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듀오 악뮤(악동뮤지션)의 이찬혁은 특이한 캐릭터다. 사실 10년 전 공개 오디션에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샌님 같았다. 뿔테 안경에 여드름 자국이 남은 빼빼 마른 아이였을 뿐이었다. 물론 노래는 참 잘하고, 또 잘 만들었더랬지만.

하지만 '낭중지추'라 했던가. 지금은 이찬혁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만큼 독특한 사람일 줄 몰랐다. 요즘은 특히 심하다. 여의도 한복판에서 소파에 앉아 커피를 두고 신문을 보지 않나, 홍대에서는 유리 케이스에 자신을 전시한 채 노래를 불렀단다. 전국노래자랑에 가수가 아닌 방청객으로 전파를 타더니 국내 최장수 유아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도 나왔다. 오죽하면 "하고 싶은 거 그만해"란 팬들의 원성(?)이 자자할까.

이런 와중에 이찬혁이 데뷔 8년 만에 솔로 음반 '에러'(ERROR)를 발매했다고 한다. 주제는 죽음. '기브 러브'(Give Love)처럼 그동안 사랑 노래만 쓰던 악뮤일 때와는 거리가 먼 앨범이다. 그는 음반 출시 후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 많이 죽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내가 당장 죽게 된다면 사랑, 자유를 최대 가치로 생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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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태어나는 모든 것은 결국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죽음이란 단어 앞에서 대부분 인간은 '문맹'이다. 함께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섣불리 예단하다 사랑하는 사람은 물론 본인의 임종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임종 전 증상은 극적이지 않다. 단숨에 숨을 멈추는 것도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 세브란스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대학병원에서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종 전 증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임종 48시간 전에 절반 이상은 수면 시간이 늘고 저녁에 헛것을 보거나 시간, 공간을 헷갈리는 섬망이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은 가만히 있어도 호흡이 불규칙해지며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등 호흡곤란을 보였다.

장기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면서 임종 전 환자의 70~80%는 혈압과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최후의 숨'을 지키기 위해 맥박수는 증가하는 등 바이탈 수치가 오르내렸다. 꼬집거나 불러도 반응이 없는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가족과 지인들이 환자를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것만큼 누구나 삶의 마지막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 전국에 호스피스 병동이 세워지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가 보편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죽음을 받아들이고, 삶의 종착역까지 여정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자신의 결정에 달려있다. 그러려면 죽음을 감추고 숨기기보다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죽음을 노래하는 시대,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공감대가 확산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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