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 M&A로 새 성장동력 발굴...시너지 기대
컬리, 오아시스 등 새벽 배송 업체는 IPO 준비 박차

국내외 이커머스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이커머스 국경의 벽이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전망이다. 

◆ 네이버, 글로벌 C2C시장 공략 속도

네이버가 미국 최대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한다. [네이버] 
네이버가 미국 최대 C2C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한다.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4일 미국 개인 간 거래(C2C)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하면서 북미를 거점으로 한국, 일본, 유럽을 잇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포쉬마크는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서비스가 결합된 북미 최대 C2C 플랫폼이다. 2011년 설립 이후 8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시장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사용자의 80%가 MZ세대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은 18억달러, 매출은 3억3000만달러 수준이었다.

네이버는 아직 강자가 없는 글로벌 C2C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C2C 플랫폼은 빠르게 발전하는 정보기술(IT)과 라이브커머스, 새로운 커뮤니티 서비스 등과 결합해 MZ세대에게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이전부터 C2C 플랫폼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한국에서는 '크림'을 운영 중이며 일본에서는 '빈티지시티'를 구축했다. 유럽에서는 명품 리세일 플랫폼 '베스티에르 콜렉티브'와 스페인 중고거래 플랫폼 '왈라팝'에 투자했다.

특히 이번 포쉬마크 인수는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로 주목받는다. 국내 인터넷 업체가 진행한 인수합병 중에서도 가장 큰 수준이다. 총 취득금액은 2조3400억원 가량(약 16억 달러)이다.

네이버는 해외 진출을 위해 주력했던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과의 연계 방안도 찾는다. 지난해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하며 콘텐츠 사업을 확장했다. 한국과 일본, 미국에 영상 스튜디오를 설립해 원천 지식재산권(IP)부터 웹소설, 웹툰, 영상까지 이어지는 콘텐츠 가치사슬도 갖췄다.

네이버 관계자는 "북미 지역의 MZ 세대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며 "미래 핵심 사용자들에게 C2C 쇼핑, 웹툰, K-pop 콘텐츠를 넘나드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면서 글로벌 C2C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쿠팡, 일본‧대만 배송 시장 선점

쿠팡도 지난 3월에는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해외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퀵커머스' 사업을 통해 일본에 이어 대만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퀵커머스는 생필품, 신선식품을 물류 거점 인근 지역에 30분~2시간 이내에 즉시 배송하는 서비스다. 

특히 대만에는 역직구 형태의 '국경 간 직배송(크로스보더)' 사업을 시작했다. 대만은 인구 밀집도가 높아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기 용이하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쿠팡은 일본, 대만 뿐 아니라 한류 영향이 큰 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하기도 했다. 

쿠팡은 수익성 개선에도 주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액은 50억3782만 달러, 우리돈 약 6조57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증가했다. 영업적자는 6714만 달러, 약 87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7% 줄었다.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제품 커머스 부분의 매출은 48억7753만 달러, 우리 돈 6조36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7% 성장했고, 쿠팡이츠 등 신성장 사업 분야 매출도 24% 늘었다.

◆ M&A로 새 성장동력 찾은 티몬 

티몬은 큐텐에 인수된 이후 뷰티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티몬] 
티몬은 큐텐에 인수된 이후 뷰티 카테고리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킬 방침이다. [티몬] 

최근 몇 년 간 수익성 악화를 겪던 티몬은 M&A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티몬은 2019년 746억원, 2020년 631억원, 2021년 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매년 줄었다. 2019년 1721억원, 2020년 1512억원, 2021년 1290억원을 기록했다.

티몬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큐텐에 지분을 넘긴다. 인수는 대주주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PE)-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이 보유한 티몬의 지분 100%와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큐텐은 2000년대 G마켓을 국내 1위 이커머스 기업으로 키운 구영배 대표의 회사다. 구 대표는 당시 G마켓을 이베이에 넘긴 뒤 이베이와 51대49 비율로 합작법인인 큐텐을 설립했다.

큐텐은 티몬을 통해 국내 사업에 진출하고, 티몬은 큐텐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로 부족한 물류 인프라를 메꿀 것으로 기대 중이다. 티몬은 인수 후 뷰티 카테고리를 첫 타자로 낙점했다. 지금까지 이커머스 업계에서 뷰티 강자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컬리, 쓱닷컴, 롯데온 등이 뷰티 카테고리를 강화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티몬 관계자는 "화장품은 상대적으로 재고관리가 쉽고 회전율과 마진율이 높다"며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데다 가격대도 다양해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 신세계그룹, SSG닷컴‧지마켓 '투트랙 전략' 

지난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기존 SSG닷컴과 지마켓글로벌(前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몸집을 키웠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시장점유율 15%를 기록, 네이버(17%), 쿠팡(3%)와 3강 체제를 공고히 했다.

신세계그룹이 지마켓글로벌을 인수할 당시 업계는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지마켓글로벌은 전체 상품군 중 비식품 비중이 85%에 달할 만큼 높아 신선식품 중심의 SSG닷컴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였다. 실제로 신세계그룹은 가입자가 300만 명에 달하는 지마켓의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을 SSG닷컴에서도 사용하도록 통합했다. 이후 두달 만에 회원 30만 명을 새로 늘렸다.

다만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SSG닷컴은 지난해 영업손실 1079억원을 기록했고 올해에도 상반기 기준 662억원으로 전년 동기(296억원) 대비 적자 폭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인수 전까지 흑자 경영을 이어왔던 지마켓글로벌은 신세계그룹 인수 이후 올해 1분기 영업손실 194억원, 2분기도 182억원으로 적자가 쌓이고 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투트랙 전략으로 결단을 냈다. G마켓과 중복되는 SSG닷컴의 오픈마켓 서비스를 종료, 사업 영역 조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SG닷컴은 검증된 협력사의 신뢰도 높은 상품을 판매하는 ‘프리미엄 플랫폼’으로, 지마켓은 오픈마켓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SSG닷컴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지마켓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성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이커머스 모델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컬리‧오아시스‧11번가, 상장 준비 박차

이커머스 기업들은 상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켓컬리부터 오아시스, 11번가 등이 상장 절차를 밟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연내 상장 절차를 가장 빠르게 밟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오아시스다. 오아시스마켓 운영사 오아시스는 지난 9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8월 컬리를 운영하는 마켓컬리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청구 약 5개월 만이다.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컬리가 상장 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적자가 지속돼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번가는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골드만삭스를 정하고 IPO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하반기에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상장을 추진하던 SSG닷컴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내년으로 상장 시점을 잠정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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