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얼마 전 갑자기 식욕이 떨어지고 자꾸 속이 울렁거렸다. 단순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약을 사서 복용했으나 증상이 낫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고열에 시달리고 하복부에 통증도 나타났다. 병원에 방문해 검사를 받은 A씨는 급성충수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수술을 받고 호전됐다.

충수염은 흔히 맹장염으로 불리는데 엄밀하게 말해 맹장염은 정확한 질환 명칭이 아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충수염은 진료 현장에서 수술이 필요한 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은 음식을 씹고 삼키는 입(구강)으로부터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소장에서 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에 맹장이라고 불리는 소화기관이 있고 맹장에 붙어 있는 작은 주머니가 충수돌기다. 

충수염은 맹장에 붙어있는 이 충수라는 작은 기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내경은 약 5~6mm, 길이는 약 4~6cm다. 우리 몸의 부속품 같은 존재이긴 하나 이 부위에 문제가 있다면 악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박은정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충수는 소장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대변으로 바뀌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찌꺼기가 끼기 쉽고 충수가 막히면 염증이 생겨 충수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은 체한 듯한 소화불량, 오심 등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우측 하복부의 심한 통증과 함께 열과 오한 등이 동반된다. 오래 방치하면 충수에 천공이 생겨 염증물질들이 복강 내로 터져 나오면서 천공성 충수염으로 악화된다. 이러한 급성충수염인 경우 충수를 제거하는 충수절제술을 시행한다. 

충수와 관련해선 염증 발생뿐 아니라 충수점액종, 복막가성점액종 등도 주의해야 한다. 충수 내 점액질이 점점 차오르고 점액을 생성하는 세포가 과증식해 충수가 비대해지고 점액이 가득차게 되는데 이를 충수점액종(Appendiceal mucocele)이라 한다. 

충수점액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충수의 위치와 구조상 대장내시경 검사로는 충수 입구만 겨우 볼 수 있다. 병변 확인 및 조기 진단도 매우 어렵다. 또한 충수점액종이 커져 터지면 복강 내 점액이 유입돼 복막가성점액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복막가성점액종도 대부분 무증상이라 병이 진행되는지 모르고 생활하다가 복강 내 점액 증가로 배가 불러오고 불편함을 느껴 병원에 내원했을 때 비로소 인지하는 경우가 많다. 

충수점액종 환자의 충수가 터지지 않았다면 충수절제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충수가 터져 복강 내 점액이 증가하고 복막가성점액종이 진행된 상태라면 복강 내 퍼진 점액을 수술로 직접 제거하는 종양감축술과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을 동시에 시행한다.

박 교수는 "충수는 대장내시경 검사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운 장기다. CT와 조직검사 등을 통해 단순 충수염인지, 다른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속품'이라 불리지만 이 장기가 불러올 수 있는 질환은 매우 다양하다. 우측 하복부 통증이 있다면 지체없이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