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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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은 간 질환의 종착역과 같다. 지방간과 간염이 간경변, 간암으로 이어진다. 다른 암이 60대 이후 호발하는 것과 달리 간암은 50대 발병률이 가장 높다. 남성이 여성보다 발생률이 3배 가량 높다는 특징도 있다. 유전적으로 남성 간 건강이 여성보다 취약하기 때문이라 추정된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간암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간은 신경세포가 적어 통증을 느끼기 어렵다. 70~80%가 손상돼도 정상적으로 기능해 통증, 황달과 같은 의심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은 간암 환자 절반 이상은 암이 이미 악화한 3기 이상 단계로 보고될 정도다. 

간암의 주요 원인은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로 인한 간질환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 간암의 60%가량은 B형 간염이 원인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면역세포가 공격하는 과정에 간 손상이 지속해 암으로 악화한다. B형 간염은 C형과 달리 치료제로도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다행히 B형 간염 유병률은 낮아지는 추세다. 사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매개 감염병이라 신체 접촉, 침(타액) 등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단순히 술잔을 돌리거나 국·찌개를 같이 먹는다고 해서 감염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의 주요 감염 경로는 산모와 태아 간 수직 감염이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과 주산기(周産期, 즉 분만 전후) 감염 예방사업에 힘입어 10~20대의 B형 간염 유병률은 1% 미만으로 크게 떨어졌다. 다만, 90년대 중반 이전에 태어난 성인 즉, 20대 중반 이상은 백신 접종이 의무화되지 않아 스스로 항체 검사를 통해 감염 여부를 체크하는 게 안전하다.

만약 B형 또는 C형 간염을 앓는다면 6개월에 한 번씩 간암 조기 발견을 위해 혈액·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조기 진단이 환자 치료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실제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장은선 교수와 임상혁 전임의 연구팀이 이 병원에서 간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 총 319명을 분석한 결과, 암을 진단받기 전 2년 동안 두 번 이상 혈액, 초음파 등 선별검사를 받은 그룹(127명)은 암 종양의 평균 크기가 3cm로 그렇지 않은 그룹(192명)이 7cm인 것과 비교해 훨씬 작았고, 생존율은 더 높았다. 

정숙향 교수는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경우 발생원인의 80%가 만성 간질환인 만큼 간염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도 “간암의 종양 표지자 검사 지표인 'AFP'는 B형 간염의 유병률이 높은 한국인에게 특히 활용도가 높다"라며 "간암의 고위험군인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변 환자는 만 40세 이후부터 1년에 2회 'AFP'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요 혈액 종양표지자 검사 항목. 간암은 빨간색으로 처리함. [중앙대병원]

간암으로 진단받았을 땐 항암, 방사선, 수술 등의 치료법을 환자 상태, 암 전이 여부 등에 맞춰 적용한다. 하지만 간암은 수술 등 근치적(병을 완전히 고침) 치료 영역이 제한적이긴 하다. 드러나는 증상이 거의 없어 간암 환자 90%가 진단 시점에 간경변 또는 만성 간염 등 간 질환을 함께 앓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술, 간 이식이 가능한 환자가 10명 중 3명(약 30%)에 그친다.

종양이 여러 개 있거나, 혈관을 침범한 진행성 종양인 경우,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는 경동맥화학색전술이나 항암제 등 비근치적 치료로 암을 잡는다. 전자는 간암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간동맥을 막아 암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후자인 항암요법은 종전에 부작용이 크고 효과가 떨어지는 화학항암제를 우선 고려했지만 최근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과 표적항암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며 치료 선택지가 한층 넓어졌다. 

간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염과 지방간을 잡는 게 우선이다. 간염은 예방접종으로 해결하고 지방간은 술과 고열량 음식 제한 등 식습관 관리를 실천해 해결할 수 있다.

최근 강조되는 것은 지방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관리다. 간은 체내 남은 영양소를 중성지방 형태로 저장하는데, 사용하는 열량보다 쌓이는 열량이 높으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지방간이 생긴다. 기름진 음식과 밥 ,면, 빵 등 탄수화물, 당분의 과도한 섭취가 간에 ‘독’을 만드는 셈이다.

알코올성이든 비알코올성이든 지방간 치료는 체중 감량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만, 너무 빨리 살을 빼면 오히려 간에 염증 반응이 악화해 심한 경우 간부전에 빠질 수 있으므로 식단 조절, 유산소 운동 등을 통해 2주에 1~2kg 가량 감량하는 게 알맞다.

평소 간에 좋은 영양소를 꾸준히 섭취해주는 것도 간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UDCA(우르소데옥시콜산)’은 담즙산의 구성물질로 간의 대사작용을 돕고 체내 유입된 독성 물질의 배출을 촉진한다. 정상적인 간세포를 보호하는 한편, 손상된 간 세포를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스피린이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김범경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윤진하 연세대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윤병윤 강사 연구팀은 B형 간염 환자가 개인 상태에 맞게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하면 간암 발생률이 16%, 간 질환 관련 사망 위험은 21% 줄어든다는 연구를 지난 6월 미국위장관학회지(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항산화 작용을 하는 리보플라빈 등 비타민B와 간에 유입된 지방, 담즙의 배출을 돕는 엽산, 생선과 달걀 등에 풍부한 단백질은 간을 건강하게 하는 영양소로 손꼽힌다.

일반인에게 ‘밀크씨슬’로 잘 알려진 실리마린 성분은 간 세포막을 안정화하고, 간세포의 재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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