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리는'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현황과 예방법은?

2022-08-24     이상민 기자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파킨슨병은 알츠하이머 다음으로 흔한 노인성 뇌질환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2~3%에서 나타난다. 뇌에서 우리 몸을 움직이고 의욕적으로 만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점차 사멸 돼 분비가 잘 안되면 운동장애가 생기고 인지 기능에 영향을 준다. 이로 인해 손 떨림, 느린 움직임, 수면장애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파킨슨병이라고 한다. 

파킨슨병은 뇌세포 노화로 발병하기 때문에 환자 70%가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그러나 꼭 고령층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 황산화물 등 대기 오염 물질이나 중금속에 오염된 물, 공기에 노출되면 노화가 촉진될 수 있다. 그외 유전적 요인으로 젊은 나이에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는 보통 약물로 하거나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는 뇌심부자극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 방법들은 증상을 완화시킬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파킨슨병 진행을 막는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ARC에 따르면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63억 4,000만 달러(약 7조 8,533억 원)에서 2026년 88억 8000만 달러(약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근본적인 치료제가 나오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11조 시장' 노리는 제약바이오 업계 

국내 기업들은 수조원의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곳은 올해 초 대박을 터뜨린 에이비엘바이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프랑스 사노피와 10억6,000만 달러(약 1조2,720억원) 규모로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ABL301’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플랫폼 기술인 '그랩바디-B'가 적용됐다. 그랩바디-B는 항체의 뇌 전달률을 높일 수 있도록 뇌혈관장벽을 통과시키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ABL301이 파킨슨병의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을 타깃으로 하고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계약에 따라 에이비엘바이오는 남은 전임상 연구와 임상 1상을 주도하고, 사노피는 ABL301에 대한 독점 권리를 갖고 이후 임상시험부터 상업까지 담당한다.

CAR-NK 치료제를 개발 중인 펩트론은 GLP-1 계열 파킨슨병 치료제 PT320의 국내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PT320은 미국 국립 보건원(NIH)으로부터 도입한 GLP-1 계열 펩타이드 신경퇴행성 물질로, 펩트론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데포(SmartDepot) 기술을 적용해 뇌혈관장벽을 잘 투과 할수록 있도록 발전시킨 물질이다.  

스마트데포는 반감기가 짧아 자주 투여하는 펩타이드 약물을 주 1회 또는 6개월에 1회 투여가 가능하도록 약효를 연장시키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PT320은 현재까지 알려진 GLP-1계열 약물 중에서 뇌혈관장벽 투과율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체중 감소율도 낮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펩트론은 향후 알츠하이머에 대한 임상도 계획 중이며 파킨슨병 임상 2상 결과는 올해 안에 발표 할 예정이다. 

카이노스메드는 지난달부터 미국에서 파킨슨병 후보물질 KM-819의 임상 2상 대상자 모집과 등록을 마치고 첫 투여를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FDA로부터 승인 받은 후 9개월 만이다. KM-819는 FAF1(세포의 죽음을 촉진하는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신경세포 사멸과 불필요한 세포를 제거하는 것을 막아 파킨슨병 주요 원인인 알파 시누클레인의 축적을 저해하고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이중 효과를 가지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예방 중요한' 파킨슨병, 방법은?

파킨슨병은 약물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10년 이상 지속되면 약의 효과가 빨리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 경우 갑자기 다리에 불편함을 느껴 걷다가 멈추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이상운동증’이 나타나 사고 위험에 노출된다.

때문에 약의 효과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면 수술적 치료인 ‘뇌심부자극술’을 하기도 한다. 뇌에 전극을 심어 전기 자극을 줘 뇌의 비정상적 신호를 차단하고 도파민 대신 기저핵을 활성화해 파킨슨병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파킨슨병을 예방하려면 노화를 방지하는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이 도움이 된다. 균형 잡힌 식단과 저탄수화물 식이를 섭취해야 하며 신선식품, 견과류 등 항산화물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여러 가지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도 좋다. 운동은 파킨슨병을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육량을 늘리면 파킨슨병이 발병해도 신체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증상 악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정문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은 생명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떨림, 보행장애 등 눈에 보이는 증상 때문에 우울과 불안을 동반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따라서 파킨슨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