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소재’ 검은색 마스크 착용하고 수술 후 3주 만에 출격
“편안하고 가볍고 단단, 충격 보호할 수 있어 심리적 안정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타이거 마스크’를 착용하고 그라운드를 누비던 선수가 있었다.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태영이 주인공. 그는 이탈리아와 16강전에서 팔꿈치에 안면을 가격당해 코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당했다. 이후 남은 경기에서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뛰며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은 아직도 국민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다. 그의 별명이 '베트맨'이 된 이유다.

20년 후, 대표팀 주장이자 팀 주축 손흥민이 마스크를 끼고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공중볼을 다투다가 충돌로 안면 골절상을 입었다. 그는 월드컵 출전 의지를 불태우며 당초 일정보다 하루 빠른 4일 영국에서 수술받고 카타르 현지에서 훈련을 통해 마스크에 적응 중이다. 

손흥민이 입은 안와골절은 얼굴 뼈에 발생한 골절 중 눈 주위(안와)에 발생한 골절이다. 얼굴 뼈는 얇고 다른 부위보다 강도가 약해 부러지기 쉽다. 특히 안와골절은 안와 내벽의 가장 얇은 부위인 'Lamina papyracea'나 하벽에서 주로 발생한다. 통증, 붓기, 변형, 안구함몰, 겹보임, 부정교합, 출혈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안와골절은 일반적으로 치료 후 안정 기간이 6주 정도다. 이 기간 과격한 운동이나, 코 풀기, 안구 압박 등의 물리적 충격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조언한다. 그러나 손흥민은 수술 후 약 3주 만에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팀 에이스로서의 책임감이다. 

송우진 순천향대서울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통상 수술 후 골절 부위 안정화 기간을 4~6주 정도로 보는데 3주 만에 격렬한 운동 경기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걷기, 뛰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은 가능하지만 과격한 운동, 외부 충격이나 코풀기, 안구압박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이 16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면 마스크를 착용한 손흥민이 16일 오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흥민이 끼고 경기에 나서는 마스크는 카본 재질이라고 한다. 카본은 가벼운 소재지만, 탄성과 부식에 강해 비행기나 우주선 만들때 재료로 사용된다. 철에 비해 강도가 좋아 지속적인 사용도 가능하다.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자전거 프레임, 등산 스틱, 스키 폴대, 낚싯대 등에도 쓰인다. 

손흥민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구단에서 계속 훈련을 진행하며 볼을 찼다. 스프린트까지 해서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지장이 없다"며 ”마스크는 생각보다 편안하다. 가볍고 단단하고, 충격을 보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효과는 어떨까.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바른세상병원 병원장)은 “안면 보호마스크는 그 부위에 충격을 다시 받을 경우 재골절 위험이 있어서 착용한다“며 “보호 효과도 있지만 심리적 안정감을 줘 (마스크가) 이번 대회 경기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부상을 당했을때 마스크를 쓰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광대뼈 골절 수술 후 컵이나 해당 부위에 스플린트(교정기)를 적용하고 코뼈 골절 수술 후에도 보호 목적으로 스플린트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지만 안와골절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얼굴뿐 아니라 목, 어깨, 손목을 보호하는 제품은 많이 있지만 얼굴 뼈의 경우 다른 신체 부위와는 다르게 굴곡이 있고 개인차가 심해 보호대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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