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실 환자, '견과류' 못 먹는다…진실은?

고령화로 5년 새 게실 질환 27% 증가 노화·식습관·비만·운동 부족 등 원인 최근 연구, "견과류가 게실염 위험 낮춰"

2025-01-17     김보람 기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고령화 등으로 '게실'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게실 질환은 대장 벽이 약해지면서 꽈리 모양의 주머니, 즉 게실이 생기는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장의 게실병'으로 병원을 찾은 인원은 6만7557명으로 5년 전인 2018년 5만3297명에서 26.8% 늘었다. 이 병은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게실은 가성(假性) 게실과 진성(眞性) 게실로 구분한다. 가성 게실은 점막과 점막하층이 돌출되는 형태로, 좌측 대장에서 여러 개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진성 게실은 근육층을 포함한 장벽의 전층이 돌출돼 단일 게실 형태를 보인다.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에서 많이 나타나고 우측 대장에서 흔히 발생한다. 다만 우측 대장에서도 게실이 여러 개 있을 때는 대부분 가성 게실이다.

나수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맹장염으로 불리는 급성 충수염이나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오인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복통과 달리 배에 묵직한 느낌이 들다가 갑자기 아랫배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게실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주 요인으로 나이와 식습관이 꼽힌다. 나이가 들면 대장 벽이 약해져 탄력성이 떨어지면서 혈관과 장관 근육 사이 틈이 넓어진다. 이 때 대장이 지나치게 수축하거나 압력이 높아지면 대장 벽의 약한 부위에 주머니가 형성된다.

40세 이하에서는 드물지만 65세 이상 인구의 약 절반에서 게실이 확인되고, 85세 이상에서는 65%까지 증가한다. 나 교수는 "여러 연구들에서 살코기와 고지방 식단, 비만, 운동 부족, 음주, 흡연, 소염진통제 등이 게실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된다"면서 "다만 기존 상식과는 달리 저섬유질 식이와 게실 질환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게실 질환은 증상과 합병증 정도에 따라 단순 게실증, 게실염, 게실출혈로 나뉜다. 증상이 없는 단순 게실증은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식단을 바꿀 필요도 없다. 다만 게실증 환자의 약 4%는 평생에 한 번 이상 게실염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실염이 발생하면 항생제 치료와 금식 등으로 염증을 조절하고, 심한 경우 수술적 치료까지 고려한다. 특히 좌측 게실염은 우측 게실염에 비해 염증과 합병증 위험이 높다. 

게실출혈은 게실증 환자의 5~15%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출혈은 치료 없이도 멈추지만 멈추지 않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을 통한 지혈술이 필요하다. 게실염이나 게실출혈 증상이 있을 때는 조기 치료로 합병증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게실 질환은 평소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면 예방할 수 있다. 장 건강을 위해 과일, 채소, 통곡물 등 섬유질 섭취를 늘리고 충분한 물을 마시는 습관이 중요하다. 또 규칙적인 운동은 장 운동을 활성화하고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살코기와 고지방 음식 섭취를 줄이고 균형 잡힌 식사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편 게실증 환자는 게실이 막혀 게실염이 발생하기 때문에 씨앗, 견과류 등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졌으나 근거 없는 사실이다. 나 교수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견과류, 옥수수 또는 씨앗이 있는 과일을 섭취한 결과 게실증의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게실염의 위험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