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율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교수
김율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교수

이태원 참사로 아직 못다 핀 158명의 젊음을 떠나보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자식 같고, 동생 같은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가슴이 먹먹하다.

열심히 생활한 후 토요일 저녁 친구들과 축제에 가듯 즐거웠을 그 마음, 그리고 잠시 후 겪었을 그 무서움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리다.   

누군가는 시험에 합격한 후 친구와 자축하러, 누군가는 열심히 군복무를 하며 기다렸던 휴가에, 또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를 기대하며, 그 시간을 기다렸을 것이다.

이들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즐길 줄 아는 밝은 젊은이들이었다.

All work and no play makes Jack a dull boy 라는 속담처럼 잘 노는 사람이 일도 공부도 열심히 한다. 최선을 다해 생활한 자신에게 스스로 주는 보상은 더욱 값진 것이고, 젊은이였기에 더욱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청년과 청소년들은 많은 억압을 해야만 했다. 10대와 20대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서 가장 큰 희생을 한 세대 중 하나였다. 열정, 호기심과 과감함, 도전하고 싶은 패기, 어울림은 젊음의 특권이지만 집합금지와 비대면 수업은 청년 청소년들의 특권을 박탈했고, 그들이 즐겨야 하는 놀이문화는 사라져 버렸다. 몇 년 만에 누리게 된 거리두기의 해제 속에 호기심과 기대로 열정 가득한 젊음이 모여든 것은 당연했다. 

기성세대가 고단한 삶을 떠나 휴양지로 여행가고 싶어하는 것만큼, 10대 20대라면 공개적으로 즐길 수 있는 할로윈데이에 재미있는 분장을 하고 참여해 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이다.

클럽의 멤버쉽 없이도, 연예인 공연처럼 광클 예약하지 않아도, 해외여행처럼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젊음만 있다면 10월말 밤의 찬 공기도 두렵지 않았고, 즐길 수 있었기에 그날을 기다렸고 친구들과 손을 잡고 이태원에 가 보았을 것이다.

‘남의 나라 명절에 왜’ 라고 하지 말자, 성탄절도 발렌타인데이도 우리의 명절이 되었듯이 이미 문화의 경계는 허물어졌다. 다만 더 한국적인, 더 안전한 축제 문화를 만들어 주지 못한 어른들이 자책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고 바꿔나가지 않는다면  어느날 아침 지하철 계단에서, 혹은 K팝 공연 스터디움에서 또 다른 참사의 비보를 들을 지도 모른다. 오늘 우연히 살아남은 우리들이 뼈저리게 인식해야 할 것은 군중 행사의 안전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여 이태원에서의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꽃다운 젊은이들을 잃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부디 그들에게 왜 놀러가서 라는 잔인한 말을 하지 말자. 귀한 생명을 살아내느라 고생 많았을 젊은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먼저 떠난 짧은 생명들에게 하늘에서 편히 쉬길, 그리고 여기서 못 이룬 것들을 많이 이루길 온 마음을 다해 빈다.  

*본 칼럼 내용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매경헬스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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